11. 지구 최강의 항생제, 반코마이신
예전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던 반코마이신입니다. 아주 무시무시한 강력한 슈퍼 항생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용도는 MRSA, 즉 메치실린 저항균들을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반코마이신 저항균들이 생겨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이런 슈퍼 박테리아를 처치할 방법은 없기에 그 무시무시함을 아시겠죠?
Vancomycin, 반코마이신은 1950년대 중반에 발견됐습니다. 오직(!) 포도구균과 대부분의 그람 양성균에 대해 강력한 살균작용을 합니다만, 신경이나 신장에 대한 부작용이 워낙 강렬했기에 한동안 사용이 되지 않다가 MRSA의 등장으로 여러 항생물질을 찾아보던 중 1980년대 들어와서 반코마이신이 개량되면서 포도구균을 잡는데 사용되게 됩니다.
반코마이신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의 과정에 작용해서 세포벽을 부수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써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게됩니다. 세포벽 파괴라면 베타락탐계 항생제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교차내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즉,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일지라도 반코마이신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뜻입니다. 그람 양성균과 포도구균은 다 부숴버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전에도 언급한바가 있지만 반코마이신의 투여시엔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여러분들이 반코마이신을 임상에서 접할 기회는 응급실이나 ICU정도 일겁니다. 평상시에 접할 기회는 없지만 일단 알아는 놓자구요. 반코마이신은 주로 아주 느리게 IV로 투여하게 되지만, 가끔 다른 항생제 투여로 생긴 위막성 장염(pseudomembranous colitis)에 경구투여 되기도 합니다.
IV투여시에 보통 250ml GS나 NS액에 혼합하여 아주 천천히 시간당 1그람이 넘지 않도록 투여해야 정맥이 버텨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혈관에 급성 염증이 생기면서 혈관을 따라 엄청나게 붉게 보이는 혈관과 출혈로 인한 온통 멍든 팔을 보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무섭죠? 가끔 응급실에 가시면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어리버리한 수련의가 잘못해서 혹은 간호사가 어리버리해서 실수하는 것이죠.
경구투여 또한 위막성 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시엔 반드시 물에 약을 섞어서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투약시 주의가 요구되는 약입니다.
반코마이신은 주로 중증, 아주 중증의 감염증 환자나 중추 신경계 감염에 쓰입니다. 예전의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농양이 있을 경우 작용이 더뎌져서 농을 제거한 후에 투약해야 했지만, 반코마이신은 그런 불편함이 없이 농양이 있던 말던 상관없이 실균력이 좋습니다.
자, 그럼 또 기초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 그람 양성균 질환엔 모두 반코마이신 쓰면 되는거 아니냐는 그런 어리석은 질문하시고 싶은 분들 있겠죠?
모든 항생제는 내성균을 만들게 됩니다. 반코마이신을 처음엔 쓸 수 있겠지만, 나중에 내성균이 생기면 반코마이신은 더 이상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즉,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이죠. 아직까지 현재 반코마이신 내성균을 잡는 항생제는 없습니다. 따라서, 아주 신중히 고민 후에 투여해야 하는 고귀한 항생제입니다.
부작용으로 이미 설명한 적이 있는 투약후 온몸에 붉은 반점과 가려움증이 생기는 Red man syndrome이 있으며, 투약후 흉통이나 경련이 생기는 pain and spasm syndrome이란 것도 있습니다. 장기투여(2주이상) 시엔 조혈기관에 영향이 있어 중성구 감소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또한 스테로이드나 헤파린은 반코마이신과 동시 투여시에 반코마이신을 불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두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Teicoplanin이란 항생제가 있는데, 이 녀석은 역시나 분자량이 매우 큰 반코마이신의 형제 항생제입니다. 작용범위는 같으나 그 강력함은 반코마이신보다 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도 거의 없고, 반감기도 길어서 하루 1회 투여면 끝. 하루 2-4번 투여하는 반코마이신보단 좋겠죠? 다만 가격이 비싸고(한방에 한국돈 4만원 좌우), 내성균주 출현을 걱정하여 투여를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