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 나를 믿어라”
폴 처칠 신부
레지오 마리애 콘칠리움
지난 수개월 동안 나는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을 새로운 소식이나 논의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고 있었다. 최고의 전문가들조차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최근에 다시 급증하면서 계속 퍼지고 변종까지 등장했다. 우리 중에 누가 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지, 누구에게서 전염되었는지, 내 몸에 들어오면 어떤 증상을 보일지 잘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수입이 끊어져버렸다. 미래가 불확실해졌고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나는 이 목소리를 들었다.
“폴, 그냥 믿어라. 괜찮아질 것이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그 말씀이 내게 들려왔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1)
이 말씀에서 몇 줄만 내려가면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이처럼 우리에게 믿음을 당부하신 시점은 바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의 참혹한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다.
2020년 3월 말경 혹은 4월 초순의 어느 날, 나는 예수님께 코로나 바이러스를 쫓아내주시고 완전히 없애주시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아니다. 믿어라. 그건 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다!”
그 순간, 나는 단지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저는 믿나이다. 제가 감히 미래에 관해 떠들지 않겠습니다. 주님께서 보내신 것을 받아들일 것이며, 괜찮으시다면 저는 주님의 것이 되겠나이다!”
바이러스의 전문가들의 견해 중 핵심 하나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우리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내가 주인이니 너희는 늘 내게 의탁해야 한다. 모든 것에서!”
그런데 이 모든 것으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제자들이 두려워할 때나 겁에 질렸을 때 해주신 이 말씀을 우리 자신 안에 깊이 새기는 것이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를 믿어라.”
한편,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공기 중의 바람의 방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는 다르다. 과학자들의 말이나 법률상 기관의 결정을 귀담아듣는 것처럼 그렇게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잘 듣고 믿게 된다. “평화를 말씀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인 우리 모두를 보고 계시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사랑하시고 돌보신다는 사실을 우리들이 알기를 바라신다.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잡아 주고 있다. 나는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나는 너의 구원자이다.”(이사 41,13) 또한 엠마오로 가고 있던 제자들도 생각난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좌절감에 사로잡혔고,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세계가 무너진 것 같았다. 그러니 자신들과 함께 걷는 그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는 잘 모른다. 우리가 이 미지의 구름 속을 얼마나 더 헤매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침묵하며 당신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당부하신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을 믿어라.”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서 하신 말씀이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힌 가운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이 신뢰, 이 믿음으로써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개인적인 전멸과의 거대한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신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관련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마리아에 관해 한 말을 여기서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들을 잉태할 것이고, 그 아들이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말을 마리아는 천사에게서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 “마리아는 십자가 밑에,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천사의 예언에 대한 완전한 부정(否定)의 증인으로 서 계신다. 당신의 아들은 단죄받은 자로 십자가의 나무 위에 달려 고통 받고 계신다. … 하느님의 이 ‘헤아릴 수 없는 뜻’ 앞에서 마리아가 보여준 순종하는 믿음은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영웅적인가?”
십자가의 예수님 발아래서 마리아는 아들이 겪는 투쟁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니 그 모성애와 그 사랑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믿음을 지킬 수 있는 은총을 우리에게 얻어달라고 마리아에게 간청하자.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처음 밝혀진 날이 12월 8일, 즉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라는 점이다. 1830년 11월 27일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이런 모양으로 메달을 만들어라.” 한 이후에 만들어진 그 메달이 “기적의 메달”로 불리게 된 이유도 프랑스 파리에 콜레라가 처음 나타나 퍼져나가던 시점이었다는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당시 파리 시민들은 이 전염병을 신속히 물리치고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을 이 기적의 메달과 기도 덕분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지금 우리들도 기적의 메달을 착용하고 기도하면서 이를 널리 전해야겠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행여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우리를 향한 그분 사랑의 그물은 단단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질병이나 절망이나 실패에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죽음에 직면한 순간에도 믿어야 한다.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그분의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리아의 모성적 사랑을 믿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정혜원 옮김
(마리아지 2021년 3 • 4월호 통권 226호에서)
☆ 영성 잡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마리아지를 구독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리아지는 격월지로 1년에 6권이 출판되며 1년 구독료는 18,000원입니다.
주문처 : 아베마리아 출판사
전화 : 051-631-2929, 051-631-2009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fellowship 작성시간 21.04.23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작성자도밍고 작성시간 21.06.04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홍레지나 작성시간 22.02.24 2020년 3월 말경 혹은 4월 초순의 어느 날, 나는 예수님께 코로나 바이러스를 쫓아내주시고 완전히 없애주시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아니다. 믿어라. 그건 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다!”
이 말씀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입니다
주님께 우리나라와 전 인류를 봉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