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에서 만나는 예수님 사랑
스테파노 M. 마넬리 지음
3. 내 안에 오신 예수님
영성체를 위해서는 영혼의 순결이 필요하다
성인들은 어떠한 영혼의 순결성을 가지고 천사들의 빵을 받아 모셨던가? 성인들은 참으로 천사와 같이 민감한 양심을 가졌다. 성인들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깨닫고 세리처럼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루가 18,13)라고 하며 죄를 씻어주는 고해성사에 의탁함으로써, 자신들을 “거룩하고 흠 없는”(에페 1,4)상태로 예수님께 드리려고 노력하였다.
성 요한 세례자 드 라 살은 “여러분이 천국에 들어갈 때 가져야 할 마음으로 신성한 잔치에 참여하십시오. 여러분이 예수님께 받아들여질 때보다 덜한 존경심으로 그분을 모셔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성 예로니모가 죽음에 가까웠을 때 노자성체가 모셔져 왔는데, 성인은 땅바닥에 엎디어 흠숭하면서 겸손하게 성녀 엘리사벳과 성 베드로 사도의 말을 되풀이하였다. “주님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루카 1,43 참조).“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그들은 매일 고해성사를 보았다
비오 신부는 두려움에 떨면서 다음과 같이 반복하였다. “하느님께서는 천사들에게서도 결점을 보십니다. 그러면 제게서는 무엇을 보실까요!”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매우 자주 고해성사를 보았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소죄를 지었다고 생각될 때에도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서는 결코 성체를 모시지 않았다.
팟지의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오, 우리가 영성체 때 모시는 그 하느님이 누구신지 우리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깨끗한 마음으로 그분을 대하려고 하겠습니까?”라고 외쳤다.
성 후고, 성 토마스 데 아퀴노,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성 이냐시오, 성 가롤로 보로메오, 성 프란치스코 보르자, 성 루도비코 베르트란도, 성 요셉 베네딕토 코톨렌고, 포르토 마우리치오의 성 레오나르도, 그리고 다른 많은 성인들이 같은 이유로 미사를 드리기 전에 고해성사를 보았다.
성 가밀로 데 렐리스도 미사를 드리기 전에 꼭 고해성사를 보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최소한 ‘먼지라도 털어내기 위함’이었다. 한번은 성인이 해질 무렵 같은 수도회 소속 신부와 함께 리보르노의 한 광장에 있게 되었다. 그는 다음날 아침 미사 전에 고해할 사제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광장 한구석에서 그 동료 수사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았다.
성 알퐁소, 성 요셉 카파소, 성 요한 보스코, 성 비오 10세, 비오 신부는 매우 자주 고해성사를 보았다. 그리고 성 비오 10세가 영성체를 위한 최소 연령을 일곱 살로 낮추기 원했던 것은 천사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순진한 마음속에 예수님께서 들어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겠는가? 비오 신부는 첫영성체 준비를 한 다섯 살짜리 어린이들이 자신의 앞으로 인도되었을 때 매우 기뻐하였다. 또한 성 요한 보스코는 말했다. “어린이가 보통 빵과 성체를 구별할 수 있고 교리를 잘 배웠으면, 나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천국의 왕께서 그 아리의 영혼에 오셔서 다스리기를 원해야 합니다.”
성찰, 통회, 그리고 정화
성인들은 완덕에 이르기 위해 성령의 이끄심에 의지하였다.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28-29).
자신을 성찰하고, 통회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고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는 것, 이러한 고해성사를 매일이라도 보는 것이 성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할 수 있었던 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성화(聖火)의 열배들은 한결같았고 풍성했으니, 그 이유는 순결한 영혼이 예수님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는 것은 씨가 좋은 땅에 떨어져…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루카 8,15 참조)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성 안토니오 마리아 클라렛은 이 점을 아주 잘 설명했다. “우리가 영성체에 임할 때 우리는 모두 같은 주 예수님을 모십니다. 그러나 다 같은 은총을 받고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차이는 준비된 마음 자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점을 잘 설명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접목할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두 나무가 비슷할수록 접목이 더 잘됩니다. 마찬가지로 영성체에 임하는 사람과 예수님 사이에 유사성이 많을수록 영성체의 결실도 더 좋은 것입니다.”
고해성사야말로 영혼과 예수님과의 유사성을 회복시켜주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이러한 이유로 성 프란치스코 드 살은 그의 영적 자녀들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겸손과 신심을 가지고 고해성사에 임하여라.…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마다 그리하여라.”
독성 : 가공할 죄
이 점에 관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성체에 임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 지위에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대죄를 범했을 때에는 비록 통회를 이미 하였고 성체를 모시려는 열정이 있더라도, 영성체 전에 고해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극히 중대한 독성죄를 범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성녀 비르지타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 죄에 대한 충분한 벌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 암브로시오 주교는 이 독성죄를 범하는 사람들이 “성당에 올 때는 몇 가지 죄를 지니고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더 많은 죄들을 지니고 나간다”라고 하였다.
성 치릴로는 더 단호하게 증언하고 있다. “독성적인 영성체를 하는 사람들은 사탄과 예수님을 함께 마음속에 받아들인다. 사탄은 들어가서 지배를 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탄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지신다.”그리하여 트리엔트 공의회 교리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모든 신성한 신비들 중에서 성체성사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신자들이 거룩함의 저자이시며 근원이신 분을 거룩하지 않고 불경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만큼, 하느님께로부터 받게 될 가공할 벌보다 더한 벌을 받아야 할 죄는 없다.” 그러나 성화 은총 상태에 있는 영혼을 더 깨끗하게, 그리고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영성체 전에 본 고해성사는 비록 꼭 필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참으로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영혼에게 천사들의 결혼잔치에서 입을 더 아름다운 “예복”(마태 22,12)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양심적인 영혼들은 비록 소죄만 있을지라도 자주 성사를 보고(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죄를 씻었다.
예수님을 모시기 전에 영혼의 순결함을 원한다면, 고해성사를 잘 봄으로써 얻게 되는 순결함보다 더 찬란한 순결함은 없을 것이다. 예수님의 성혈이 통회하는 영혼을 씻어서 신성하게 빛나게 하고 사랑스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팟지의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신성한 피를 받는 영혼은 고귀한 예복을 입어서 더욱 아름답게 되며, 불타오르듯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러한 영혼을 볼 수 있다면, 그를 흠숭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입니다.”
성모님과 함께하는 영성체
오, 당신의 신성한 피로써 씻겨지고 옷 입혀진 영혼이 당신을 모시는 것은 당신께 얼마나 큰 기쁨을 드리는지요! 성 알베르토 주교는 말하기를 “성체는 동정(童貞)의 천국, 즉 마리아께로부터 오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체의 주님께서는 이와 같은 천국을 동정성 외에 어디에서도 발견하실 수 없기 때문이다. 영성체 때에 누가 아가의 신부처럼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연인은 나의 것, 나는 그이의 것, 그이는 나리꽃 사이에서 양을 치고 있네”(아가 2,16).
영성체를 준비하는 훌륭한 방법은 티 없으신 동정녀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다. 그분의 겸손과 순결과 사랑으로써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성모님께 의지하는 것이다. 성모님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예수님을 모셔주기를 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심 깊은 행위는 성인들, 특히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성 베드로 율리아노 예마르,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그리고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에 의해 권장되었다.
성 베드로 율리아노 예마르는 “영성체를 위한 가장 좋은 준비는 마리아와 함께 하는 준비다”라고 말했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는 자신을 머리와 옷이 흐트러진 서너 살 먹은 작은 소녀로 생각하며 성모님의 도움을 청했고, “성모님께서는 즉시 오셔서 저를 도와주십니다”라고 기록하였다. “성모님께서는 나의 더러운 옷을 갈아입혀 주시며, 머리에 예쁜 리본을 달아주시고, 작은 꽃도 달아주십니다.… 예뻐진 저는 천사들의 잔치에 부끄럼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도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성녀 젬마가 탈혼 중에 외쳤던 바를 우리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천국의 어머니와 함께 성체를 모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 성체성사에서 만나는 예수님 사랑 / 스테파노 M. 마넬리 지음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