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빛나는 동굴]
1991.12.24. 동고(코모).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
1 사랑하는 아들들아, 나와 함께 이 '성탄절'의 사랑과 빛의 신비를 되살려 보자꾸나. 나는 '베들레헴'에 이르는 먼 길을 너희를 데리고 가고 싶다.
2 그 고달픈 여정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고 있는 힘을 다해 헌신하는 내 정배 요셉의 귀한 도움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내 동정의 태중에 계신 '아기 하느님'과 끊임없이 (나누는) 사랑의 황홀에 잠겨 있었다. 그리하여, 소란스러운 여행자들의 무리 속에 끼여 있었던 우리는 (그럼에도) 내적 고요에 감싸일 수 있었다. 또한,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그 더딘 여정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깊은 기도로 점철되고 있었다. 크나큰 신비(의 사건)이 곧 일어날 것임을 (지각하는) 사랑겨운 앎 안에, 영혼의 고요한 평화가 시간의 완만한 흐름을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3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그 밤을 묵어가게 해달라고 청할 때마다 번번히 거절 당한 우리에게, 초라한 동굴의 (위치를) 일러준 것은 몇몇 목자들이었다. 동굴은, 그 누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기꺼이 맞아들일 태세로 있었던 것이다.
4 '거룩한 밤'이었다. 오랜 세월의 기다림이 끝나는 밤이었다. '빛'을 향해 열린 밤, (그리스도의) '첫번째 오심'의 시대가 영원히 끝나는 밤, 영원히 저물지 않을 새날이 시작되는 밤이었다.
5 이 밤에 하늘은 땅과 결합되고, 천사들의 노래는 작은 이들, 가난한 이들, 순결한 이들의 음성과 어우러지며, 목자들에게는 모든 백성에게 기쁨이 될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 가 태어나셨다."(* 루가 2,10-11 참조)
6 너희는 나와 함께 몸을 숙이고 입맞춤과 눈물, 따스함과 사랑, 부드럽고 애정 깊은 자상함으로 '아기'를 에워싸 다오. 이다지도 작은 ('아기'), 갓 태어나신 그분은 매서운 추위 때문에 눈물을 흘리신다. 온 세상을 뒤덮은 심한 혹한 때문에 소리내어 우신다. 목자들처럼 너희도 순박한 선물을 그분께 가져 오너라. 너희의 사랑 가득한 사제다운 마음이야말로 그분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7 그리고 너희 역시, (내가) 오늘 너희에게 주는, 큰 기쁨이 될 소식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영광 중에 이루어질 그분의 '두번째 성탄'이 가까워지고 있다. 너희 역시 긴 여정의 막바지를 통과하는 중이고, 너희 역시 (그리스도) '재림'시대의 종점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그러므로 나와 함께, 또 내 정배 요셉과 함께, 이 새로운 (시대) 전야의 값진 시간을 보내어라.
8 너희의 깊은 침묵으로, 오늘날 온 세상에 창궐한 말과 영상의 극심한 소음을 덮어 싸기 바란다. 너희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도를 통해,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고 또 장차 영광에 싸여 오실(* 묵시 1,8 참조) 주 예수님과의 사랑겨운 대화를 계속하여라. 그리고, 참으로 위협적이고 모든 이에게 몹시 고통스러운 이 너희의 나날들이 영혼의 고요한 평화로 점철되게 하여라.
9 이 대환난기 막바지의 사나운 파도를 타고(서도), 너희는 아무 탈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거부하며) 여전히 닫혀 있는 문들이 보이지만, (그렇더라도) 괴로워하지는 말아라.
10 내 '티없는 성심'이 (바로) 이 '재림' 시기를 마감하는 빛나는 동굴이다. 이 티없는 성심의 개선과 때를 같이 하여 예수께서 영광을 두르시고 너희에게로 다시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