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한 나이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만학도의 특성상 매일 가지않고 주 2일만 등교한다. 수업은 야간에 진행되어 주간에 효율적인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중에 모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여기엔 60세 이상이라는 등록조건이 있었다. 선착순 40명이라는 모집공고를 보고 1번으로 신청했다. 교육기간은 주2~3회로 1회에 3시간씩 총 30일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강료는 전혀 없고 학습과목도 알차게 배치되어 있어 나에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접수순이라 당연히 합격은 되었고 지난 3월 중순에 개강하여 어느덧 수료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좋았던 것은 모두 우리나이에 맞게 짜여 있었다. 첫번째 과목은 바리스타 였다. 평소에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기회가 찾아왔다. 커피의 생산국가가 모두 적도 부근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그러니까 커피나무는 아무곳에서나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 쓰나미처럼 밀려와 전국을 가리지 않고 커피 신드름이 일고있다. 5회 × 3시간의 교육을 받으니 생두를 뽂고, 갈고, 에스프레소를 내릴줄 알고 아메리카노를 비롯하여 라떼까지 만들어 보았다. 장사 중에서 물장사가 가장 이윤이 많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물장사가 술인데 이번 교육을 통해 커피도 여기에 추가 해야한다. 커피야 말로 전형적인 물장사의 중심에 서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경우 물과 커피의 비율이 9:1 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아메리카노는 처음부터 만들어 지는것이 아니었다. 뽂은 커피로 먼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물을 타는게 아메리카노다. 즉 에스프레소와 물의 비율은 1:7 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물과 에스프레소의 희석 방법이 맛을 좌우한다. 물과 에스프레소를 혼합할때 물 먼저 붓고 에스프레소를 나중에 부어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이름도 바뀌어야 한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탈 경우는 이름이 롱블랙이다. 커피의 상식을 알았고 교육기간에 맛있는 커피를 내손으로 내려 마시는 즐거움도 있었다.
두번째 수업은 생활도예 였다. 흙으로 찻잔과 연필통을 만들었다. 유약을 입히고 가마에 굽는 것은 교수와 담당자의 몫이었지만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세번째 과목은 바른자세로 걷는 연습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스테이지에서 워킹도 하여 시니어모델을 연출해 보기도 했다. 바른자세로 걷기의 중요성을 배웠다.
네번째 수업은 제과제빵 시간으로 제과점에서 파는 총 다섯가지의 빵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첫날은 머핀을, 2일차는 버터떡, 3일째는 카스바, 4일째는 카스테라, 5일째는 만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만드는 제과는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 맛과 영양면에서 시중 제과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내가 만든 빵을 집으로 가져와서 식구들과 먹었다는 거였다. 다섯번째 수업은 요즘 전국 어딜가나 핫한 스포츠로 각광을 받는 파크골프를 배웠다. 엄청난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는데 나도 드디어 입문했다. 이번 교육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방관자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15시간의 집중 교육으로 바른자세와 스윙연습을 충분히 했고 실내연습장과 야외에도 몇번 다녀왔다. 아직 숙련된 사람들이 치는 코스는 밟아보지 못했고 연습을 위해 만들어 놓은 9홀 연습장 이었다. 이번 과정에 교육생이 무려 40명이 되어 다소 어수선한 면도 있었다. 그중에 일부 학우들의 돌발행동에 맘 상한적도 있었다. 내가 운영진에 뽑혀서 나름 열심히 봉사를 했다. 권리와 의무는 없는곳인데 여기에 튀는 사람이 한두명이 있었다. 무엇을 해도 태클을 걸어서 교육 말미에 은근히 짜증이 나서 수료후의 모임에는 빠져 나왔다. 즐거워야 할 모임에 마음을 상하면서 까지 참여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모임을 하나씩 정리해야 하는 싯점에 이런 사람을 더이상 볼 필요는 없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40명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교육을 마쳤고 소기의 목적도 달성 했으니 틈틈히 파크골프를 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