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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교사와 설교자(Meister Eckhart, Teacher and Preacher)/버나드 맥긴(Bernard Mcginn)편역

작성자peter|작성시간17.11.15|조회수519 목록 댓글 2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교사와 설교자, 버나드 맥긴 편집 -


영국 신학자 존 맥콰리(John Macquarrie)는 ‘그리스도교 신학원론에서(Principles of Christain Theology)’신학과 철학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신학은 신,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한 믿음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고 철학은 인간 이성과 일반 경험을 빌어 세계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구분 짖습니다. 그러나 현대철학에 이르러선, ‘철학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philosophie?)’에서 들뢰즈와 과타리는 철학이란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극한의 경계선까지 몰고 가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또 새로운 물음의 장을 여는 역할을 하는, 존재 생성의 근본적 물음을 던지는 학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미 예전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이러한 철학의 경향을 신학의 일반속성에 포함하여, 신학은 이성의 논술방식을 채택하면서 신에 관한 사정들을 취급하기 때문에 가장 사변적이고 고상한 학문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후에 반이성주의와 대문자로 소급되는 모든 학문을 부정하는 현대철학 사조를 잉태하기는 했지만, 신학과 가장 가까운 학문이라 할 수 있는 철학은 인간이성을 시험대에 놓고 때론 이를 뿌리째 흔들면서 인간의 존재와 세계의 원리에 대해 근원적으로 물음을 던집니다. 철학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존재의 경계선 상에서, 인간 역량의 극한점에서 가장 숭고한 존재를 증명하고 설명하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친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흔히 전해 듣고 있는 신학자의 이름들 일 것입니다. 여기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이러한 철학과 신학의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을 투신하여 신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했던 독일 신비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8)의 저술들을 재편집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교사와 설교자(Meister Eckhart Teacher and Preacher, Paulist Press, 1986)’입니다.

     

버나드 맥긴(Bernard Mcginn)신부님은 이 책을 1부 교사(Teacher)와 2부 설교자(Preacher)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1부에는 1311년부터 1313년까지 파리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성한 글과 1314년부터 1326년까지 스트라스부르크와 쾰른에서 가르치고 설교하면서 작성한 글을 발췌하여 편집된 내용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2부에는 6개의 라틴어본 강론과 24개의 독어본 강론들이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시에나 가타리나 성녀가 에카르트 선생의 글에 영향을 받아 적은 글이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1부 ‘교사’는 강의형식의 글로 되어 있습니다. 당시 학계에 지배적이었던 토마스아퀴나스 및 마이모니데스의 철학적 개념과 언어를 빌어 성경의 의미를 해석하고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되어 있고, 사람들의 노트에 기반을 두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반면 2부의 글들은 강론형태의 글로써 1부의 글보다는 구두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철학적 개념을 통해 성경의 말을 해석하기보다는, 성경 자체의 의미가 영적 성장에 어떻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고 신앙인의 삶에 적용/해석가능한지 보고 있습니다. 라틴어 설교집은 주로 신자들이 강론시간 때 받아 적은 내용으로 편집되어 있어 내용 정리 및 요약 형식의 글들이 특징을 이룹니다. 한편, 독일어 설교집은 직접 자신이 작성한 원고가 영문번역 된 형태로 이뤄져있습니다. 라틴어 설교집은 주로 내용 정리 및 논리적 전개의 흐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독일어 설교집은 전달화법으로 되어 있어 내용을 따라 이해하는데 크게 거리낌 없이 청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주요 문제는 첫째, 철학적 신학에 있어 신의 존재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과 둘째, 그리스도안에 자신을 드러내신 ‘숨어있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에크하르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상가는 당시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이 두 사상가들이 안고 있던 신에 대한 물음은 에크하르트가 자신의 방식대로 신에 대해 설명하는데 큰 자양분이 됩니다. 이 책을 편집하신 맥긴 신부님은 에크하르트가 토마스 아퀴나스와 마이모니데스의 사상의 절충점을 찾아 가는 과정을 직접 목도해 보길 독자들에게 원하셨습니다. 주로 두 사상가의 텍스트 속에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글들을 채택해 편집되어 있습니다. 최근 국문된 번역된 덴칭거 신경편람 #501-529에는 에크하르트 사후 1년 뒤인 1329년에 교황 요한 22세에 의해 단죄된 부분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에크하르트가 교회의 정통 교의를 벗어나 당시 도그마라 여겨졌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체계와 다른 노선을 택해 오히려 마이모니네스의 부정의 방법에 따라 신안에 그 스스로 어떤 특징도 존재하거나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이해불가능성')을 전면 내세웠고, 아울러 종국에 가선 범신론으로 기울어진 에크하르트 사상은 전통 가톨릭 교의와 반대됐기 때문에 그 당시 교황 교칙서에 단죄로 인정됐습니다. 한편, ‘숨어있는 신’의 개념은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와 사물의 실체와 신의 존재를 부정과 탁월의 방법을 택하여 논증할 때 전방위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당시 스콜라철학의 사유에 영향을 준 아비세나나 아베로스의 이슬람 철학가들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 그리고 마이모니데스 사상의 접점을 모색한 그 흔적이 이 편집본에 곳곳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에크하르트가 줄곧 사용한 ‘부정의 방법’과 ‘탁월의 방법’의 사유방식은 무엇일까요?

     

마이모니데스와 토마스아퀴나스, 그리고 에크하르트와의 대화라 할 수 있는 부분은 1장 탈출기 해설 중 ‘신에 대한 이름에 관하여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에크하르트는 아비세나 및 아베로스의 사상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비세나나 아베로스처럼 마이모니데스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모니데스의 사상을 토마스 아퀴나스의 그것보다 더 적극 받아드립니다. 본 책 ‘탈출기 15:3’에서 신의 이름을 설명하는데 있어, 아비세나가 사용했던 탁월의 방법(via eminentiae)에 따라 신을 더 탁월한 개념으로 승화시켜 증명하다도 궁극적으론 마이모니데스의 부정의 방법(via negationis)에 따라 신의 이름에 대해서 논증하는 방법을 따릅니다. 인과법(via causalitatis: 인과율에서 제1원인인 하느님께 이르는 방법)을 통해 신의 이름에 대해 증명하지만, 인간은 신이 무엇인지 보다는 신이 무엇을 했는지 만을 증명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신의 존재를 논증하는데 있어 어떤 존재의 성질도 더해질 수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신의 존재의 한정성을 부여하는 것을 부정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부정의 방법’은 신의 존재를 설명하는데 유일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에크르하르는 아퀴나스의 사상을 정면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퀴나스의 ‘탁월의 방법’을 통해 존재(esse)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아퀴나스와 동일하게 선한 것(bonum) 그 이상으로 존재 일자(esse unum)을 설명합니다. 이 존재 일자가 부정의 방법에 따라서만 설명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에 이러한 에크하르트의 부정의 방법은 집회서의 그의 9번째 설교문에서 요한 22세 교황에게 단죄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더욱이 성도미니코 축일 미사에서 강론한 라틴설 교문에선 신과 창조물간의 변증법적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그의 사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신과 창조물간의 변증법적 관계는 부정의 방법과 탁월의 방법을 이용해서 신의 존재를 설명하려는 판단으로, 결론에 가선 ‘모든 것 안에 있는 신’이라는 범신론으로 번지기까지 합니다. ‘대자’가 창조물이라면, ‘즉자’와 대립과 모순을 포함한 ‘즉자대자’의 존재가 구분 가능해야 하는데, 에크하르트는 이를 동일시하여 즉자도 신이고 즉자대자도 신이라는 귀결로 치달아 ‘모든 것 안에 있는 신, 그리고 모든 것 위에 있는 신’이란 결론을 내게 됩니다. 탁월의 방법으로 아퀴나스 사상을 포용한 결과물로서 모든 것 위에 있는 신이란 결론은 탐탁하게 받아들여 졌을 지언정, 부정의 방법에 의한 대자에 반해 신을 즉자로 적용한 것은 오류였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탁월의 방법에 따라 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도 궁극에 가선 마이모니데스의 부정의 논리를 따른 새로운 시도가 어찌 보면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던 것 같습니다.

     

과연 신은 모든 것에 존재하기도 하면서, 또 이러한 모든 것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있어 우월한 신의 존재(God is in all creatures, he is also above them all, 라틴설교9)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에크하르트는 이후 이에 대한 답을 정통교리에 근거하여 명확히 제시하고 있진 않으나, 이 질문을 당대 지성사에서 도출해 보려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존재한다는 것은 당시 지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마이모니데스의 부정의 방법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탁월의 방법의 통교불가능성의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종합해 보려는 시도에서 나왔습니다. 에크하르트의 깊이 있는 사색의 결과물은 우리 신앙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인문학에 메마른 일상생활을 일깨우는 것 같습니다. 개념을 떠나 객체 종합의 관점에서, 너와 내가 혼융되는 지점은 서로의 벽을 허물고 있는 그대로 나와 타자를 바라볼 때 가능할 것입니다. 종합(conjunction)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나'를 이탈한다는 반인간적 사유의 시작 지점은 단지 나는 일개 인간일 뿐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개체에 대한 배타적 자세보단 그 안으로 부터 들어가 이해하기 시작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에크하르트가 당시 고민했던 두 논리를 종합해보려했던 사상은 현대 다원주의 시대의 상이하고 이질적인 가치의 특이성을 관통할 보편적 진리를 재고찰 해 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편집한 버나드 맥긴 신부님은 부정의 방법과 탁월의 방법 사이에서 에크하르트가 어떤 고민을 했고, 후에 이단교리로 단죄될 때까지 어떠한 사상의 깊이에서 하느님을 찬미했는지 그 절실한 고민의 흔적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을 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부님은 부정의 방법을 기저 두고 사유의 필력을 펼쳤던 주해서와 강론집들을 선별하여 책을 편집하지 않으셨을까요. 탈출기, 지혜서, 집회서, 요한복음에 대한 주해들의 성격은 모두 이러한 사상가로서의 고민이 충분히 깊이 묻어 있는 책들입니다. 설교집에서도 가장 문제시 되는 라틴 설교9번을 가장 처음에 배치하였습니다. 편집자의 의도대로 2부 처음에 나오는 라틴 설교 9번을 먼저 읽으시고, 부정과 탁월의 방법사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에크하르트의 사유의 흔적과 지도를 살펴보신 뒤 다시 앞부분, 탈출기에서부터 차근히 에크하르트와 철학적 사유의 여정을 걸어가시는 것이 더 쉽게 글 전체를 파악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때 칸트(I. Kant)는 ‘철학’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철학’대신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생각하는 활동인 ‘철학함’을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철학함을 통해 하느님에 대해서 더 잘 알기를 원하는 도미니칸의 영적 유산을 스승 에크하르트로부터 이 책과 함께 누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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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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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회화나무 | 작성시간 17.11.16 항상 책을 정성껏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히 수사님의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해서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삶의 중심에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께서 자리하심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하루를 지내겠습니다.
  • 작성자김예주 | 작성시간 17.11.16 와~우!
    정리와 깊이 있는 내용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마이스터 에카르트의 담겨진 심오한 사상에 늘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단교리로 단죄 받은 것이 안탑깝습니다. 에카르트가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각은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분이 얼마나 하느님에 대한 깊이를 부정의 방법과 탁월한 방법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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