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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중에서

작성자유기웅|작성시간12.04.25|조회수378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산월기.hwp

 

  이제까지는 줄곧 내가 왜 호랑이가 되었는가 하고 이상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왜 이전에 인간이었던가 하고 생각하고 있질 않겠나. 참으로 무서운 일일세. 이제 조금 더 지나면 내 안의 인간의 마음은 짐승으로서의 습관 속에 푹 파묻혀 사라져버릴 것이라네. 마치 옛 궁궐의 초석이 점차로 모래흙 속에 묻혀버리듯이 말일세.

 

 

  나는 시(詩)로써 명성 얻기를 원하면서도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려고 하지도 친구들과 어울려 절차탁마(切磋琢磨)에 힘쓰려고도 하지 않았다네. 그렇다고 해서 속인(俗人)들과 어울려 잘 지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지. 이 또한 나의 겁많은 자존심과 존대한 수치심의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걸세.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차례로 떠나 수치와 분노로 말미암아 점점 내 안의 겁많은 자존심을 먹고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네. 인간은 누구나 다 맹수를 부리는 자이며 그 맹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각 인간의 성정(性情)이라고 하지. 내 경우에는 이 존대한 수치심이 바로 맹수였던 걸세. 호랑이였던 거야. 이것이 나를 손상시키고, 아내를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급기야는 나의 외모를 이렇게 속마음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버리고 만 거라네.

 

비가 촉촉히 내리는 저녁입니다. 소설분과 여러분,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방금전 백가흠 교수님의 추천으로 나카지마 아쓰시의 <산월기>를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참 많은 감정을 느끼네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산월기의 주인공 '이징'이 처한 고민과 사색에 빠져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문열 말마따나(참고로 이 작품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9권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수입이론 대리점 같은 강단에서 익힌 서푼어치 지식을 이빨과 발톱으로 삼고 닥치는 대로 예술가를 물어뜯는 삼류 평론가'처럼 되어버린 제 자신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한 충격과 공포, 그리고 실망을 한번에 맛보고 있네요.

 

부디 소설분과 여러분, 호랑이가 된 이징의 길이 아닌, 좀 더 다른 길로 가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물론.... 저도 호랑이가 되지 않게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헤헤.

 

벅찬 감동을 미처 글로 다 표현할수도 정리할수도 없어, 답답함에 산월기의 전문 텍스트를 첨부했습니다 ^^;

5월 합평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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