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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천 작 품

우리집에 왜 왔니 (이시하)

작성자정태경 (1기)|작성시간07.12.06|조회수32 목록 댓글 2
    

우리집에 왜 왔니

 

       이시하

 

어둠을 파고 시궁쥐 눈깔 같은 봉숭아 씨앗을 심을래요 모르는 집 창문에 애절히 피어나 모르는 그들을 울게 할래요 봉숭앗빛 뺨을 가진 어린 손톱에 고운 핏물을 묻힐래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서둘러야 해요 나를 통과해 가는 그대의 눈을 볼래요 너무 오래 견딘 상처는 아물지 않아요 몹시 처량해진 나는 모르는 집 창문 밑에서 울 거예요 당신을 부르며 울 때 사람들은 어두워져요


문이 닫혀요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는 처음 해봐요 나는 늘 술래이고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요 가위바위보가 문제에요 나는 주먹만 쥐고 있거든요 아무도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당신도 곧잘 숨는다는 걸 알아요 이제는 내가 숨을래요 꽃 피지 않는 계절에 오래도록 갇혀있을 거예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봉숭아꽃이 만발했어요 보세요 정말 내가 모르는 집이에요 창문 밑에 피어난 저 붉은 봉숭아! 무슨 꽃은 봉숭아꽃이어야 해요 당신은 봉숭아꽃을 찾으러 온 거예요 나는, 나는 꽃 피지 않을 거예요

아무도 찾지 못해요 문은 열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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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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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서후리 | 작성시간 07.12.06 2006년 '지용문학상 ' 당선작이군요. 이시하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조금 모자란 듯 , 비어있는 듯, 담담하게 아스러지는 물처럼 시를 쓰고 싶다”며 소망을 밝혔지요.
  • 답댓글 작성자정태경 (1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12.06 네 그렇습니다 가슴이 아득한 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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