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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없는 건 교회 탓이 아닐 수도 있다.

작성자All is well|작성시간26.06.08|조회수41 목록 댓글 0

[은혜가 없는 건 교회 탓이 아닐 수도 있다]


감기몸살을 앓고 난 후에는 입맛을 잃게 된다. 무얼 먹어도 입이 쓰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밥맛을 되찾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오랜 노동으로 지친 사람이나 며칠을 굶은 사람은 평소에 맛없다고 여기던 음식도 꿀맛처럼 먹는다.


그렇다면 그 음식은 과연 맛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먹는 사람의 상태가 문제인 것인가.

줄 서서 먹는 밀면 집. 그런데 맛이 그냥 그랬다. 사실, 그 날은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


우리가 "맛이 없다"고 말할 때, 사실 그것은 음식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상태를 반영한 주관적인 평가일 때가 많다. 물론 음식 자체가 형편없어서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먹는데 나만 유독 맛없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 내 몸의 상태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


어느 주일, 예배당에 처음 보는 얼굴이 앉아 있었다. 설교를 전하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는데, 그는 주보를 만지작거리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분은 우리 교회 교인이 되기 어려울 것 같아. 예배에 집중을 못 하는 걸 보니, 우리 교회가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


그날따라 설교도 썩 잘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더해졌다. 그런데 과연 그 판단은 온전히 옳은 것이었을까.

 

***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한 번 보고, 한 번 느끼고, 그것이 전부인 양 단정짓는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도 그 영혼 깊은 곳까지는 다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그런 우리가 한 번의 예배, 한 번의 만남으로 어떤 사람을, 어떤 공동체를 다 알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얼마나 섣부른 일인가.

 

***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우리가 "맛있다"고 말할 때, 실은 닭이 맛있는 것도, 밀가루가 맛있는 것도 아니다. 치킨은 각종 양념과 소스가 어우러진 맛이고, 피자는 도우 위에 얹힌 토핑과 치즈의 조합이 내는 맛이다. 결국 우리가 맛이라 부르는 것은 재료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잘 버무려진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몸이 아프거나, 배 부른 상태에서는 무얼 먹어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떤 교회가 은혜롭게 느껴질 때, 그것이 순전히 말씀의 깊이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와 시스템과 설교자의 언변이 그럴듯하게 어우러진 양념 맛에 이끌린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어떤 교회가 은혜롭지 않게 느껴질 때도, 그것이 정말 그 공동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지금 내 영적 상태가 메말라 있기 때문인지 먼저 자신을 살펴야 한다.

 

***


맛은 음식에만 있지 않다. 맛을 느끼는 혀의 상태가 먼저다.


은혜도 마찬가지다. 은혜를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은 어디서든 깊은 맛을 느낀다. 그러니 "맛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교만을 내려놓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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