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단 상

그 작은 친절

작성자All is well|작성시간26.06.09|조회수39 목록 댓글 0

[ 그 작은 친절 ]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가 재미있는 사연 하나를 들었다.


한 청취자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는데,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가 다짜고짜 반말로 물었다고 한다.


"왜 왔어?"


순간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그도 똑같이 반말로 대답했다.


"아파서."


의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제야 존댓말로 말을 이어갔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잠시 후 대화는 다시 평온해졌다. 그런데 의사가 무심코 또 반말을 했다.


"검사는 금요일에 할 거야."


이번에도 그는 가만있지 않았다.


"상관없어."


결국 의사는 당황한 얼굴로 차트를 정리했고, 그는 진료실을 나서며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어리다고 반말하지 마세요."


웃으면서 들은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존중해 주기를 원한다. 무례한 말을 들으면 똑같이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상대가 차갑게 대하면 나도 차갑게 대하고 싶고, 상대가 불친절하면 나 역시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그런 모습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전화 통화가 아닐까 싶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여보세요"라는 한마디에도 온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집사님, 안녕하세요?"
"권사님, 반갑습니다."


그 짧은 인사 한마디에 상대방의 마음이 환해진다. 아직 대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기분 좋은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반대로 무뚝뚝한 목소리로 "네." 하고 받거나,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면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생각해 보면 인사는 아주 작은 행동이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큰 수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닫아 버리는 빗장이 되기도 한다.


교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 왔기에 서로가 익숙하다. 하지만 처음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마치 전학 온 학생이 처음 교실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 모두들 서로를 알고 있지만 자신만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어색하다.


나 역시 처음 동락교회에 부임했을 때 그런 마음을 느꼈다.


설교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물론 성도님들은 따뜻하게 맞아 주셨지만, 새로운 공동체에 들어선 사람만이 느끼는 긴장감이 있었다.


아마 처음 교회에 나온 성도님들의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그때 누군가 먼저 다가와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처음 오셨죠? 반갑습니다."
"식사 같이 하실까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이런 작은 친절 하나가 낯선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교회를 따뜻한 집처럼 느끼게 만든다.


반대로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이 교회에 계속 나와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다.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다. 먼저 미소 짓는 사람이다.


신앙은 거창한 말보다 작은 태도에서 드러난다.


서로를 존중하는 말,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 속에서 그 사람의 믿음이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하는 것,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상대를 존중하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바로 그런 작은 모습들이 빛이 된다.


믿음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언어도 깊어져야 한다. 신앙의 연륜이 쌓일수록 우리의 태도도 더욱 부드러워져야 한다.


오늘도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 보자.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어 주고, 

먼저 손 내밀어 보자.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작은 친절 하나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