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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주권

작성자All is well|작성시간26.06.13|조회수35 목록 댓글 0

[행복의 주권]


천주교 황창연 신부님이 교우들에게 들려준 일화가 있습니다.


성당에 다니는 한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컴컴한 방 안에 홀로 앉아 과거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에 붙들려, 하루하루 벽만 바라보며 지내신 것입니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날, 할머니는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었습니다. 할머니는 자녀들을 기다렸습니다.


"큰아들이 와서 사주겠지, 작은아들이 와서 사주겠지."


그렇게 기다렸지만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아들과 며느리들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냉면 한 그릇 먹지 못한 채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으면 직접 카페로 가듯, 행복도 누군가가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할머니의 마음에는 서운함과 원망이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추석 명절이 되어 자식들이 모이자, 할머니는 참았던 서운함을 한꺼번에 터뜨렸습니다.


"이웃집 누구 엄마는 자식들이 와서 갈비도 사주고 냉면도 사줬다더라. 너희는 도대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화를 내고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던 할머니는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며 속에 담아 두었던 감정을 쏟아놓았습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신부님은 뜻밖의 충고를 건넸습니다.


"할머니, 왜 자식들을 기다리기만 하셨습니까? 냉면 한 그릇에 만 원이면 직접 사 드실 수 있잖아요. 왜 그 돈을 아까워하면서 자식들이 안 사준다고 서운해하십니까?


이제는 컴컴한 방 안에 앉아 전쟁 이야기나 옛날 기억에만 매여 살지 마세요. 밖으로 나가 드시고 싶은 것도 사 드시고, 친구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세요. 남은 인생은 남 눈치 보지 말고 할머니 자신을 위해 돈도 쓰고, 맛있는 것도 드시면서 즐겁게 사셔야 합니다."


신부님은 불만을 토로하는 할머니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준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 할머니처럼 살아갑니다. 스스로 어둡고 답답한 방 안에 머물면서,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는 결국 실망으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내 행복의 주권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습니다.


이제는 마음속의 어두운 먹구름을 걷어낼 때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운해하기보다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합니다. 나 자신을 아끼고 대접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원망 대신 감사가 찾아오고, 불평 대신 기쁨이 찾아옵니다.


내 행복의 주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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