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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었으면, 이제 맡길 차례입니다.

작성자All is well|작성시간26.06.15|조회수24 목록 댓글 0

[심었으면, 이제 맡길 차례입니다.]

 

충북 산척면에서 고구마 농사를 만평 넘게 짓는 농부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고구마 순을 심고 나면, 우리는 일주일 동안 밭에 절대 가지 않습니다. 가봤자 속만 상하거든요."


막 심어놓은 고구마 순은 일주일 사이에 이파리가 거뭇하게 다 시들어버린다. 처음 보는 이라면 "다 죽었구나" 싶어 덜컥 겁이 날 정도다. 하지만 경험 많은 농부들은 눈을 딱 감고 일주일을 기다린다. 다시 밭을 찾았을 때, 죽은 줄만 알았던 고구마 순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대지 위로 파릇한 새싹을 돋우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농부들이 밭에 가지 않는 것은 방치가 아니라 선택이다. 근심으로 밭두렁을 서성이는 대신, 땅의 생명력을 믿고 기다림을 택하는 것이다. 순을 심어놓고 살까 죽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애를 태운들, 작물은 우리의 불안을 알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걱정이 농부 자신을 먼저 지치게 만들 뿐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라." (고전 3:7)

수천 년 전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곁의 푸른 고구마밭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지금은 무언가를 심는 계절이다. 온 들판이 푸르게 깨어나는 생명의 계절에 우리는 저마다의 밭에 소중한 것을 심는다. 자녀의 미래를 심고, 가정의 평화를 심으며, 노년의 안녕을 심는다.


그런데 심고 나서도 우리는 너무 자주 마음의 밭을 기웃거린다.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루고, 자손들의 앞길을 염려하며 한숨을 쉰다. 눈앞의 이파리가 조금만 시들어 보여도 당장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고구마 농부의 지혜를 빌리자면, 때로는 눈을 딱 감고 돌아서서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우리의 근심이 한 뼘의 키도 더하지 못하듯, 걱정한다고 해서 자녀의 앞날이 더 밝아지거나 꼬인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맡기고 기도할 때 마음에는 고요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하나님이 내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라게 하시는 분이 따로 계신다는 것. 이것이 농부들이 흙 위에서 터득한 믿음이며, 우리가 이 계절에 다시 배워야 할 삶의 지혜다.


소중한 것을 심었다면, 이제는 온전히 맡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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