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우를 조심하라]
포도원을 망치는 것은
사자가 아닙니다. 호랑이도 아닙니다.
성경의 아가서 2장 15절은 우리에게 뜻밖의 경고를
건넵니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사막여우는 작은 발발이 개만 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짐승이 봄밤마다 포도원에 몰래
들어와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껍질을 벗겨
먹습니다.
결국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히기도 전에 포도원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크고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
결국 모든 것을 허뭅니다.
베란다 난간에 화분을 걸어두고 꽃을 심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보니 화초 하나가 유독 기운이 없었습니다.
잎사귀가 반쯤 갉아 먹힌 채로 축 늘어져 있었지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흙을 조심스럽게 파보았더니,
도토리만 한 달팽이 두 마리가 흙 속에 숨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습니다.
다른 화초들은 모두 잘 자라는데,
그 화초만 밤마다 달팽이에게 갉아 먹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다고 해서 해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큰 사건이 아닙니다.
사소한 화냄,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풀지 않고 묵혀둔 오해, 조금씩 쌓이는 서운한 감정.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달팽이처럼,
밤마다 조용히 사랑의 뿌리를 갉아먹습니다.
사막에서 평생 수도하며 모든 유혹을 이겨냈다는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깊은 영성의 경지에 올랐다고 칭송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향 사람들이 찾아와
그의 동생이 추기경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수도사의 마음은 곤두박질쳤습니다.
평생 쌓아 올린 영성의 포도원이,
'질투'라는 작은 여우 한 마리에 허물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거창한 악이 아닙니다.
아주 작고, 그래서 오히려 방심하게 만드는 내 안의
작은 감정들,
그것이 진짜 위험한 것입니다.
농부는 큰 짐승만 쫓지 않습니다.
새벽마다 작은 벌레를 잡고, 보이지 않는 곳에 약을
칩니다.
그래야 가을에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사랑과 가정 역시 그렇게 가꾸어야 합니다.
서운한 감정은 그날 풀어야 하고,
오해는 쌓이기 전에 말해야 하며,
작은 다툼은 작을 때 바로잡아야 합니다.
포도원에 꽃이 피었을 때, 작은 여우를 잡아야
합니다.
열매가 맺힌 뒤에는 이미 늦습니다.
사랑은 지켜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위협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작다고 여기는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