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옹주
어머니 곁을 떠나 온지도 벌써 횟수로 4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많이 컸는지 보시면 정말 놀라실 거예요.
어머니보다 키가 더 클지도 모릅니다.
(속삭이듯)보고싶으시지요? 어머니? 저도 그래요.
떠날때 문 닫고 내다보지도 않으셔서 서러웠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 심정이 사무치게 알아집니다.
(생각하다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어머니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많은 느낌을 갖게 할까요?
보고싶은 마음과 그리운 생각, 아무때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외로움과 무서운 생각 때문에 저는 늘 마음이 찢어질것만 같습니다.
집에가고싶어요. 어머니, 마음속에 있는 말은 입 밖에 내는 법이 아니라고 이르셨지만 정말 너무 쓸쓸한걸요.
혼자가 아니였으면, 내 편이 되어주고 정답게 말을 할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덕혜옹주. 옹주
꿈을 꿨어. 집으로 돌아가는 꿈이지. 여기서 대문을 열고 나가면, 길고 좁은 골목이 보이는 거야.
아무생각 없이 걸어가서 골목을 빠져나가면 어느새, 창덕궁 문 앞이 되는거야.
얼마나 좋아? 믿을수가 없어서 나는 막 뛰어가, 대궐에 들어가 보면 어머니가 문에서 기다리시지.
아버님하고 두 분이 웃으시면서 "덕혜 오는구나. 어서오너라" 하시지.
그런데 반가워서 가ㅏ이 가려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몸부림을 치는거야.
아.... 한발만 떼어놓으면 어머니 손을 잡는데, 아버님께 무서웠다고 여쭐수 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괴로워 하다가 깨곤하지.
덕혜옹주. 옹주
(애써 참으며) 아기가 가엽지 않으세요? 당신 자식이예요. 어리다고 해도 마음이 있는데
애미한테서 떼어놓으면 얼마나 상할지 생각해보세요. 네?
(차츰 자신에게 빠지며) 혼자 따로 떼어 놓아지면 얼마나 피붙이가 그리운지 얼마나 외로우며 막막한지 아무도 몰라요.
한밤중에 허허벌판에 혼자 던져진 것만 같은걸, 아닌척해도 언제나 불안하고 걱정스럽지...
세상에 혼자라는 조건처럼 사람을 주눅 들고 비틀어지게 하는 일이 또 있는줄 아세요?
아기까지 나처럼 가엾게 자라게 하지 마세요. 네? 다른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자라야지요.
(분노하며) 협박하는 건가요? (화내며) 아기가 울어요. 어서 데려오라고 하세요.
내 아기 정혜를 데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