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잘 한 일 세 가지>
1, 주님께 '왜 나냐고? 내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머리 아파야 하냐고?' 따지지 않은 것.
2. 남편 옷 사 준 것.(내 것 사고 싶은 것 절제하면서)
3. 어제 외식하고 싶은 것 참고 연어 구이해서 식구들 밥 해 준 것.
4. 미황사 수련 포기 한 것.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오해도 받을만 하니까 받는다'는 말이 참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내 눈이 아닌 상대방의 눈으로 보면 늘 내가 경솔하게 지나쳤던 부분, 보지 못 했던 부분을 보게 됩니다. 이 말이 그런 구실을 했습니다. 앞에서가 아닌 뒤돌아 서서 한겹한겹 생각을 헤쳐 뒤집어 보았더니 제가 싫어했던 일들을 고스란히 제가 했던 것입니다. 낯 부끄러웠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 된다'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든(선한 모습이든, 악한 모습이든) 내가 남보다 위에서서 내려다 보면서 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오해를 살 만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측은지심도 한 쪽으로 치우치면 탈이된다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측은지심이라 하여 무조건 입술에 올려서도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확신하는 버릇이 조금은 이번 일로 고쳐질 듯 싶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이 아닌 마음으로 확신하여 고운 사람 곱게 들이는 작업이 서툰 사람이란 것 깨달았습니다. 제가 보고 느끼는 일들이 대부분 입에서 갈아엎어지기 때문에 열매가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열매란 반드시 정해진 기간 동안 어둠 속에서 있어야 움도 트고 싹도 트고 뿌리도 내고 가지도 내고 잎도 피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는 사실에 둔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 어둠이 마음밭인 줄 늘 잊고 삽니다.
그래서 분주하게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늘 공허한가 봅니다.
이번 일로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박수 쳐 줄 일은 아파서 힘들어서 내게 온 사람에게 그래도 때갈때갈 대들면서 나를 합리화 시키고 나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왜 그렇게 보느냐고?' 따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 했습니다. 안 그랬으면 나보다도 더 그 사람은 아팠을 것 같습니다. 참 잘 했습니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옷이 참 많습니다.
아마도 많아서 입기 곤란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이 바뀌면 늘 입을 옷이 마뜩잖습니다. 이렇게 마뜩잖은 생각이 그득하니 백화점으로 발길이 돌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살 만한 옷가지들이 널려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 보면 그 옷이 그 옷입니다. 내 옷을 사려고 몇 번을 들었다 놨다는 반복하다가 '이것도 다 허다'란 생각을 하면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사실은 내 속사람에게 내심 내 겉사람의 치졸하고 옹졸하고 겉만 뻔드르르한 모습을 들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랬던 것 같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전 또 한 번의 낭비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허리가 조금 불어난 남편에게 줄 바지를 두 벌 사왔습니다. 이것도 참 잘 한 것입니다. 남편이 은근히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쉽고 편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제가 그랬습니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그랬을까요?
밥 사 준다는 남편의 낚싯밥을 덥썩 물뻔 했습니다. 주변엔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뻑 하면 외식을 한다는 것도 양심에 걸렸습니다. 남들 어려운 때 번들번들 윤기나게 산다는 것도 참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어 자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대신 몸공을 조금 더 들이면 거칠지만 소담스럽게 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만 5천원에 해물탕 한 팩, 연어 한 팩을 사 왔습니다. 연어는 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서 마요네즈에 달걀 노른자 부숴 넣고, 흰자는 마구마구 다져서 넣고 붉은 양파 다져 넣고, 매실 액기스 새 눈물만큼, 설탕 약간, 파 양간, 브로컬리 약간 다져 넣어 드레싱을 만들어 곁들였습니다. 그리고는 해물탕은 다시 씻어 양념을 만들어 끓였습니다. 역시 음식은 손이 많이 갈수록 맛납니다.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점심도 굶고 아이들 붙들고 씨름하다가 돌아온 남편이 행복해 했습니다. 먹는 즐거움도 무시 못 한다나요?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나도 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아 묵언수행이란 것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도 없이 덜컥 미황사 여름 수련에 등록을 했습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그랬노라고 했더니 남편은 난색을 표합니다. 그 때 자기가 출장이라서 집을 비워야한답니다. 아들도 일주일씩이나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속으로는 그 정도도 안 되나 싶어 삐죽거렸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랬습니다. 도장이 여긴데 어딜 간단 말입니까? 이 도장에서 실패하면 어디 간들 성공하겠습니까? 이곳에서 제대로 못 하면서 저긴들 제대로 하겠습니까 싶었습니다. 진짜 수련장은 여기 집이고 직장이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혀 한 번 차고 포기합니다. 사정이 허락되는 날 휴가처럼 다녀올 수 있는 데가 내 밖의 수련장이지 싶습니다. 치열하게 도 닦아야할 장소가 저기 저 밖의 수련장이 아닌 내 안의 수련장이지 싶습니다. 오늘 내일쯤 미황사에 다음에 가겠노라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참 잘 한 일 세 가지를 찾아보라 하시기에 찾아봤습니다.
지금이 새벽일까요 아침일까요?
전 늘 이런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좀 분명하게 알고 살아가면 좋을 것을 꼭 때가 지나서야 '아하~'하고 도 통한 소리 어설프게 내고 삽니다.
지나봐야 새벽인지 아침인지 알지요.
미리 '지금은 새벽이야 아침이야' 하고 살면 조금은 덜 덜컹거리면서 살 수도 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