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풍경소리 기념선집 표지디자인을 맡아 애쓰신 안상수교수님이 다녀가셨습니다. 문득 그냥 보고싶어서 왔다는 말로 인사를 건네며 함께 하루를 묵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도 그림그리는 시간을 갖으며 남모르는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사랑의 빚을 어찌 갚으며 살아가야 할까요.
예배는 '선택' 연습을 하며 드렸습니다.
첫째, 광주를 오늘 갈까, 다음에 갈까-다음에 가기로 선택했습니다.
둘째,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우산을 갖고 집에 갈까, 놔두고 갈까-마음은 놔두고 가라는 선택을 했는데,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우산을 들었습니다. 잠간 교무실을 정리하고 나서는데 비는 멈추었고, 내 손에는 여전히 우산이 들려있었습니다. 집에 까지 걷는데 비는 오지 않았어요. 제 꼴을 보며 혼자 삐식삐식 웃으며 걸었습니다.
그러한 저를 보는 좋은 하루였어요.
집에서 곤한 몸을 쉴 즈음 안교수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순천 근방에 왔는데 차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그러니까 광주에 갔으면 뵐 수 없었던 거죠.
광주에서 몇 사람과 약속을 해두어서 망설이다, '주일에 함께 읽어 볼 말씀'을 읽었고, '선택'연습하는 예배를 드리기로 선택했거든요.
결국 "이 글을 읽기로 '선택'하신 그대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아니, 이미 하느님의 은총이 그대에게 가득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하신 말씀은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
도무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입니다.
날마다 복된 하루예요.
다시, 새기고 싶어 글을 옮깁니다.
..................................
선택
선택! 선택이 다름을 만든다.
두 사람이 같은 일을 당하여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그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그들에게 그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둘 가운데 하나는 고마워하면서 그 일을 겪기로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투덜거리면서 그 일을 겪기로 선택한다.
이 선택이 그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마음대로 조정(調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할 것인지는
어느 정도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위엄 있고 존귀하게 만들 것인지 아닌지가 바로 이 선택에 달려있다.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나그네를 위한 일용양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