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뒷모습 / 재희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던
그해 6월의 들녘에는
햇살마저 바삐 걸어 다녔다.
어머니는 허리 굽혀 감자를 캐시고
아버지는 논두렁 물길을 살피시며
말없이 하루를 밀고 가셨다.
장독대 곁에 쌓여가던 흙 묻은 감자들,
젖은 수건처럼 어깨에 걸린 피곤함,
그 속에서도 저녁연기는
참 따뜻하게 피어올랐다.
나는 그 시절
왜 어른들의 침묵이 슬픈지 몰랐다.
바람 따라 흔들리던 보리 이삭처럼
세상은 그저 푸르고 넓기만 했다
해 질 무렵이면
붉어진 하늘 아래서
어머니의 그림자는 길어지고,
아버지의 발자국엔
흙냄새가 깊게 묻어났다.
다 지나간 계절인데도
6월의 뒷모습은 그리움 하나
가슴 한편에 천천히 물들이며
아직 내 마음 끝에서
조용히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