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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의 실험, '엔씨소프트 야구단' 뜰까

작성자이석호|작성시간11.02.04|조회수56 목록 댓글 1

 

'완벽한' 준비·'과감한' 실행… 열정으로 똘똘 뭉친 게임전도사
"야구와 게임은 소비층 겹친다" 프로 야구단 창단 새로운 도전나서

지난 연말부터 온라인 게임업계가 시끄럽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 때문이다. 그는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게임이 벌어지는 야구단을 창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소식은 게임업계를 비롯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다시 한번 상상도 못한 영역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게임사업을 시작했다는 김택진 사장. 그는 한국에서 통하는 게임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법칙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단다. 야구단 창단이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창단을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을 놓는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비즈니스 모델과의 적합성과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봤을 것이라는 기다. 회사측에서도 프로야구단 창단은 김택진 사장이엔씨소프트를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사업확장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야구와 게임의 주요 소비층이 겹치고, 공동으로 마케팅할 소재가 무궁무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평소한 말을 곱씹어보자.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닙니다. 온라인 게임이 성공하면 이를 활용해 영화화하거나 음악을 별도로 판매하는 등 확장할 수 있는 사업영역은 무한대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 활성화되려면 게임업체들은 모험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가 단지 야구가 좋아서 야구단 창단을 결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사장이 올초 직원들에게 “아직 완전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하게 된다면 야구장과 같은 실제 공간에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창조해내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미 미국과 일본의 게임·IT 기업들은 스포츠 사업을 통해온·오프사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일본 닌텐도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대주주이고, 일본 프로야구단 라쿠텐도게임업체다.

김사장은 야구단 창단을 검토하면서 회사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라쿠텐골든 이글스를 철저히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완벽하지 않으면 게임 출시도 미뤄

그는 이처럼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것도 옳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다.

그의 꼼꼼함은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도라고 본다. 게임의 콘셉트뿐 아니라 디자인, 그래픽 등 아주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공시를 번복하면서까지 아이온의 출시를 수차례 연기한 것도 결국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완벽하지 않으면 몇 년이고 다시 개발한다. 게임 개발과정 중간중간에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각 부서의 실무진과 임원진들을 한자리에 모아 실제 게임을 시연해 보고 평가하는 등 엄격하고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를 거친다.

프로야구단 창단은 자신이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게임은 한국문화 콘텐츠시장에서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게임 중독등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102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한 김사장이 프로야구를 통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다는 얘기다.

김사장은 지난 1월 유영구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등 야구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젊은이들을 골방에 가뒀다며 골방에 있는 젊은이들을 탁 트인 그라운드로 뛰어나오게 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택진사장의 프로야구단 창단을 두고 “역시 김택진”이라는 평가와 함께 “미친 짓”이라는 비난이 엇갈린다. 그가 “미친 짓”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97년 대기업의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17명의 직원과 함께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처음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시작했지만 곧 온라인 게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라며 “‘인터넷을 엔터테인먼트망으로 보고 게임을 한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엔씨소프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전은 쉽지 않았다.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 외환위기가 덮쳤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 돈으로서 버도 사고, 직원들의 월급도 줬다.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사무실에서 오늘날 김택진을 있게 한 ‘리니지’가 만들어졌다. 리니지는 신일숙씨의 만화를 온라인 게임화한 것이다. 유럽 중세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왕권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당시 게임업계는 김 사장의 도전을 ‘미친 짓’으로 여 겼다. 하지만 김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초고속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사장의 말대로 리니지는 대박을 터뜨렸다. ‘리니지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국적으로 PC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리니지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리니지게임을 하는 국내회원수는 300만 명, 전세계 회원수는 4500만 명에 달한다. 이 게임 하나가 벌어들이는 돈만 한해 13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는 리니지를 개발할 때만 해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 온라인 게임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뤄야 할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경영인으로서 닮고 싶은 CEO는 스티브 잡스다. 자신의 꿈에 모든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 때까지 그렇게 한 길을 파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존경받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론 강조하며 긴장 늦추지 않아

 게임 개발자로서 김사장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다. 그는 상상력을 게임 개발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그 역시 창조에 대한 고통 때문에 1년 365일이 괴롭다고 할 정도다. 그는 매주 시집에서부터 역사나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권 정도의 책을 골라 읽으며 방대한 지식을 섭렵한다. 또 새로 나온 휴대전화는 다 사서 써보고, 인기있는 영화나 드라마도 빼놓지 않고 보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몸소 체험하고 분석한다.

그의 성공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상상력과 함께 게임에 대한 열정이 깔려 있다.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각종 온라인 게임은 ‘실패를 해도게임에서 할 것이고, 성공을 해도게임에서 할 것’이라는 열정의 결과물이다.

김 사장은 198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며 소프트웨어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재학시절 컴퓨터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대학 선배인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과 함께‘아래아한글’을 개발했다. 한글타자 연습 프로그램인 ‘한메 타자’와 한메 타자의 대표적인 게임인 ‘베네치아’도 김 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과 동기들이 회로를 디자인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혼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대학 2학년 때에는 서울대에 처음으로 도입된 유닉스를 다루면서 ‘로그’ ‘넷핵’ 등의 게임을 짬짬이 즐겼다.

‘이런 텍스트게임 말고 그래픽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프로그래밍을 계속한다면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이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석사를 마친 김사장은 1990년 현대전자(현하이닉스)에 입사해 미국 보스턴 연구센터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글 기반의 인터넷을 연구했다. 한글 기반인터넷에서 웹 게시판을 만들어 댓글시스템을 처음 적용한 것도 김 사장 덕분이다.

성공 신화를 써온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2005년부터 야심차게 내놓은 리니지 후속 게임인 ‘길드워’와 ‘오토어 썰트’, 북미시장을 겨냥해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타뷸라라사’가 흥행에 참패했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김택진 사장이 물러나 고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비난의 목소리를 한번에 잠재운 것이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이다. 4년여간 130여 명이 참여, 23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아이온은 2008년 1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지 8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가 1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아이온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아이온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에는 25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2000억 원에 육박했다. 리니지와 아이온의 안정적인 성장에 따라 지난해 11월엔씨소프트는 시가총액 5조4000억 원을 돌파했다. 김 사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1조 146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한창 잘 나가고 있지만 김 사장은 ‘위기론’을 제기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성공했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위험이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기본에 철저하고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그는 직원들에게 “이미 대부분의 생활이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간 만큼 PC 환경에만 갇혀서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을 “변화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변화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 나가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고, 거기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업’ 강조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게임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오랫동안 많은 돈을 투자해 개발한 게임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김택진 사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분석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먼저 꼽힌다. 그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 어영부영하지 않는다. 또한번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이찬진 사장은 “김택진 사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서 성과를 얻으려는 욕심이 남다르다”며 “벤처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욕심, 고집, 갈망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택진 사장”이라고 평가했다.

투명하고 철저한 경쟁 논리를 통해 강해진 기업만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김사장의 평소 소신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뭉쳐야 산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100여 명의 개발자들이 3~4년 이상 매달려야 완성할 수 있는 집단창작물이라는 점에서 ‘협업’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 자신이 개발자인 만큼 개발과정의 변수와 고충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올초 임직원들에게 2011년 핵심 단어로 지난해에 이어 ‘협업’을 제일 강조하며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작은 이야기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전후 맥락을 공유해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며, 구성원들이 하나가 돼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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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석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2.04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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