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때와 장소, 맥락을 가리지 못한채 해서
온 국민이 '헉, 저 무슨 해괴한 소린가' 했던 저 말은
아시다시피,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실 그 분이 하셔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놓고 보자면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도현이 엄마가 자주 쓰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도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한듯.
*
아이들의 기억이 지성과만 연결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지난 시간의 아이들과 견주어 보아도 그렇고
기본적 사칙연산이나 글자 기억도 어렵다면
뭔가 좀 잘못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을 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다움과 선함이 있으니 괜찮다 싶기도 했지만,
발을 깨우고 몸을 깨워도 기억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자주 딴 생각을 하고 정신을 팔기에, 지난 주에 진심으로 혼을 냈다.
바라보기엔 버럭이고, 화를 낸다 싶어 보였겠지만,
기분이 안 좋아 집에 가는 차에서
엄마와 이야기 나누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했지만,
진심으로 그를 위해 버럭이라면 버럭했다.
. . .
몸이 안 좋아 금요일은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잠 속에서 헤맸다.
그리고 월요일 학교에 갔는데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이전의 글에서 전술했듯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고 어제와 오늘.
수와 셈이면 수와 셈, 말과 글이면 말과 글에서 정신 차리고 똑바르게 잘하는, 완전히 다른 그녀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덧셈과 뺄셈도, 또 구구단도 헷갈리지 않고 완벽하게 다 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삼일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문제는,
다음 날도 그런 정신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하루 반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 .
그리고 오늘,
해는 변함없이 동쪽에서 떴지만,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했던가?
오늘도 어제와 한결같이 주의집중하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녀석이 가진 장난스러움과 발랄함은 전혀 잃지 않았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심히 Extra lesson을 한들, 부지런히 Eurythmie를 한들
하루 아침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것들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 역시도 도움 수업과 형태 그리기 그리고 오이리트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교사의 의향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아이 역시.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고 따라 준 건 아닐까?
우리가 말하는 그런 세속적이고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그런.
미안하고 고마웠다.
*
이런 얘기를 하면.
'그래, 얼마나 가는지 보자' 하면서 지켜보는 분들이 있다.
그것도 좋은데
그 지켜보는 시선이, 그 마음이
의심이나 시기, 혹은 질투가 아니라
그 좋은 상태가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랑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혹, 더 오래 가지 않는다 해도
내가 그를 진실로 대하고 그로 인해 그가 나를 사랑하면
또 다시 그런 순간은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
좀 전에 한 2시간쯤 아이들과 야간 산행을 했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달빛에 기대어 정상에 올랐다.
하늘의 구름이 끼어 카시오페아도 북극성도 보이지 않았으나 잠시 기다리자 구름들이 금세 걷혔다.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찾고, 북극성을 찾는 순간
아주 크고 긴, 붉은 별똥별이 떨어졌다.
51년 동안 본 별똥별 중
가장 밝고 가장 길고 가장 아름다웠다.
나도 아이들도 탄성이 튀어나오고 방방 뛰었다.
( 실은 그 힘과 여운으로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모든 아이들의 심장이 쿵짝쿵짝 뛰었다.
아... 저 별똥별들도 아이들을 돕는구나..싶었다.
별똥별이 지나며 우주적 철분을 뿌려준다는데
그 기운을 듬뿍 받는구나...ㅎㅎ
막 감사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떠오른 것은
저녁마다 아이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두 분이 떠올라 그분들께 감사했고,
하늘에 감사했고 별똥별에 감사했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도, 도현 동욱어머니에게도 감사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떨어지는 별똥별이었지만
그 순간 소원을 빌기보단
감사함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
다분히 신비적이고
누구에게도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것도 사실인 걸 어쩌겠나...
진짜 고맙다.
아주 고마워 죽겠다.
혼자 있고 외로운 거 같지만
어쩜... 우린 정말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밤 지나고...
새벽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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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1.06 급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되어
갑작스럽게 학교살이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한밤중에 산에 오른 힘듦과 무서움을 얘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자기가 별똥별 봤던 때는 다 선생님이 있었다며, 선생님을 따라 다니면 별똥별을 볼 수 있다던, 한 아이의 말도 기억나고요.
어떤 기억은 사라지고
어떤 기억은 가슴에 남네요.
별은 내 가슴에~~ -
답댓글 작성자진선희(유단모) 작성시간 25.11.06 장승규 유단이가 돌아와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한마디로 총평(?)을 하더라고요. 평소에 그녀가 잘 안쓰는 '분위기'라는 말을 써서 오홍? 했던 참이었습니다.
오늘도 하루 잘 여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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