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수필에서 이야기 만들기 | ||||
| 글쓴이 | 이동민 | 날짜 | 2011-07-22 | 조회수 | 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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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서 이야기 만들기 일반적으로 이야기라고 할 때는 소설을 떠올린다. 수필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는 답이 나와야 수필쓰기에서 이야기 만들기의 방법론이 성립한다. 모든 문학의 기본 구조는 이야기 이다, 라고 한 쥬네뜨를 인용하면 수필쓰기의 기본 구조는 당연히 이야기가 된다. 포터 에벗은 주어와 술어로만 구성되는 문장도 이야기로 간주하였다.(서사학 강의, 우찬제 역) 그렇다면 수필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언어로 표현함으로 수필쓰기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야기는 나레이션(narration)이라는 용어를 번역한 우리 말이다. ‘서사’라고도 번역함으로 서사와 이야기는 같은 의미의 용어이다. 서사가 무엇인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야기는 어떻게 구조되며, 인간과 이야기 사이에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가?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며, 매체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펴보아야 수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필은 문학의 한 장르이므로 장르로서 특성을 지닌다. 수필에서 만드는 이야기는 장르로서 특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서사가 사실과 꾸민 이야기(fiction)를 모두 아우러지만 수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사실에 입각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이야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행하는 인간적인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필 또한 인간에 삶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수필 장르에서 이야기 만들기는 낯선 작업이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일상의 삶이란 하루의 생활 속에서 우리가 수많은 사건을 만드는 행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과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사건과 경험은 그 자체로는 단지 존재일 뿐이다.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언어로 바꿀 때는 바꾸는 사람, 즉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인 서술자(=작가)가 있어야 한다. 서술자가 존재를 이야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존재를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지한 내용을 다시 이야기로 바꾸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어야 비로소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렇다면 존재 대상물(사건이나 경험)이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에는 인지하고, 기억하고, 욕망이 작동하고, 언어로 바꾸는 몇 개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존재물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고 서술자에 의해 가공되고, 변혁되어서 다름 모습으로 이야기에서 재현한다. 이처럼 다른 모습으로 바뀐 것이 서술자의 이미지이다. 서술자가 만든 이야기에는 대상물 자체가 아니고 서술자가 인지한 내용물을 이미지로 바꾸어서 표현한다. 즉 이야기는 서술자가 어떤 대상을(사건이나 경험을) 해석하고, 평가한 것을 다시 언어로 바꾼 것이다. 이야기는 언어이므로 언어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이야기는 주어와 동사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언어의 소산물이다. 이야기의 소재는 언어의 바깥에 있는 존재이지만 이야기는 언어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필을 이야기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야기의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야기는 실제의 삶과는 다르다.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규범과 구조가 있다. 이야기는 사건의 전개로 구성된다. 사건이란 행위가 시간의 진행에 따라 바뀌어가는 가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대상물을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서술자의 시선(욕망)이 작용한다고 하였다. 욕망은 ‘결핍’ 또는 ‘결여’에 다름 아니다. 이야기는 사건에 관여하는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고 , 결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펼쳐진다. 이야기가 발생하는 장소는 삶의 현장인 바깥 세상이 아니고, 욕망이 꿈틀거리는 서술자의 마음 속이다. 서술자의 욕망이 작동하는 마음 속이 장소이니 만큼 대상물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선(욕망)에 따라서 달라 잘 수밖에 없다. 같은 사안을 두고 쓴 수필이라도 서술자에 따라서 수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건을 시간에 따라서 연속적으로 배열하는 것이 이야기이다. 이야기에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인물이 관련된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다. 사건을 배열하고, 구성할 때는 원칙이 있다. 이것을 플롯이라고 한다. 사건을 배열하는 작업은 서술자가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원초적이고 규범적인 양식을 따른다. 이것을 마스터플롯이라고 하며, 융이 말한 ‘원형’에 해당한다. 예로서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약 2000종 이상이 수집된다. 이때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 양식은 원형이고, 마스터플롯이 된다. 이것을 스토리라고 한다. 2000여 종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플롯이다. 따라서 이야기는 제 멋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틀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 때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독자를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다. 사건에는 인물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이론가는 이야기에서 사건보다는 사건에 관여하는 인물을 더 중요시 하였다. 복합적인 사건의 전개가 어려운 수필에서는 이야기 만들기에서 내면의 심리가 움직이는 인물을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수필의 관점에서 이야기 만들기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수필가는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의 서술자가 된다. 서술자인 수필가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사건이나 내용을 인지하여 수필을 쓸 때까지 자신의 의식(마음) 속에서 사건을 재가공하고, 재배치한 후에 언어로 바꾸어서 표현한다. 수필에서는 서술자가 한 명 뿐이므로 권력이 막강하다. 의견의 대립이나 가치관의 충돌 없이 서술자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으므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는 취약할 수 있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일반 서사는 대부분이 갈등 구조를 하고 있다. 수필도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갈등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야기의 원형(마스터플롯)은 인간의 욕망이 기대하는 것을 다룬다고 하였다. 서술자의 권력이 절대인 수필에서는 작가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강조함으로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도외시하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갈등 구조임을 감안한다면 욕망을 무시한 이야기는 자칫 서술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마스터플롯은 원형적인 구조(융 심리학의)에 가까우므로 서술자가 멋대로 바꾸어버리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도 수필가는 인위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원형적인 욕망을 배제하는 일이 흔하다. 플롯을 조직할 때는 독자와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 재미있게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유희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서사가 아무리 유희적이라고 하더라도 사상이 담겨 있기 마련이고, 독자의 판단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건이 있다. 이야기의 기본 줄거리를 이루는 구성적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구성적 사건은 이야기에 일관성을 주고, 통일성을 준다. 이야기가 구성적인 사건만으로 만들어지면 단선적인 구조가 되므로 내용 전달은 분명해지더라도 문학적 향기가 소멸하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의 전개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더라도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보충적 사건도 필요하다. 구성적 사건과 보충적 사건을 이해하면 수필을 좀 더 흥미롭게 쓸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