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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필

블루문을 기다리며 / 최원현

작성자이혜연|작성시간26.06.05|조회수24 목록 댓글 0

 

 

블루문을 기다리며

 

 

 

 

 

 

 

36년 만에 다시 본다는 블루문(Blue Moon)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밤이 되길 기다린다. 이번을 놓치면 이번 생에선 다시는 못 본다며, 마치 한 번뿐인 기적이라도 되는 양 들뜬다. 휴대전화에는 달의 궤도와 시각이 떠 있고, 방송은 특별한 의미를 덧붙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저 달이 제자리를 도는 자연 현상일 뿐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블루문은 드문 일이 아니란다. 보통 한 달에 보름달은 한 번 뜨지만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 2~3년에 한 번 정도는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에서 두 번째로 뜬 보름달을 블루문(Blue Moon)이라 한단다. ‘블루(blue)우울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 보름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지만 서양에서 달은 태양에 비해 부정적인 이미지인데 한 달에 두 번이나 보름달이 뜨니 블루문이라 불렀다 한다. 이름처럼 달이 파랗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와 달과 태양의 위치가 만들어 내는 정직한 천문학적 계산의 결과일 뿐이란다. 36년이라는 시간도 인간이 붙인 단위일 뿐이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인데 이번처럼 슈퍼 블루문이 개기월식과 함께 나타나는 것은 1982년 이후 36년만이지만 우주의 시계에는 그저 하나의 순환일 뿐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달에 특별한 의미를 덧입히는 것일까.

 

 철학에선 자연은 무의미한가, 아니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가 묻지만 달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소원을 걸고, 사랑을 고백하고, 지나간 시간을 떠올린다. 달은 변함없이 차고 기울지만 인간은 변한다. 어쩌면 블루문이 특별한 이유는 달 때문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의 시간 때문일 것 같다. 36년 만에 나는 블루문을 보았지만 다음 번은 지금의 나처럼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유한하고 시간은 비가역적이다. 그러니 같은 달을 두 번 본다 해도 같은 존재가 보는 것도 아닐 것이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인간은 희소성에 약하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은 마음을 흔든다. 한정판, 마지막 기회, 생애 단 한 번. 그런 말들은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여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자각하면 평범한 현상도 갑자기 장엄해진다. 블루문은 우리의 시간 감각을 건드린다. 서른여섯 해. 그 숫자는 나이와 겹치고, 지나온 세월과도 포개진다. 우리는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매개로 자신의 생을 계산한다.

 

 과학은 냉정하다. 달은 평균 27.3일 주기로 지구를 공전하고, 보름은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이 될 때 생긴다. 블루문은 달력과 천문 주기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통계적 사건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만으로 살지 않는다. 우리는 해석하는 존재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삶을 투사한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한다. 어떤 이는 이미 지나가 버린 36년을 헤아리며, 또 다른 이는 앞으로 다가올 36년을 상상한다.

 

 그렇다면 내게 블루문은 무엇인가. 36년 전의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을 상상했을까. 어쩌면 그때도 보름달은 떴을 것이다. 다만 블루문이라는 이름을 몰랐을 뿐이다. 이름이 없으면 특별하지 않은가. 아니, 우리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세계를 새롭게 인식한다. 블루문이라는 말은 하나의 상징이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선택, 한 번뿐인 기회.

 

 하지만 또 생각해 본다. 자연은 무심히 반복한다. 달은 여전히 차고 기울 것이며 인간은 또 의미를 붙일 것이다. 블루문은 특별한 사건이면서 동시에 아무 일도 아니다. 우주의 관점에서는 찰나이고, 인간의 관점에서는 일생이다.

 

 어쩌면 이번 블루문은 내 삶의 거울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하루지만 다시 오지 않을 하루.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단 한 번뿐인 오늘. 나는 그렇게 달을 보며 깨닫는다. 특별함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의식 속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 36년만에 본 개기월식이 일어난 보름달(블러드문)같은 슈퍼블루블러드문을 다시 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이미 이 밤의 달은 나의 생 안에서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블루문은 파랗지 않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잠시 푸르게 젖는다. 202633일 정월 대보름, 달은 말이 없고, 나는 의미를 묻는다. 그 사이에서 내 인생이 조용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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