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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꽃과 노인 / 송복련

작성자이혜연|작성시간26.06.19|조회수5 목록 댓글 0

 

 

꽃과 노인

 

 

가파른 골목길 계단에

내다버릴 것은 없는 

녹슨 대문을 나와

발밑 세상 헤매다 오는 노인은

꽃이 핀 계단을 오른다

저녁거리 담은 비닐봉지 하나에도 숨이 찬다

 

울긋불굿한 오르막길은 누구나 벅차지만 오히려,

서둘러 내려오는 길은 더 위험하다

한 발 한 발 느린 발이 안전한 지대

위로처럼 받은 꽃밭은

빌려 입은 옷처럼 낯설다

저 화려함 속에 누추가 숨어 있다.

 

채색된 벽화에 대한 관심은

세상을 불러들이고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밥상에 얹을 것 없는 이들

허기진 배로 올려다보는 계단의 끝은 아득하다

 

앞집에 기대어 뒷집이 서고

뒷집이 아랫집 지붕을 내려다보는

산동네 먹여 살리는 저 평지에서 올라온 사람들

계단은 늘 꽃이 피었지만 가난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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