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노인
가파른 골목길 계단에
내다버릴 것은 없는
녹슨 대문을 나와
발밑 세상 헤매다 오는 노인은
꽃이 핀 계단을 오른다
저녁거리 담은 비닐봉지 하나에도 숨이 찬다
울긋불굿한 오르막길은 누구나 벅차지만 오히려,
서둘러 내려오는 길은 더 위험하다
한 발 한 발 느린 발이 안전한 지대
위로처럼 받은 꽃밭은
빌려 입은 옷처럼 낯설다
저 화려함 속에 누추가 숨어 있다.
채색된 벽화에 대한 관심은
세상을 불러들이고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밥상에 얹을 것 없는 이들
허기진 배로 올려다보는 계단의 끝은 아득하다
앞집에 기대어 뒷집이 서고
뒷집이 아랫집 지붕을 내려다보는
산동네 먹여 살리는 저 평지에서 올라온 사람들
계단은 늘 꽃이 피었지만 가난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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