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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소개

수평선 너머

작성자이혜연|작성시간26.06.21|조회수29 목록 댓글 0

 

 

 

 

책 속으로

 

 

삶은 어디로 간 걸까? 매일 거울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건네보지만 답은 언제나 손아귀를 스르르 빠져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나를 응시하는 이의 얼굴뿐. (…)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 그러나 입술 사이로 되뇌는 말은 어쩐지 공허하다. 나는 시간을 속일 수도, 나 자신을 속일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나이 든 순간이며, 앞으로 더 늙어갈 일만 남았다. (15p)

열린 창가에 앉아 있는 지금, 내 생애 마지막이 될 여름의 향기를 실어오는 가볍디가벼운 바람결에 새들의 노래가 글리산도를 이루고, 나는 삶을 붙들듯 시에 매달린다. (17p)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레 먹어치워 주기를, 허겁지겁 집어삼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각이 내 안에서 깨어났고 도무지 만족을 몰랐으며, 나로서는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혹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깔려 익사하듯 죽어간 또래들을 위해서라도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23p)

나는 깜짝 놀라고 싶었다. 오직 야생에 혼자 있을 때에만 진정한 자아를 알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놀이터의 소음과 교실에서의 수업, 집안일과 진부한 일들에 불과했다. (24~25p)

인생에는 약간의 색이 필요한 법이거든. 환상일지라도 말이지. 그리고 풍미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어. (51p)

결국 진정으로 싸울 가치가 있는 건 몇 개 안 돼. 자유, 그리고 자유가 가져다주는 모든 것. 시, 어쩌면 좋은 와인 한 잔, 맛난 식사, 자연, 운이 좋으면 사랑을 얻을 수도 있겠지. 그게 전부야. (61p)

바로 그 순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에 홀로 선 선원들과 어부들이 나와 동류임을 느꼈다. 반짝거리는 등불 하나에 의지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고, 고향의 해변과 아내가 잠든 따뜻한 침대는 다른 행성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 눈에 선한데도 도무지 닿을 수 없어, 엄지와 검지로 기억을 조심스레 붙든 채 부드러운 파도 위를 까닥거리며 떠갈 수밖에 없는. 오직 깊은 그리움에서 비롯된 뭉근한 아픔으로 닻을 내리는. (90p)

침묵에는 시가 깃들어 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멈춰서 들으려 하지 않지. 그저 계속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 스스로의 심장 박동을 듣는 게 두려우니까. 자신이 필멸의 존재라는 게 무서우니까. (35p)

일기장은 갖다 버리고 달력은 불태우고 시계는 부숴버리자꾸나. 대신 오늘이 무한하다고 여기자. 하늘이 어둑해지고 부엉이가 우는 소리로만 가늠되는 그런 하루 말이야. 내 말은, 시간을 잔뜩 비웃자고. 시간이란 결국 포획하고 통제하기 위해 우리가 자진해서 세운 임의적인 경계의 다발일 뿐이니까. 오늘이 영원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로버트. (126p)

좋은 시는 마음속 조개껍데기를 벗겨내 그 안에 깃든 진주를 발견하게 한단다. 말로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는 감정에 언어를 부여하는 거야. (138p)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캄캄한 밤을 홀로 항해하는 뱃고동에서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처럼, 시는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138~139p)

결국 책이 중요한 건 아니야, 로버트. 책은 그저 종이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혁명이 깃들어 있어.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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