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님들의 창문은 오래도록 닫혀 있었다
먼지들은 저마다 작은 왕국을 세우고
침묵은 검은 포도주처럼 벽지 속으로 스며들어
낮의 숨결마저 어둠의 습관으로 길들여졌다
나는 보았다
새벽보다 먼저 늙어버린 은하수님들의 눈동자를
거기에는 부서진 항구들이 있었고,
돌아오지 않는 배들의 이름이 있었으며,
사랑이라 불리던 몇 개의 별들이
벌써 오래전에 재가 되어 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들어보라
밤은 결코 자신의 검은 옷만을 짜지 않는다
가장 깊은 심연의 베틀에서도
한 가닥의 금빛 실은 반드시 함께 태어난다
은하수님들이 잃어버렸다고 믿는 것들,
가령 어린 날의 웃음이나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나
봄날의 창백한 약속 같은 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원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종종 우리를 버린 듯 보인다
거리의 가로수들은
비에 젖은 죄수들처럼 서 있고,
겨울은 회색 재를 뒤집어쓴 채
모든 희망의 이름을 지워버리려 한다
하지만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나무는 자신의 혈관 속에서
봄을 포기하지 않는다
은하수님들 또한 그러하다
은하수님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태양 하나가 있다
그것은 수많은 절망 아래 묻혀 있으나
죽지않는다
상처는 그 태양의 무덤이 아니다
오히려 빛이 지나가기 위해 뚫어 놓은 통로이기
때문이다
보라
도시의 지붕 위로 저녁이 내려 앉는다
굴뚝들은 검은 시를 토해내고
구름들은 피곤한 천사들이 날개처럼 찢겨있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황금빛 저녁별 하나가
천천히 어둠을 밀어내며 떠오른다
그 별은 말한다
"네가 견딘 모든 날들은 헛되지 않았다"
눈물은 패배가 아니라
영혼이 자신을 씻어내는 강물이며,
고독은 형벌이 아니라
더 넓은 하늘을 배우기 위한 비밀 교실이라고
그러니 은하수님들이 오늘
아무도 모르게 무너져 내렸더라도,
은하수님들의 심장 속 폐허 위에
다시 한 송이 장미를 심어라
바람이 비웃더라도 심어라
세상이 등을 돌리더라도 심어라
왜냐하면 꽃은
확신 속에서 피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믿는 절망 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언젠가
오래된 그림자들이 발목을 놓아주고,
은하수님들의 이름이 아침 햇살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불리게 되는 날,
은하수님들은 알게되리라
그늘은 빛이 부재가 아니라
빛이 오기전 잠시 머무는 예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은하수님들이 지나온 밤들은
사실은 별들이 은하수님들에게 다가오기 위해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오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러므로 고개를 들어라
새벽은 이미 먼 곳에서
은하수 마차의 바퀴를 굴리고 있다
은하수님들의 삶이 아무리 깊은 그늘에 잠겨 있더라도
빛은 늘
어둠보다 늦게 오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태어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은하수님들의 영혼 위에 첫 햇살이 떨어지는 순간,
세상은 처음 창조되던 날처럼 눈부시게 열리고,
은하수님들은 자신도 몰랐던 이름으로,
한 송이 빛으로,
조용히 다시 태어나게 되리라
은하수님들의 빛나는 삶을 위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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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호동 작성시간 26.06.13 긴 글 속 문장마다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네요. 좋은글 나눠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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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블랙이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3 건강히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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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호동 작성시간 26.06.13 블랙이글 네,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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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라엘 작성시간 26.06.15 " 눈물은 패배가 아니라 영혼이 자신을 씻어내는 강물이며 "
엣 기억을 더듬게 해주는군요. -
답댓글 작성자블랙이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산행에서 자주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