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Crusader Kings

[연대기][CK2] 스프라비에들리비 4. 돌이킬 수 없는

작성자크킹삼치|작성시간26.06.22|조회수37 목록 댓글 0

BGM: 쇼팽 에튀드 '추격'

 

"너와 나의 가슴엔 같은 죄를 심어 두었네.
그 누가 우리를 용서하고, 그 누가 우리를 심판할 텐가?"

 

충성스러운 마당발은 복잡한 표정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더 좋은 때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레셰크 공은 대폴란드의 미에슈코와도 내통하고 있습니다. 반란의 명분을 내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쿠야비아 공이 계속 살인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그의 말을 더 들어보시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누군가의 모함일 수도..."

왕국 대원수 보구밀과 궁정사제는 소신껏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왕의 얼굴은 굳어 있습니다. 십자군 끝날 때까지 많이 봐줬습니다.

"모르시는 말씀! 그는 미에슈코의 딸과 약혼하면서 거액의 지참금까지 쥐어줬습니다. 빠르든 늦든, 반역은 시간문제입니다."

재무상인 보흐니아 남작 가르치아의 말을 거드는 이가 있습니다. 왕의 조언가이자, 궁중의사인 핀란드인 리쿠입니다.

"소인이 보기에, 어차피 레셰크 공은 오래 살지 못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거대한 도박을 시도할 것입니다."

 

왕의 낯빛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이가 있습니다. 레셰크의 후임으로 첩보관이 된 유대인 우리야.

"폐하께서 왕세자이신 카지미에시 님 대신, 권모술수에 능한 쿠야비아 공에게 왕국을 맡기고자 하신다면 그대로 두시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말씀을 삼가시오. 대놓고 분란을 부추기겠다는 거요?"

재상이자 세임의 의장, 충성스러운 라돔 시장 보구발이 우리야의 말을 끊자 이 음흉한 유대인은 웃으며 대답합니다.

"그럼 재상께서는 반대표를 던지시겠습니까? 명심하십시오. 이건 비밀투표가 아니란 것을."

"당신들 유대인에겐 신의라곤 없소? 한번만 더 세임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면 퇴장시키겠소!"

 

"그만들 하시오!"

왕의 고함소리에 모두가 조용해집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희는 손만 들면 돼.

폴란드의 세임은 원래 만장일치제입니다만, 그거 구현하면 게임 진행이 안 돼요...

 

랄라랄라 랄랄랄라 반란개시 - 쿠야비아의 서쪽은 미에슈코의 본거지인 대폴란드

결혼식 올리기도 전에 삼촌이 잡으러 오네. 깊게 빡친 레셰크는 쌍욕을 뱉으면서 도주합니다.

그의 예비장인인 미에슈코 3세 '스타리(늙은이)'도 사실 그의 또다른 삼촌입니다.

"네 작은삼촌이 언제까지 널 봐줄 것 같으냐? 제 아들이 다 자라면 널 헌신짝처럼 버릴 텐데.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미에슈코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딸을 준다고 하더니 파혼해버리는 것도 모자라 갑자기 이제 와서 살인죄로 체포한다고요?

아버지의 유언장에 따르면, 내가 후사도 못 보고 죽을 경우 쿠야비아와 마조비아는 통째로 왕에게 넘어가야 합니다.

스프라비에들리비(정의왕)...라고요? 정?의겠지.

 

"이 위선자... 잡힐 때 잡히더라도, 그 역겨운 얼굴에 침을 뱉어줘야겠다!"

 

앞으로도 애용할 스위스 산골짜기 친구들 등장

쿠야비아와 마조비아를 통째로 갖고 있는 레셰크는 분명 최강의 봉신이지만, 모든 면에서 불리합니다.

병력도 부족하고, 쓸만한 장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분기탱천한 삼촌에게 고용된 스위스 용병단이 이미 수도를 짓밟았죠.

후퇴하려고 말머리를 돌리는데, 기침이 터집니다. 간신히 틀어막으려 하니 손가락 틈새가 금세 새빨간 피로 물듭니다.

쓸모없는 몸뚱이... 아버지 볼레스와프 4세가 자신을 걱정한 근본적인 이유였죠. 어른이 되면 다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 때 증오해 마지않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검을 버려라, 레셰크! 이제라도 투항하면, 유가족에게 피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네 죄를 용서하마."

"시끄러워!"

 

카지미에시의 선택지는 셋. 정면승부, 회유, 투항.

카지미에시의 손에 쥐어진 검은 이집트 십자군 참전 공로로 교황이 친히 하사한, 이탈리아제의 성검입니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지네요. 연재 계속하려면 여기서 죽으면 안되는데.

세번째인 투항보다도 저 성검을 건네주고 목숨을 구걸하는 두번째 선택지가 더 웃깁니다. 뭐하자는 거임...

왕위도, 성검도 모두 주겠다. 살려만 다오! 개드립은 여기서 끝입니다. 승부가 결정지어졌습니다.

 

 

"나는 그 아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카지미에시는 감정이 사라진 눈으로, 이미 진흙탕에 나뒹구는 조카를 바라봅니다.

성스러운 검은 이미 그의 다리를 못쓰게 만들 정도로 커다란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겁먹고 도망갈 줄 알았죠. 여유롭게 전쟁을 끝내고, 벌금으로 끝내거나 적당히 가둬두었다가 풀어줄 생각이었습니다.

 

"...똑같아..."

"뭐라고?"

"...당신도, 다른 숙부들과 똑같다고!"

 

지금 무슨 소리죠...? 나는 맹세코 저 아이가 가진 것을 탐낸 적이 없습니다.

미에슈코가 지껄이는 거짓말에 홀린 게 분명합니다. 쫓겨났으면 그만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저 녀석을 꼬드겨서...

 

"지금껏 너를 위해 일했는데..."

 

그 입에서 가슴을 저미는 원망의 말과 함께, 커다란 핏덩이가 진흙 속에 떨어져내립니다.

아, 이건 아니에요. 나쁜 꿈입니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보다도 저 아이를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었는데...

 

왕은 마치 패주하는 장수처럼 급히 몸을 돌려 달아납니다.

그를 맞이하는 대원수 보구밀과, 지휘관 주앙 데 바이아오는 그 비참한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죽은 동생을 대신해 항복하는 쿠야비아 여공 리크사

"누구라고?"

"리크사입니다."

"네 아우는 어디 있는가?"

"이미 죽었습니다. 저는 제 동생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죽었다니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생명은 생명으로..."

리크사는 류리코비치 가문의 공자에게 시집가서 정교회 세례를 받고,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동생이 결혼도 하지 못하고 자식도 남기지 못한 채 죽었으니, 상속법에 따라 폴란드로 강제 소환되어 여공이 된 겁니다.

왕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뿐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리크사가 왕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한 그 순간, 재상 보구발이 왕을 대신해 명령을 전합니다.

"쿠야비아 여공 리크사, 그대를 사면한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하라!"

 

리크사가 죽으면, 그녀 소생의 아이들이 류리코비치의 이름으로 쿠야비아와 마조비아를 다스리게 될 겁니다.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최악의 결과.

 

권력욕의 화신, 미에슈코 3세 스타리

스타리는 얼마 전부터 아들의 궁정과 동생의 궁정에 번갈아가며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들들이 하도 자신을 죽이려 하니(레셰크의 보고는 진짜였습니다), 오늘 밤에 어디서 자는지조차 그 누구도 모르게 해야 한다나.

 

"어울리지도 않는 상복을 입고 앉아서 뭘 하는 게냐?"

스타리 자신이 사위로 삼으려던, 몇 마디 말로 꼬드겨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아이의 장례식 행렬.

왕은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아버님의 얼굴을 기억하느냐?"

자신이 태어났을 땐 이미 세상에 없던 아버지. 그제야 왕은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럴 리가요."

"세상에서 그 분을 '입비뚤이(크시보우스티)'라 조롱했단 말은 듣지 못했느냐?"

"지금같은 때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한 손에 값비싼 와인이 담긴 잔을 든 그의 다음 말은 더 충격적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처음에 백부와 손잡고 할아버지를 배신했다.

그 뒤엔 백부를 생포해 눈을 뽑아버렸지. 그 일로,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저주받은 자다.

'입만 열면 거짓을 내뱉고 배신을 일삼으니, 흉측한 그 모습으로 굳어지리라!'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군."

"다시 왕좌에 앉고 싶으십니까?"

스타리는 잔에 남은 술을 깨끗이 비운 후, 위로아닌 위로를 건넵니다.

 

"오해하지 마라. 혼자 깨끗한 척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란 뜻이다.

이 늙은 형이, 그저 권력에 미친 괴물로 보이느냐? 네가 앉은 그 자리는 뒤로 구르는 바퀴가 달려있다.

발버둥쳐야 앞으로 나간다고! 너나 나나, 아비를 거스르고 형을 해친 사악한 자의 아들이란 걸 받아들여라."

치미는 역겨움을 참으며, 스프라비에들리비는 형에게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 바퀴가 뒤로만 구르던 건, 잘못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내 두 눈은 아직 멀쩡한 걸 보면."

 

저 자가 물러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가리라. 카지미에시는 비통하게 외칠 뿐입니다.

"비웃지 마시오! 나는 죽어도 아버지나 당신처럼 살지 않을테니!"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