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cifixus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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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Stella Splendens (빛나는 별)
1190년 3차십자군당시의 유대의 상황
'문둥이 왕' 보두앵4세가 서거한뒤, 적법한계승자인 보두앵5세는 어린나이에 죽게되고, 보두앵5세의 어머니였던 시빌라가 예루살렘의 여왕으로써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고, 그의 남편인 기 드 뤼지냥은 (Guy de Luigenan) 시빌라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예루살렘왕국의 왕으로 즉위한다.
젊었으나 무능하기만 했던 기왕은 케락의 르노 드 샤티옹 및 주전파의 의견에 혹하게 되고 돌이킬수없는 길을 가고만다. 1187년 7월 4일 기사 1200여명을 비롯한 2만여명에 육박하는 십자군은 하틴에서 살라딘의 군대에 거의 전멸되고만다.예루살렘왕국은 대부분의 병력을 여기서 잃었고, 살라딘은 그 기세를 몰아 하나하나씩 도시들을 점령해나갔으며,
10월 2일 결국 성지 예루살렘이 다시 무슬림의 손에 떨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유럽은 충격에 빠졌고, 플렌테저넷의 사자심왕 리처드1세와 카페왕조의 경건왕 필립2세, 신성로마제국의 카이저 붉은수염 프리드리히 바바로사는 신의 부름에 응답하여 3차십자군을 결성하고 성지로 향했다.
하틴전투 패배후 살라딘에게 항복하는 기왕.(후세의 상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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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거쳐서 갑니까? 대단한 곳이죠. 도무지 교황이 있는 도시라곤 생각이 안간단말입니다."
3시간째 지치지도 않는지 마티유는 끊임없이 말을 이어나간다.
툴루즈에선 툴루즈출신 배불뚝이 상인 이야기, 프로방스에선 프로방스의 창녀이야기.
무더위는 그의 튜닉을 땀으로 흥건히 적셨고, 적어도 몇주는 씻지않아 기름이 흐르는 머리는 산발이 되있었다.
형의 말을 빌리자면 이 '믿을만한' 종자는 그의 첫출전이었던 메인의 전투에서부터 그를 보좌했다고한다.
마티유는 형이 전투속에서 낙마했을때 죽을각오를 하고 뛰어가 형을 부축해온것을 평생의 업적인양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검술이란 배워보지않은 자신이 그때 얼마나 많은 영국군을 죽이고 헤쳐나가 형을 구해왔는지, 녹이 슬다못해 돼지한마리조차 찌를수없을것같은 단검을 보여주며 말했다. 심지어 그는 그것을 행운의 부적인양 갈지도 않았으며. 잘때도 품속에 지니고 잔다고한다.
"도련님. 사실말이죠. 저는 신을 믿지않습니다. 신이 있다면 이 재앙같은 전쟁자체를 일으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그 쯤 해두게. 이제는 내 고해신부가 되셨나?"
"아니 정말입니다. 만약 도련님이 절 신성모독죄로 잡아가두지만 않으신다면 말입니다, 저는 이 모든게 미친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박스러울수가!
"신의 뜻을 의심하는 것 조차 죄가 되지. 진정한 신앙인은 그런말조차 입에 담지 않는다네."
순간 갑자기 그는 말을 세웠다. 얼마 앞서가던 나는 이 버르장머리없는 종자가 지금껏 단한번도 보지못한 얼굴을 하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마치 금방이라도 씩씩거리며 나에게 달려올듯한 표정으로, 입은 가만히 있을지라도 눈은 나를 향해 끊임없이 화살을 퍼부었다.
"도련님은 전장의 근처도 가보지못하셨죠.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비명들과 죽음을 앞둔 자들의 두려움말고는 아무것도 없단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곧 말에서 내려 한쪽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주제넘게 말씀드린점 죄송합니다. "
"일어나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잖은가. "
넉살 좋게도 그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히죽웃으며 말에 올라탔다. 허리춤에 있는 물부대를 들어올려 벌컥벌컥 마신 그는 그것이 마치 삶의 낙인마냥 환하게 웃었다. 스쳐지나갈때마다 시큼한냄세가 나는걸로 보아 필시 물이아닌 포도주다. 굳이 만류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까지 그가 나서야할만한 상황은 오지않았고, 짐은 말에 옮기지 마티유가 옮기는 것이 아니니까.
"음식은 얼마나 남았나?"
"충분하진 않습니다만, 곧 아멜리아에 도착할겁니다. 거기서 음식을 사면 로마까지는 충분합니다."
해는 황금빛 노을을 지며 저물고 있었고, 8월의 무더위는 시시각각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고향땅이 그리워지기 시작하지만 이제는 돌이킬수없다. 내가 떠난것을 알면 아버지는 나를 그리워하실까.
아니다.
아닐것이다. 명예욕에 눈이 멀어 정작 가족마저 내치는 그는 아마도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던데로 내가 지옥불에서 활활타 없어져버리길 기도할지도 모를일이지.
형과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나 혼자 모든것을 헤쳐나가야 했을것이다. 무일푼의 귀족이 무슨가치가 있단말인가? 만약 어머니와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혼자서 이 여정을 시작할 마음을 먹을수있었을까?
아아.. 그것이야말로 신의 계시가 아니던가. 주께서는 정말로 내게 응답하셨다. 그의 도움이 가장 절실할때 나에게 은혜를 내려주셨고, 그 은혜에 힘입어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다. 그것을 의심한다면, 그것을 후회한다면 주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아버지의 말처럼 진실로 지옥불에 타게될지도 모를일이다.
주교는 말했다.
'도련님. 주께서는 그냥 이적을 행하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련님께서 하늘에서 금이 비처럼 쏟아지게 해달라고 기도 드린다고 한들,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죠.'
'그럼 그것은 신이 아니지 않나요?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으신다는데 어떻게 신이라고 할수있죠?'
'도련님은 어머니께 잘못을 한적이 있습니까?'
그 때의 나는 때묻지않았다. 죄악에 관한 지옥에서의 끊임없는 불고문은 어린 마음을 두렵게 만들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그렇듯, 사후 지옥세계에 관한 끝없는 두려움을 가져왔다.
'혹시.... 잘못을 저지르면 지옥불에 타게 되나요?'
주교는 주름이 깊게패인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닙니다. 천국에 가기 힘들듯, 지옥에 가는 것 역시 쉬운것만은 아니지요. 무엇을 잘못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보석중에 마음에 드는 반지가있었어요. 항상 끼고 다니셨는데, 어느날은 끼지않으셨죠. 손가락에 끼워보고서 너무 예쁜나머지 영영 가지고 달아나버리고 싶었지만 얼마뒤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어요.'
주교는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좀전의 환하다 못해 인자한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니께선 도련님인줄 알고계셨습니다. 보석함의 위치는 보통 가족을 제외한 하인들은 알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어머니는 도련님을 혼내지 않으셨죠. 어째서일까요?'
어린 머리속엔 의아함이 가득찼고, 물끄러미 주교를 바라보며 그의 해답을 끈기있게 기다렸다.
'어머니께서는 도련님께 기회를 주신겁니다. 잘못된것을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말이지요. 주께서도 그러십니다. 저희에게 뚜렷한 기적을 행하시기 보다 기적을 이루어낼 기회를 주시고, 그것을 보며 흐뭇해하시지요. '
"도련님?"
아차, 너무나도 깊게 빠져버렸었나.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서 옛일을 회상하고있었다. 그 순수의 시절, 세상의 모든것이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였으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먹어치울 준비가 되어있었던 그 때의 나이..
"기사들입니다."
정신을 차리고서 지평선에서 희미하게 아지랑이와함께 다가오는 한무리의 병사들을 보았다.
많아봐야 스무명이 채안되는 병사들의 고개는 푹 꺼져있었고, 한걸음한걸음 떼기조차 힘에 부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상태였다. 점점 다가올수록 그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투구는 풀어헤쳐져있었고, 일부는 갑주마저 온전치 못했다. 말들은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못해 허덕이는게 보였고,
그야말로 다죽어가는 송장들의 집단일뿐, 갑주와 무기를 제외하곤 그들이 기사라고 알아볼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곧이어 나는 그들에게 폭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그 들중 단 한명의 기사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기사가 걸친 지저분한 망토에 수놓아진 십자가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여정이 축복으로 가득했길 바랍니다. 제가 맞게 본것이라면 성지에서 오시는 겁니까?!"
대부분의 병사들은 나를 본 시늉도 하지않은채 마티유와 나를 지나쳐갔다. 허나 망토를 걸친 그 기사는 말속도를 늦추며 내게 말했다.
"그곳은 이제 성지라고 부를수도 없게 됬지."
"무슨말입니까?!"
"다 끝났소. 6년을 바쳤는데, 건진것이라곤 오직 내 목숨 하나뿐이라오."
그는 그 말만을 남긴채 점점멀어져가는 일행을 따라 말을 재촉했다.
혼란스러웠다. 미처 자세한 상황을 듣기도전에 그는 멀찌감치 가고말았고, 궁금증은 증폭되어갔다.
성지라고 부를수조차 없게 되다니?.. 필립2세께서 친히 군대를 이끌고 가지 않으셨던가.
십자군이란 거대한 성스러운 명분아래 저 플렌테저넷의 악마들과 손잡으면서까지 성지탈환을 위해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가지 않으셨던가.
아닐거다.
그는 단지 패배자에 불과해. 저 꾀죄죄한 모습을 보라. 어딜보아 기사라고 볼수있겠는가. 성지를 뒤로하고서 세속으로 돌아온 치욕스런 패배자에 불과하다. 더는 생각할필요없어. 그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
"도련님. 정말 이 여행이 현명한 것일까요?"
"두말하면 잔소리. 이 길을 의심한 적은 없다."
"하지만 도련님 저 기사말로는.."
"그만!! 미치겠군, 마티유. 입좀 다물어주겠나?! 계속 그렇게 나불거린다면 옆에있다는 죄로 나마저 지옥불에 떨어지겠군!"
당황스러운 표정의 마티유는 억울한듯 다시 입을 열었지만, 이내 단호한 내 말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는 치욕스런 겁쟁이일뿐이야."
"comme vous le souhaitez, maître." (당신의 뜻대로 하십시오, 도련님)
"언제 아멜리아에 도착이지?"
"이제 이 언덕만 넘으면 됩니다."
"언제 와봤지? 정확히 기억하는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곧이어 언덕 밑으로 조그마한 도시가 나타났다. 드문드문 불들이 켜져있었고, 도시의 중턱에 있는 성당만이 하늘에 닿으려는 듯 높이 솟아올라있었다.
아름다운 도시다. 성벽은 도시를 감싸듯 휘감고있었고, 몇개의 보루들만이 그들중 과시하듯 우뚝 솟아 견고함을 보여주고있었다. 티레니아 해변과 나르니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르비에토백작령을 지나면 로마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먼저 이 아름다운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지. 굳이 음식과 물 등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필요가 있지 않고서라도 꿈을 이루기위한 여정이라는 명분이 내 마음을 재촉하여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지가 오래되었다.
마티유는 이번에도 도시를 지나칠것을 예상한마냥 내눈치를 봐가며 다시한번 재차 강조했다.
"도련님, 이번에는 지나칠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로마까지 가기전에 음식이 다 떨어질것 같거든요."
"걱정말게. 오늘은 그게 아니고서라도 더이상 말을 몰고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군."
언덕을 내려가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활기찬 도시의 분위기에 미소가 절로 새어나왔다.
술레잡기 놀이를 하는듯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서 숫자를 세는 아이들. 그리고 그 웃음소리.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며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저희들끼리 히히덕거리며 웃는 아낙들의 소리.
일을 마치고 집 문을 열자 뛰쳐나오는 아내를 힘껏 껴안으며 입을 맞추는 한 부부.
사람냄세가 물씬 풍겨오는 그런 광경들이 눈을 사로잡아 한참을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마티유가 물어온다.
"도련님. 고향에 여자가 있습니까?"
"다행히 없네. 사사로운 정은 방해물일 뿐이지."
그는 입을 삐죽내밀며 다시한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내 말하기를
"저는 가끔 도련님이 귀족인지, 성직자인지 모르겠습니다. "
"잔소리말고 잘 곳을 좀 알아봐 주겠나? 난 도시를 좀 둘러보고싶어서말야. 성문앞에서 만나기로하지."
실망스럽게도 멀리서 본것과는 달리 성벽은 거의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성문의 문역시 낡아빠져 금방이라도 스스로 부숴질것처럼 보였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갑옷과 튜닉은 때에 찌들어있었고, 때마침 한병사가 시험이라도 해보려는듯 창대를 이리저리 만져대다 부러뜨리는 촌극이 일어났다.
도시안은 더 아수라장이었다. 길거리엔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하루가 멀다하고 실려나가고있었고, 거지들이 즐비했다.
잠시나마 언덕위에서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했던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건물들은 폐허나 다름없었고, 마치 전쟁이 쓸고지나간마냥 도시는 부랑자와 거지들로 가득차있었다.
심지어 창녀들마저 말라 비틀어진 채로 필사적으로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메달렸다.
광장에는 포고를 하는 단상이 만들어져있었는데 그곳에 열변을 토하는 자가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은시늉조차하지 않고 지나가고있었다.
"우리들의 성지 예루살렘이 다시 저 더럽고 잔악한 이교도들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그 사실을 모두 알고서도 외면하고 피하는 것은 죄이며 자신들을 돌이킬수없는 파멸로 몰고갈겁니다! 영국과 프랑스왕께서 십자군을 조직하셨고, 자랑스런 하나님의 군대는 성지를 수복하기 위해 고결한 피를 흘리고있습니다!! "
그가 수도사라는 것은 탁발로써 쉽게 알아차릴수있었다. 낡아빠진 튜닉은 거적데기만 못했고, 신발은 다 떨어져 구멍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있고없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으로 울려퍼졌으며, 나는 곧이어 그에게 흥미가 생겼다.
"죽음을 두려워 마시오,형제들이여. 십자군에 참가한다면 교황께서 그대들 전원의 죄를 사하여 주신다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들로써 고결하게 나아가 고결하게 피를 흘리며, 이교도로부터 신성한 예루살렘을 구원하고 천국의 문을 열어주시오!!"
"Pax christi." (주님의 평화를)
"반갑소,형제여. 무슨일입니까?"
"단지 얘기를 나누고싶습니다. "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시 말했다.
"난 곧 수도원으로 돌아가봐야 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식사는 하셨는지요."
세상에, 그는 거의 몇개 남아있지않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솔직한 심정으론 수도사라기보다 강도에 가까운 얼굴을 한 자였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시구먼."
그의 모습은 성직자였으나, 행동은 천박하기 짝이 없었으며, 알고보니 말투또한 거칠어 수도사가 되기전의 삶이 심각하게 궁금해질 정도였다. 여행을 떠나기전 부패한 교회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들어왔다. 재물에 눈이멀어 콘클라베 (교황을 뽑는 교황청의 비밀투표) 의 표는 여기저기로 팔리고있으며,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성직자들의 부패가 극에 달했다는 얘기들이, 진실된 믿음은 이 땅을 떠나갔다는 얘기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을 믿지않는다. 어찌감히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들이 그럴수 있단 말인가? 이런 길거리의 수도사야 그렇다고 할지언정, 어찌감히 교회의 황제라 하는 교황이 그런 부패한 삶들을 용인한단 말인가?
"그래, 무엇이 궁금하오?"
"수도원이 근처에 있습니까?"
수도사는 별사람을 다보겠다는냥 헛웃음을 지었다.
"그게 궁금한거라면 근처에 있소. 그게 다요?"
"그럼 이도시가 왜이렇게 망가져있는지도 아시겠군요."
"오지랖이 넓으신 양반이로구만. "
그는 스푼을 떠 희멀건죽을 한웅큼 입에 넣고서 오물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교황께서는 십자군을 일으키셨고, 십자군의 의무를 지지 않는 자들에게는 지원을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었소. 한마디로 전쟁세금이지. 많은 영주들은 십자군에 참여했고 그들의 여정을 위해선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했다오. 그것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으로 돌아왔고, 보시다시피 이 꼴이요. 이 도시의 시장은 백작에게 엄청난 세금을 납부했고, 지금은 성벽을 보수할 돈마저 없어 저대로 방치하고있소. "
"성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없습니까?"
"성지? 난들 가보지않았으니 어떻게 알겠소? 다만 들려오는 것이라곤 비참한 패배의 소식들 뿐이지."
"하나님의 군대가 패배를 했단말입니까? 그것도 이교도의 손에?"
"이 젊은친구가 뭘 모르는 구먼. 왕국은 이미 와해되었네."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듯했다. 패하여 후퇴하고있지만 아직 재기의 가능이 남았다고 들었다. 분명히 그렇게 들었지만 이 수도사는 재기의 가능이 아니라 아예 와해되었다고 말하고있다.
"말씀 고맙습니다."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수도사는 헛기침을 했다.
"좀더 융통성이 있는 친구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능구렁이같은 자식! 너희들 모두가 비참한 패배자일뿐이다.
허리춤에있던 돈주머니를 그에게 던졌다.
"당신이 아니라 수도원에 기부를 한것입니다. 돈은 당신의 손에 있지만 하나님이 보고계시고, 전 분명히 수도원을 위해 드리는 거라고 말씀드렸으니, 뒷일은 당신이 알아서 하겠지요."
그때 벌컥 주점문을 열고 마티유가 나타났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너무 안오시길래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녔습니다. 어서 가시죠, 여관에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아 지저분한 길거리를 감싸왔고, 그 속에서 도시는 오히려 어둠에 녹아들어 차라리 더 깔끔해보이기까지했다.
"적당한 여관이 있던가?"
"술취한 수탉이라던가요? 이상한 이름이지만 방은 깔끔했습니다."
"자네같은 이름의 여관이구먼그래."
이윽고 다 허물어져가는 여관앞에 도착했다. 심지어 이름을 새긴 판마저 보이지않았는데, 이름을 알고있는 마티유가 그저 신기할따름이었다.
"도련님. 도련님은 블루아가(家) 아니십니까? 굳이 이런 여관에서 잘 필요가 없을텐데요. 프랑스의 귀족이라면 이 도시시장은 맨발로 달려나와 술과 고기와 여자를 대접할텐데 말이죠."
멍청하긴.
"입단속 잘하도록해. 기사도 아닌 신분으로 이런차림으로 몰래 도망나와 이러고 있다는것을 그 누구라도 알고 소문을 퍼뜨려 아버지귀에 들어간다면 자네는 물론 나까지 죽기도 전에 현세에서 지옥불이 뭔지 경험하게 될테니."
금방이라도 밑으로 꺼져버릴것같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간뒤, 방문을 열었을때 나는 아연질색하며 다시 방문을 닫았다.
"이 방이 확실한건가,마티유? "
"맞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안에 어떤여자가 다벗고 누워있는데?"
그제서야 마티유는 이해가 간다는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고향에 여자도 없으시잖습니까. 먼 여행에 피곤하실테고 여행동안 여자를 안아보신적도 없으니, 제가 가장 깔끔해보이는 아이로 골라 데려왔습니다."
"정신이 있는게냐?!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돈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고 !"
"제가 만약 배은망덕했다면 말이죠. 도련님의 형님께서 따로주신 금을 가지고 도련님이 주무실때 줄행랑을 쳤을텐데 말입니다."
"형님께서?"
"걱정마시고 들어가시죠, 도련님."
갑자기 삘이 확 돋친바람에 써버렸습니다.ㅋㅋㅋ
이제서야 다음편에 로마를 쓰게되다니, 성지에 도착하기도전에 벌써 많은 일이 일어날것같습니다만,
너무 쉽게 도착하면 재미가 없지요. 성지는 하이라이트입니다.
bgm은 실제 중세성가인데요. 개인적으로 음악전공자인만큼 합창이라던가
이런 고대음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