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曰:知彼知己,百戰不殆;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不知彼,不知己,每戰必敗。
그러므로 말하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고 하였다.
《손자병법 孫子兵法》 모공 謀攻
0.
이거 부정하는 사람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1.
이번에 전쟁기념관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으로 해석하는 중국의 관점과 한국의 관점을 비교하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성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건데, 이게 커뮤니티에서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얻었거든요.
물론 좋은 반응은 아니었고, 당연히 엄청난 반발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는데, 문제는 저는 이런 교육 자체는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고, 저러한 표현은 부적절했겠지만 공공기관과 공무원의 기계적 중립에 대한 강박(타의적...)을 고려하면 문제적이긴 해도 나올 수 있는 표현이긴 하거든요.
이걸 문제삼지 말라거나 다 이해 해줘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쟤네가 왜 그러는 지는 이해 되지만 비판할만한 일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그냥 공공기관/공무원이라 나올 수 있을 법한 워딩이 부적절한 주제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들이 겹친 결과로 이런 논란이 터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그럼 왜 저런 교육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알기 위해서죠. 알아야 하고요. 하지만 사람들 반응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왜 우리가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느냐고. 언듯 들으면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왜'는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이해'죠.
문제는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거칠다는 점에 있습니다. 합리적인 의견의 표명조차도 사상검증과 비난이 가해지며 무조건적인 비추와 공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해 못할 건 아닌데, 그렇다 해서 합리적 의견 자체를 질식시키는 건 좀 역하긴 합니다.
3.
왜 알아야 할까요?
앞서 인용한 손자병법과 같습니다. 왜 중국이 항미원조라는 용어를 쓰는지, 그 내제적인 이유를 알아야 대응하고 비판하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이유를 알 필요가 없다, 그딴 걸 왜 알아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당연히 알아야죠.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알아야 상대할 수 있습니다. 군사 전략에서도 적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이는 외교와 정치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국은 잠재적 적국 내지는 경쟁국가로 인식하고 다뤄야 한다면 당연히 중국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어 분석해야 합니다. 중국이 어째서 항미원조라는 용어를 쓰고 그걸 한국과의 외교/경제/안보적인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집하는지 알아야 중국과의 협상/대응/반박이 가능합니다.
의견의 차이를 좁히거나, 협상/타협의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그러한 확인 결과 타협이 불가능 하다면 그런 판단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적'을 알아야 합니다.
4.
중국이 왜 항미원조라는 용어를 쓰고 그걸 교육하고 있는지, 그걸 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지, 그게 중국에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는지, 그렇게 불러야만 하는 내제적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야 제대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분석을 해야 약점과 모순, 논리적 반박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그걸 통해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 가능하니까요.
이는 외교 무대에서도 중국 측의 주장과 발언에 대해 반발하고 대응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중국은 계속해서 항미원조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6.25 전쟁의 이해관계국들이 많고, 대중관계와 대한관계에 있어서 고려할 점도 있기 때문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더 타당한 주장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중국 입장에서도 그걸 알긴 하니까 내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항미원조를 고집하는 거지 국제적 위치에서 아젠다로 삼아 글로벌 상식으로 만들 정도로 열의나 목표의식이 뚜렷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꾸준할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외교관이나 (특히 중국을 주제로) 정치외교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왜 중국이 항미원조를 고집하고 사용하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5.
근데 그건 외교관, 유관기관, 관련 학부/연구자, 정치인들이나 할 일이지 일개 시민들이 알아야 하고, 왜 그걸 아이부터 가르쳐야 할까요?
2000년대 초반 반일 감정이 지금보다 더 강했을 당시, 어떤 경로로든 일본인과 독도 논쟁을 하게 되었을 때 적지 않은 반일 초딩들의 논리는 매우 단순무식했습니다. 기껏해야 식민지 때 빼앗은 걸로 우긴다 정도면 양반이고, 그냥 일본이 개객끼라서.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문제는 고작 그런 수준이라면 그것보다 하나라도 더 알고 있는 일본 극우의 논리를 감당 못합니다. 독도가 왜 일본땅/한국땅이냐는 주제로 논쟁이 벌어지면 일본 극우측의 논리를 이길 논리, 근거를 제시 못하니까요. 그럼 자기들도 왜 독도가 자기네 땅인지도 모르는 데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도는 우리땅 노래는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유치할 수 있지만 독도가 왜 한국 땅이냐에 대한 근거들을 외우게 만드는 목적 자체는 나름 달성한 셈이죠.
마찬가지로, 중국이 항미원조다. 라고 주장을 했을 때, 한국인들이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반박을 못하면 적어도 그 자리에서만큼은 중국 측 주장이 맞는 말이 되는 겁니다. 그걸 반박, 논파하지 못했으니까요.
문제는 그러한 논쟁은 단 둘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대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우리가 가끔 쇼츠, 뉴스 등으로 외국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일본/중국 측의 부당한 주장에 맞서 용감하게 반박하고 논파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중요한 건 그러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했고, 설득력 있는 논리와 근거를 제시했다는 거거든요.
공개적인 토론이나 논쟁은 그 자체로 상대방을 논파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쪽이 더 설득력 있느냐를 느끼게 만드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독도는 일본땅이다. 라고 주장했을 때 그냥 쌍욕만 하고 입을 다물게 만드는 쪽이 한국인이라면 사람들, 특히 그에 관한 이해관계도 없고 별 관심도 없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별 근거도 없이 무논리로 때만 쓰고 고집만 부리는 어거지처럼 보일 거고, 일본 측이 더 설득력 있고 합당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항미원조라고 하는데 한국 측이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이 정제한 논리를 반박할 수 없다면 우리는 중국 측이 더 타당해 보이는 재료가 되어줄 뿐이에요.
6.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우 중 중국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학교 수업 등) 항미원조 어쩌고 한다면 그에 대한 반박 논리와 근거를 충분히 알고 배운 개인이 나서서 중국 측의 부당한 논리와 주장을 꺽어야 합니다.
그럴 강제적인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민주 교육을 하는 이유는 민주 시민을 기르기 위함이고,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사건에서 기인하는 국가간 관계에 오직 엘리트/정부들에게만 중요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사건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분노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나라와 개인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공동체에 속합니다.
그러니 중국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알아야 현실의 개인 역시 자발적 활동으로 중국 측의 활동을 저지할 수 있게 됩니다. 해외 학교 등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인과 중, 일본 학생의 부당한 주장에 반박하는 건 충분히 중요하고 유효한 활동인 셈이죠. 단순 의기나 혈기에 따라 행동 했다는 것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닙니다.
7.
아는 게 힘이라면, 그 힘을 얻기 위해 저러한 주제에 관해 역사적 고찰을 해야만 하고, 그건 단순 연구소나 학부 단위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기관에서 잘 정제된 논리와 근거를 만들어야 대중에게도 교육이 이루어지고 시민들이 스스로 그러한 논리를 알고 있어야 한중관계를 이해하고 대하는 시각과 가치관이 훨씬 더 정교하게, 잘 형성될 수 있죠.
이러한 관계나 사건 때 있어서 그냥 중국 개객끼! 수준에만 머문다면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의 정제한 논리는커녕 소분홍들의 논리조차 절대 깨뜨릴 수 없습니다. 그럼 왜 문제가 되는지, 왜 틀렸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 반중감정만으로는 대응 못하고 점차 국내에서조차 왜 항미원조가 아님? 그때 한국은 미국 식민지 수준이었던 거 맞잖슴.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과거 반일 감정이 아주 거셌을 때 식민지 시절에 관해 친일적 주장은 설 자리가 없었지만, 그러한 관계성과 역사 수정주의가 강력히 견제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더욱 목소리가 커졌죠.
그게 10년, 20년, 30년 뒤에 비슷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니 왜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 해야 하느냐는 중국의 침략을 받아 들이고 인정하자는 게 아니라, 어째서 중국은 한반도를 침공했고, 그에 관해 항미원조라는 표현으로 의미를 제한하는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왜 틀렸는지 지적, 반박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논파까지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다양한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중국의 주장에 마찬가지로 민간 영역의 한국인들이 반박하며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훗날 중국의 부당한 주장이 국제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정 받지 못하고 더 나아가 논리적 한계가 명확한 일에 관해 중국인 스스로 판단할 근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우리 반일 초딩들이 일본 극우들의 아주 조금 더 논리적이고 약간 더 많은 근거를 반박하지 못하고 쳐발리다보면 훗날 그거 일본 말이 맞잖슴. 이라는 반응으로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게, 중국인 스스로 한국인의 주장을 넘지 못하면 결국 아 우리가 틀린 게 맞네. 가 될 겁니다. 사실, 지금도 꽤 그런 반응이 있어요. 민간 영역에서는요. 자기 할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라고 참전 훈장 찍어서 올리니까 그딴 게 뭐가 자랑스럽냐고 까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저 중국 정부 입장이 대중의 의견과 차이가 있을 뿐이지..
8.
그런 의미에서 현재 사건을 대하는 대중들은 커뮤니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반중 혐오를 스포츠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의견이 사상검증과 무수한 공격 속에서 질식 당하고 있고요.
물론 그들의 비판과 공격이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왜 굳이 다른 유관기관이 아닌 전쟁기념관이 그런 교육을 진행하느냐 하는 비판도 일견 타당한 면이 있기는 하고, 항미원조를 중국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표현도 오해를 사기 쉬운 지나치게 중립적인 수사죠.
하지만 알아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견마저도 비추 폭탄과 비난, 공격, 사상검증을 감행하는 건 심각합니다. 그 와중에 다양한 뇌 빠진 소리까지 나오고 그게 호응을 받는다는 점도 우려스럽고요.
다 같이 욕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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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4 내용 자체는 왜 틀렸는 지를 지적하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충일, 6.25, 호국 보훈의 달에 왜 전쟁이 벌어졌고, 중공 입장에서 왜 공격해야 했고 그들이 주장하는 명분이 무엇인지, 그에 따라 왜 틀렸는 지를 교육하는 거라면 충분히 의의에도 맞죠. 중국이 주장하는 명분이 틀렸다고 반박할 수 있다면 6.25 전쟁에 관한 중국의 입장도,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함을 요구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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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견환 작성시간 26.06.14 북한과 중국에선 이렇게 주장하는데 이런 이유로 저들의 주장은 우리(한국)의 입장과 충돌하니 반대한다는 식으로 기록하는 거라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저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알아야 반박이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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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666마구니 작성시간 26.06.17 전체 내용 안 보고 하나 가지고 트집잡는 등신들 하고는.. 유사역사학이 왜 한국에서 춤을 췄는지 이게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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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트집 잡힐 만한 껀덕지는 있어서 이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합리적인 의견과 이성을 셧오프 하는 건 다른 문제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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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름짓기귀찮아 작성시간 26.06.20 같은 취지로 5.18 폭동설도 가르쳐야할까요?
실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아 영영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한국과 중국의 시각을 비교하면서 6·25전쟁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전시 기획 프로그램에서 6.25 전쟁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한다는데, 지피지기가 나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