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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콘클라베> 후기 (약간의 스포 포함)

작성자혈제진|작성시간25.04.24|조회수252 목록 댓글 4

원래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고 콘클라베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 번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영화 제목만 보면 당연히 종교 영화 같고, 실제로 초반에는 종교 영화처럼 시작합니다. 하지만 초반부만 넘어가면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정치 스릴러로 흐르다가, '아, 이거 정치 스릴러 영화구나' 싶을 무렵 마지막에 다시 종교적, 사회적인 의미로 돌아오는 구성을 띱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리뷰에서는 영화에서 종교에 대한 여러 관점을 골고루 전달해 준다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정답을 제시하는 편입니다. 특정 관점을 지지하는 것이 꼭 선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제가 볼 때는 관객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방향성을 어느 정도 유도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결론에 공감하고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는 영화가 관객에게 말을 걸듯이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까지 이 결론이 맞다고 생각했지? 그럼 이건 어때?"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충격적인 설정을 배치했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순간적으로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부정하려니 정작 지금까지 유도해 온 결론과 배치됩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순간적으로 "아!"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구조는 다소 인위적이라서 몰입감을 해칠 수 있는데 저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약간의 스포 끝)


그 외에 영화의 사운드가 무척 좋았다는 의견도 많은데 저는 그 느낌을 엄청 좋게 받진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몇 군데 없는데 제가 간 영화관은 앞뒤 좌석 간격이 매우 좁아서 저는 그 영화관을 갈 때마다 좌석 맨 앞에서 봐야하고, 영화 사운드를 감상하기는 최악의 위치여서 그런 영향도 있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영화보다는 번역에 문제가 많습니다. 너무 심각한 오역은 이미 고쳐졌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많습니다.

스포일러에 해당하지 않는 수준에서 두 가지만 미리 말해드리자면

Every cardinal, deep down inside, has already chosen the name by which he would like his papacy to be known! 

자막: 모든 추기경이 교황으로 이름 불리기 원해! 

올바른 번역: 모든 추기경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이 교황이 될 경우 불리고 싶은 이름을 이미 정해 두었다! 

John. I would choose John 

자막: 존, 저는 존을 선택하겠습니다. 

올바른 번역: 요한. 저라면 교황이 되었을 때 요한이라는 이름을 택하겠습니다.

이건 꽤 치명적인 번역 오류입니다. 사실 이 외에도 중요한 게 더 있는데 그건 스포일러에 해당할 것 같아서 더 알려드리진 못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위 대사 둘만 봐도 알겠지만 '교황의 이름'이 실제와 마찬가지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에 기반해서 설명드리자면 요한이라는 이름은 전통에 기반을 두되 개혁을 추구하는 이름에 가깝습니다. 인노켄티우스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인노켄티우스의 어원인 innocens(영어로는 innocent)의 뜻인 결백, 순수라는 뜻에 매우 가깝습니다.

그 외에는 투표가 끝나고 검은색 연기가 나면 아직 교황 선출이 끝나지 않은 거고, 흰색 연기가 나면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근데 연기 색깔이 의미하는 바까지는 외울 필요 없고, 그냥 "연기가 나면 밖에 사람들이 교황이 선출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추기경들이 본인의 상황에 따라 진짜 이름과 세례명, 심지어 교황이 될 때 쓰려는 이름까지 정해두는데 자막이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아서, 한 번 캐릭터 소개를 읽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밌었던 건 이병헌 주연의 <승부>입니다만 이건 제가 워낙 스포츠물을 좋아해서 감안해야 하고, 제 취향을 빼고 평가하면 콘클라베가 더 좋은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그 유명한 <브루탈리스트>보다도 저는 더 좋았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롭게 봤습니다. 현재 사회상황과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데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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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월터 | 작성시간 25.04.24 재미잇게본 영화
  • 작성자자유공룡당원 티렉스 | 작성시간 25.04.24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간단한 전개였지만 메세지가 지금 시국에 딱 알맞던
  • 작성자E.E.샤츠슈나이더 | 작성시간 25.04.24 원작도 진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는데 영화도 잘 만들었나 보네요
  • 작성자마스터치프 | 작성시간 25.04.25 Jam 있게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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