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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작]드래곤질

작성자스팀웨이브|작성시간13.02.25|조회수108 목록 댓글 2

-원작은 박지원의 호질입니다

 

 

 

불佛나라 어느 영지에 출세에 뜻이 없는 기사가 있었는데, 필립 경이라 했다.

나이 마흔에 우승한 마창 대회가 만 대회였고, 그가 꺾은 기사가 일만 오천 명이었다.

교황이 그의 행의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이름을 사모했다

 

그 영지 동쪽에는 잔느라는 미모의 수녀가 있었다. 교황이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수도원 몇 리의 땅을 봉하여 잔느 수도원이라 했다.

이처럼 잔느는 정절을 잘 지키는 수녀였다. 그런데 그녀는 아들 다섯을 두었는데,

그들은 저마다 다른 성을 지녔다.

 

어느날 밤, 다섯 아들이 서로 말했다.

"강 북쪽에선 닭이 울고 강 남쪽에선 별이 반짝이는데, 수도원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찌 그리도 필립 경의 목소리를 닮았을까."

다섯 형제가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잔느가 필립 경에게 청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사님의 덕을 사모했사온데 오늘 밤엔 기사님의 기도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필립 경이 옷깃을 바로잡고 점잖게 앉아서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이에 다섯 아들이 서로 수군댔다.

"예법에 수도원에는 함부로 들지 않는다고 했으니, 필립 경은 명예로운 기사라 그럴 일이 없을 거야."

"내 들으니, 우리 영지의 성문이 헐었는데 몽마 굴이 있다고 하더군요."

"내 들으니, 몽마란 놈은 한밤중에 둔갑하여 사람 시늉을 한다 하니, 저건 틀림없이 몽마란 놈이 필립 경으로

둔갑한 것일 게다."

그러고서 함께 의논했다.

"내 들으니, 몽마의 뿔을 얻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몽마의 꼬리를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으며,

몽마의 생식기를 얻으면 매력이 크게 증가해서 어떤 여자라도 그를 좋아한다더라.

우리 저 몽마를 잡아 죽여서 나눠 갖는게 어떨까?"

 

이에 다섯 아들이 같이 어미의 방을 둘러싸고 쳐들어가니 필립 경이 크게 놀라서 도망쳤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 한 다리를 목덜미에 얹고 사탄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간신이 기어올라 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니 한 드래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드래곤이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코를 싸쥐고 머리를 왼편으로 돌리며 한숨을 쉬고 말햇다.

"어허, 기사여! 구리도다." 필립 경이 머리를 조아리고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세번 절하고

꿇어앉아 우러러 말했다.

 

"드래곤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기사는 그 변화를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을 배우며,

농노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먀살은 그 위엄을 취합니다.

드래곤님의 이름은 크라켄의 짝이 되는지라, 한 분은 해일을 일으키시고 한 분은 화염을 뿜어내시니,

저같은 하토의 천한 신하는 감히 아랫자리에 서옵니다."

드래곤이 꾸짖었다.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마라. 앞서 내 듣건데 기騎 란 것은 기欺 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모아 망령되게 내게 덮어씌우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누가 곧이듣겠느냐. 천하의 원리는 하나다.

드래곤의 본성이 악한 것이라면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이라면

드래곤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중략)

 

필립 경이 자리에서 물러나 한참 엎드렸다가 일어나 엉거주춤하더니, 두 번 절하고

머리를 거듭 조아리며 말했다.

 

"성경에 이르기를, 비록 죄인일지라도 회개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 하셨사오니,

이 하토에 살고 있는 천한 신하가 감히 아랫자리에 서옵니다."

숨을 죽이고서 가만히 들어 보았다. 오래도록 아무런 분부가 없으므로 실로 황송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러러보니 동녘이 밝았는데, 드래곤은 벌써 가고 없었다.

마침 아침에 밭 갈러 온 농노가

"기사님, 무슨 일로 이 꼭두새벽에 들판에 대고 절을 하시옵니까?"

라 물으니, 필립 경이 말했다.

"내 일찍이 맹세하길, 드래곤 열 마리를 잡을 때까지 매일 새벽 들판에 절을 한다고 하였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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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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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속정 | 작성시간 13.02.26 패러디력 보소 ㅋㅋㅋ
  • 작성자gaemamusa | 작성시간 13.02.28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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