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아이유 - '아이와 나의 바다'가 치유 받는 느낌을 주는 이유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1.03.30|조회수2,966 목록 댓글 5

징짱이 앨범을 들고 왔습니다.

그 중에서 아이와 나와 바다라는 노래는 정말 좋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노래의 가사를 귀담아 들었다며, 뭔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 치유되는 느낌은, 단순히 좋은 목소리와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가사 안에 치유의 과정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유 목소리만으로 치유가 되는 요소도 많기는 합니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적 면담과 진행 과정이 매우 닮아있어 보입니다.

 

인터뷰를 보면, 아이유가 1절은 20대 초반의 자신, 2절은 20대 중반의 자신, 3절은 지금의 자신을 썼다고 하더라구요. 

거의 10년에 걸친 스스로의 치유과정이었겠지요.

이를 압축해서 가사로 쓰니 정신과에서 치유를 촉진하기 위해 진행하는 면담과정과 닮아 있을 수 밖에요. 

 

여러분을 치유하는 노래, 아이유의 '아이와 나와 바다'의 가사를 정신과적인 치료와 연결하여 음미해봅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정신과 치료는 먼저 환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을 정신과에서는 '낮은 자존감'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맘이 가난하겠죠.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본인의 이런 모습이 낯설어서 거울을 보고 어색해합니다. 

그런데 습관처럼 눈을 감는다고 되어 있네요. 

이런 모습이 오래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미 오래된 모습인데 어색하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볼 용기가 없다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죠.

이런 분들은 스스로에 대한 파악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하지요. 

정신과에서는 환자들에게 '자서전적 이야기'를 해보기를 권합니다. 

본인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정신과 의사도 파악하고, 환자 스스로도 파악하도록요.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의 고통을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합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제자들에게 '짜증'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아주 간단하게 묘사해버린다고 말이죠. 

 

정신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냥 힘들어.'라고 문제를 정리해버리면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아주 자세하게 확인해야 하지요. 

그래야 아주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주문제는 본인의 지금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아이일 때는 밤이 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죠.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라는 말은, 아이였을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싸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겠죠. 

마음속의 상상입니다. 

지금의 '못난 나'가 예전의 '희망찬 나'에게 비교당하면서 혼나는 느낌이죠.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로 토해내는 과정을 '감정적 환기'라고 합니다. 

정신과까지 오셔서도 이야기하는 것으로 뭐가 좋아지겠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괴로움을 겪는 분들은 보통 자신의 감정과 괴로움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쭉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명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문제가 뭔지 모르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명확해지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겨나지요.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이렇게 문제를 명료화하고, 환기를 하다보면 치료의 힌트가 보입니다. 

바다는 생명 그 자체이지요.

가물지 않는 바다가 가물어버렸고, 흔적만이 남았습니다. 

아마 여러 가지 상처가 있었겠지요.

노래 처음 시작에 나오는 아물지 않는 일이 그 상처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네요. 그래도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느꼈던 희망찬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앞에서 말한 환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나면 목표가 정해집니다. 

이래야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되지요. 

환기 과정과 목표 설정이 없었다면 이런 목표가 없을 것이고, 제자리를 맴돌 뿐이겠죠.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목표 설정을 완료하였으니 이제 나아갈 차례입니다. 

처음 가사 부분에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기 힘들어서 낯설다고 했지요?

자신의 못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지요.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두 눈을 떴습니다. 

 

그러자 드디어 세상은 아름다운 선물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좋아졌을까요?

아니죠. 우리는 가끔 어떤 객관적인 하나의 세상을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 한 명 한 명은 실제적으로 '자신이 바라보고 자신이 인식한 대로의, 내가 상상하는 나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결국 내가 그 세상을 좋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요. 

 

내가 무서워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은 계속 무섭습니다.

눈을 뜨기 전에는 세상이 너무나 참혹할 것 같다고 계속 의심하지요. 

내 마음은 말라있으니까요. 그래서 눈을 떠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의심합니다. 

왜 무서운 세상을 나에게 보여주려는 거야? 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눈을 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가 제일 무서운 상태라는 것은 깨닫고 나면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결국은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자아상'이라고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자아상이라고 합니다. 

정답은 없죠. 자신이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하지 못 합니다. 

다시 나오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 자아상을 같이 찾아가면서 안정되고 유연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치료의 목표 중 하나가 되죠. 

이게 되어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Base camp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 Base camp는 가족일 수 있죠.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일지도?) 자신의 Mentor일 수도 있습니다.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안정된 자아상이 형성되기 쉽겠죠. 

아니라면 뭐 어쩝니까. 다르게라도 만들어내야죠. 

험난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을 바라보고 아까 자신처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죠.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 하지 않아

 

 

위에서 말한 base camp가 잘 발달되면 그것을 Secure base라고 인식합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라는 secure base를 기반으로 세상을 탐험합니다. 

그 기반이 안정적이고 자신을 잘 돌봐주면, 아무리 험난한 세상도 탐험하고 돌아올 수 있지요.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분들의 secure base가 되거나,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안정적인 자아상을 다시 구성하고 나면 길을 잃어도 세상 속에서 자유롭죠. 

그렇기 위해서는 눈을 감지 않고 세상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 

스스로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죠.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이렇게 되어도 다시 커다란 상처가 돌아오면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아주 약간이나마 상처에 대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삶에 져버려 힘든 날에도, 다시 돌아올 곳을 만들어 냈다면 이 치료는 성공한 것이겠지요. 

당신이 다시 우울해져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도록, 정신과 의사들이 돕는 것처럼요. 

 

여러분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정신과를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시대의 치유사, 아이유! 파이팅!

 

정신과 치료와 관련된 내용은 아주 간략하게 쓰느라 아주 많은 내용이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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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1.03.31 ...일단 이 글에서 이 분이 이지동님의 확고한 팬이란건 알겠습니다... 같은 한글을 보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니 세계는 역시 주관적이다..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4.06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좋습니다 ㅋㅋ
  • 작성자눈사람no.2 | 작성시간 21.04.05 이런 분석글 넘나 좋습니당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4.06 감사합니다 ㅎㅎ
  • 작성자Depress | 작성시간 21.06.24 아이유 앨범 수록곡으로 많이 버텻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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