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부모님과 관계가 힘든 분에게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1.08.29|조회수5,237 목록 댓글 8

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다음과 같은 만화를 봤습니다. 

 

이 만화를 그린 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려고 하니, 만화를 먼저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아빠나무입니다. 

 

당신이 부모님과의 '대인관계'에 대한 조언을 공개적으로 구하였기에,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고자 편지를 씁니다.

 

만화에서 획득한 정보를 토대로, 완벽하지는 않으나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자 먼저, 당신은 둘 중 하나를 고르셔야 합니다. 

 

현재 본인이 '대인관계 문제'라고 인식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결정해야 하지요. 

 

아마 '독립만이 답이다.'라는 답글이 많이 달렸을 것입니다. 

 

대인관계 문제는 '접촉'을 통해 발생합니다. 

 

그리고 대상과 접촉이 잦을수록, 접촉의 깊이가 깊을수록 문제는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그로 인한 고통은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접촉을 줄이는 것 만으로 대인관계 문제는 대부분이 없어집니다.

 

애인과의 다툼이 극한에 치달았을 때, 대부분은 결국 결별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지요.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입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문제는 학교를 가지 않으면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문제를 '없애는 것'이 '해결'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만화의 내용으로 볼 때, 아마 당신은 문제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인관계 문제를 하나씩 뜯어보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과정은 문제를 없애는 것에 비하여 너무도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아마 당신은 이런 방법을 듣고 자신이 하지 못하면, 방법을 듣고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난할 것입니다. 

 

그러니 충분히 각오를 다지셨다면,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짐은 하셨나요? 그럼 가 봅시다.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무엇인가부터 찾아야 합니다. 

 

대인관계 문제는 언제나 3가지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나'의 문제, '너'의 문제, '상황'의 문제.

 

 

 

만화에 '너'의 문제는 명백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당신('나')이 인식하기에 당신의 부모님('너')이 가진 문제는, 

 

1.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는다. 

2.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기 방어만 하느라 '나'를 비난한다. 

3. 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나'의 아픔을 과소평가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로 정리 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명확하게 잘 파악하고 계신 상태로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나'의 문제 역시 비교적 명확하게 만화에 드러나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정리해보면

 

1. '너'의 말에서 자신의 문제를 확인하지 못한다. 

2. 부모/자식 관계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다. 

3. '너'의 문제가 일어난 원인을 바꿀 수 없는 과거에서 찾으려고 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문제는 1. 이지요. 

 

 

 

'너'인 부모님은 명확하게 자신들이 느끼는 '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지 잘난 맛에 사는 앤데'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니?'

'부모를 외롭게 밀어낸다.'

'너는 부모를 이용하냐.'

 

실제로 잘난 맛에 사는지, 외롭게 만드는지, 부모를 이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그렇게 '느꼈다'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감기'라고 '느끼는' 것에 괴로우니 도와달라고 그림을 그리셨지요. 

 

그런데 당신은 '너'가 느끼는 괴로움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데도, 그것을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였든, 부모님은 당신의 행동과 언어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그런데 만화에서는 그것이 그냥 부모님의 푸념 정도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너'의 가시가 아프다면, '나'의 가시는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부모/자식 관계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말은, '독립'에 대한 내용이 경제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결국 아버지도 그저 한 명의 '남자'이고 어머니도 한명의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여야 합니다. 

 

지금 박사과정 중이라면 대략 30살 정도가 되어, 성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한없이 사랑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부모님에게 한없는 사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어린아이가 '아버지'를 볼 때 굉장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부모님이 완벽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왔다고 하더라도 '감정적', '심리적'으로 독립한 것이 아닙니다. 

 

 

 

세 번째로 부모의 문제가 나타나는 원인을 바꿀 수 없는 과거에서 찾고 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래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화를 봤을 때 당신의 내부에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해결하기 위한 힘이 당신에게 남아있을지, 사실은 걱정입니다. 

 

 

 

'상황'의 문제도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 '나'가 바쁘고, 직업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있다. = 시간이 없다. 

2. '나'와 '너'의 학력 차이가 상당하다. 

3.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대인관계 문제는 언제나 '여유'가 결정합니다. 

 

가수 이효리 씨가 '내가 벌어 놓은 돈으로 우리 부부가 계속 놀고 있으니 안 싸우는 것입니다. 치열하게 직장에서 돈 벌고 와 지쳐있는 부부가 안 싸우는 것이 대단한 것입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의 문제는 '나'와 '너' 모두에게서 여유를 없애고 있습니다. 

 

'나'도, '너'도 평생 여유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본 분들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결국 작은 갈등에서 감정적 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죠. 

 

 

 

 

 

자, 문제 파악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여기서부터가 제일 어렵습니다. 

 

'나'의 문제도, '너'의 문제도, '상황'의 문제도 '나'가 해결해야 하거든요. 

 

아니 왜 '너'와 '상황'의 문제도 '나'가 해결해야 하냐고요?

 

이 '문제'라는 것을 '나'만 인식하고, '나'만 해결하고 싶고, '나'만 괴로우니까요. 

 

그래서 어렵습니다. 

 

아니 그러면 '너'는 뭐 하고 있냐고요?

 

'너'가 인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겠죠. 문제가 '0'인 대인관계는 없으니까요. 

 

여하튼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가 슈퍼맨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너'의 문제부터 해결해 봅시다. 

 

1.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는다.

2.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기 방어만 하느라 '나'를 비난한다. 

3. 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나'의 아픔을 과소평가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위 세 가지는 결국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핵심이 됩니다. 

 

그 원인으로는 '낮은 자존감', '사과를 하면 지는 것이라는 인식', '사과를 했을 때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던 경험'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소개대로라면 당신의 부모님은 가난하게 자랐고, 여유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표면적으로나마 본인에게 사과했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그때, 본인이 느꼈던 괴로움에 대해 부모님이 사과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 사과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아주 강렬하게 표현하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사과를 했을 때 부모님이 실제적인 이득 - 그것이 경제적이든, 감정적이든, 뭐든 - 을 얻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었다면?

 

아마 부모님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부담감이 훨씬 적어졌겠지요. 

 

더해서 아들인 당신에게는 자기 방어를 덜 해도 되도록, 본인의 분노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과하게 혼을 내면 어떻게 되나요?

 

다시 그 잘못을 했을 때 그 아이는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핑계 댈 것입니다. 

 

심지어 별 것도 아닌 일로 문제 삼는다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 보이네요. 

 

폭력을 쓰고 고성을 질러야만 분노가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은연중에 어머니가 겁을 먹을 정도의 분노가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겁을 먹는 분노의 임계치가 일반인에 비해 너무 낮을 수도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맞춰나가 봐야지요. 

 

여하튼 결론적으로 부모님의 긴장도를 낮추고 사과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끔 해야 합니다. 

 

현재 만화에 보이는 것 만으로 판단했을 때 부모님이 당신에게 사과하는데 들어가는 감정적 소모를 비유하자면, 발가벗겨진 상태로 어린아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간단한 인정과 사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죠. 

 

 

 

이제 '나'의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먼저 본인의 문제를 파악해 나가야 합니다. 

 

대인관계는 그 어느 곳에서도 Give & Take 입니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냈다면, 남에게서 부정적인 감정이 돌아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의 인식은 앞에 다뤘습니다. 

 

지 잘난 맛에 살고,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부모를 외롭게 밀어내는 아들에게는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랑에 한계가 있겠죠. 

 

당신의 어떤 언어와 행동이 부모님이 '지 잘난 맛에 사는 앤데',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니?', '부모를 외롭게 밀어낸다.'라고 느끼게 만들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가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먼저 '너'에게 사과해야겠지요. 

 

본인이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때 어떤 느낌인지, 얼마나 힘든지를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부모/자식 관계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공부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천지차이거든요.

 

그렇지만 알아야지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발달 단계'라는 주제로 이것저것 찾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전공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꿀 수 없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몰두하면 안 됩니다.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에 몰두해야죠. 

 

불평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공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뭔가를 개선해나가는 사람이 할 수 있겠지요. 

 

 

 

너무 길어서 읽기가 어려우실 수 있겠네요. 

 

사실 최소 20번은 면담하면서 나눠야 할 내용이라 이 정도도 엄청나게 줄인 것입니다. 

 

부디 조금이나마 당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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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1.08.29 글 잘 읽었습니다. 만화의 주인공이 읽었으면 하지만, 굳이 그 분이 아니어도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한국사람 | 작성시간 21.08.30 좋은 말씀이네요. 문제를 없애버리는것과 해결하는것은 엄연히 다르죠.
  • 작성자눈사람no.2 | 작성시간 21.08.30 모든 관계는 역지사지가 가장 중요하죠... 문제는 한쪽만 하게 되면 하는 사람만 마음이 찢기고... 또 이미 하고있다고 착각한 채 더욱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이에 상대방이 상처받고... 참 어렵지요. 무엇보다도 부모자식관계는 더더욱요.
    요즘 여러 분석이나 언론기사를 보면 부모에 의한 가스라이팅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포장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방어기제가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건데... 정작 반대의 경우인 '자식이 받아야하는 사랑'으로 포장된, 부모에 대한 자식의 방어기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저 단순히 패륜으로만 몰면 편해서일까요? 문제는 그 패륜으로 몰아가는 기성 인식이 부모자식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큰 장애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ㅠㅠ
  • 작성자Depress | 작성시간 21.08.30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한번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작성자케르온 | 작성시간 21.10.19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역시 모든 관계의 기본은 역지사지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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