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2222년. 유독 콩한 시대.
2222년. 유독 콩한 시대.
사람들은 발전된 기술의 수혜를 입으며 노동에서 해방되었고,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소비하는 생활을 영유하고 있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대기권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었고, 달까지 여행을 가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다. 수중에 도시가 만들어져 계절따라 바다를 떠돌고 있었고, 마리아나 해구엔 휴게소 겸 편의점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지구와 우주는 특별한 곳이 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컨텐츠를 즐기며 도파민을 뿜어냈지만, 언제나 인간은 기술의 발달 정도와 무관하게 전통적이고 평범한 것에 열광하기도 했다.
바로, 인터네셔널 인충왕전 222회처럼.
-아아아아!!! 박왕충 선수!! 들어 올! 립! 니! 다~~~~!!!!
3D 디스플레이에선 생생하게, 360도 모두 돌려볼 수 있는 곤충 두 마리의 싸움이 이제 막 끝이 나려고 했다.
박왕충. 인충왕전 17회 우승에 빛나는 곤충전 최고 권위자. 17살부터 자신의 애완 곤충에 의식을 업로드, 조종하는 인충대전에서 연달아 승리, 마침내 국제 인충왕전에 올라 출전 단 1년만에 우승해버리는 골든 로드를 달성한 전무후무한 인물이자 최고 프렌차이즈 스타, 절대자 그 자체인 남자였다.
그는 지금, 언제나 자기 우승의 거름이 되어주는 영원한 준우승자, 공진호 선수와의 싸움을 마무리 지을 때였다.
박왕충의 애충愛蟲이자 최고의 생물병기, 144mm급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타고 있었다. 반면 공진호 선수는 역대 최대 개체, 그러나 박왕충 선수의 애충보다는 체급이 떨어지는 122.2mm의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를 타고 있었다.
"흐읍...!!"
감정이 드러날 일 없는 곤충의 눈이지만, 마주하고 있는 공진호 선수의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눈에는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크고, 두꺼운 몸. 강력한 완력이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의 등각을 압박했다. 분명 두껍지만 짧은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였지만, 공진호의 재빠른 몸놀림과 6개의 다리로 구현하는 신묘한 풋스텝은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그의 시그니쳐 기동력이었다.
빠득. 그가 다리와 목에 힘을 집중했다. 방금 전 가벼운 공격의 실패(그리고 그렇게 될 걸 알았다.)에 이어지는 공진호 선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17연 우승의 절대자, 박왕충은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읽어, 엇박자 움직임으로 그의 힘 집중력을 약간이나마 흩어냈고, 몸을 최대한 낮추며 전장지인 참나무통에 딱 붙혔다.
그그그극....
이대로 미끄러져 빗겨나면 그대로 오레노 턴. 하지만 공진호는 아슬아슬한 시점까지 턱을 조였고, 도리어 앞으로 슬쩍 전진하며 턱을 내려 원래 위치만큼 아래로, 원래 위치보다 더 깊이 턱을 꽂아 넣는데까지 성공했다. 이런 세련된 테크닉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노하우였다.
'훗,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나 보군?'
하지만 박왕충은 더 섬세한 기술을 머리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6개의 다리에 온힘을 다해 공진호의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를 밀어붙혔다. 힘으로 밀기 시작하면 6개의 다리가 아무리 참나무를 꽉 잡고 있다해도 뒤로 밀리기 마련이고, 그러다 참나무의 결에 발이 빠지기라도 하면 급속도로 밸런스를 잃어버린다. 균형의 상실은 힘의 집중을 흩뜨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술을 걸면 승리하는 패턴. 가장 유명한 패턴이고, 이번 경기장의 가장 큰 변수이기도 했다.
공진호는 이런 변수를 잘 이용하는 선수였지만, 여태 박왕충에게 통한 적은 없었다. 그 또한 그 정도 기본기는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미 참나무대의 결은 완벽히 외워두었다. 이대로 뒤로 2^2mm만 밀어낸다면 왼쪽 두번째 발이 결에 빠지게 되겠지.'
그리고 그건 공진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힘대힘. 강대강. 체급에서 밀린다지만, 유독 강건하게 성장시킨 공진호의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는 힘이 좋았다. 그렇기에 체급을 무시하고 정면 힘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밀어 붙였다. 이런 저돌적인 성향이 그가 17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음에도 인기를 얻게 해준 비결 아닌 비결이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그러나 싸움은 결국 힘이 아닌 수싸움. 힘대결에 집중하는 공진호를 앞에 두고, 박왕충은 힘을 반대로 당겼다. 6개의 꽉 잡은 다리를 앞으로 밀며 몸을 뒤로 당겼고, 갑작스레 왕충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가 밀려버리자 강력하게 꽉 잡고 있었던 턱은 그대로 등각을 문 채 끌려가버렸다.
"아뿔사!"
공진호는 밸런스가 무너지는 시점에 직감했다. 여기서 내가 다시 몸을 당긴다면 타이밍을 읽은 저쪽은 그 전에 들어 올릴 것이고, 그대로 밀어낸다면 당겨진 다리가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을 것이니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동물적인 감각. 언제나 그의 승리를 가져다준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
공진호는 위험을 무릎쓰고 그대로 돌진, 그러나 힘으로 버티거나 싸움을 걸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오른쪽 앞발을 참나무에서 떼어낸 채 길게 쭉 뻗어 박왕충의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의 왼쪽 앞발을 아래에서 옆으로 쳐냈다.
덜컥.
탁.
휙-!.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기술의 싸움. 정석적인 박왕충의 들어 올리기, 변칙적인 공진호의 앞발후리기.
왕충의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의 앞발 하나가 허공을 향했고, 덕붙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살짝 왼쪽으로 기울어진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최고 수준의 선수끼리 이 정도 밸런스 붕괴를 치명적이다.
그러나 들어 올리기는 성공적이었고, 이제 끝을 보기만 하면 되..는데..!!
-아아아아!!! 공진호 선수!! 엄청난 기술입니다!! 심지어 아직도 버티고 있어요!!!!
공진호는 강력한 턱으로 박왕충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의 아래쪽 두각을 꽉 잡고 있는 것이었다!!!
박왕충은 급격히 위기감을 느꼈다.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의 위쪽에 있는 뿔은 등각, 아래쪽은 두각인데, 두각은 머리 바로 앞이었고, 그의 시야를 가진 위협적이고 강력한 턱이 두각을, 더 나아가 머리 자체를 부술 것처럼 힘이 가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끄으윽.."
곤충은 성대가 없어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그가 누워 있는 캡슐에서 그는 신음을 흘렸다. 그의 집념 때문이었을까? 이전에 없었던 괴력이 그의 머리를 조이고 있었다.
'박살나라.. 박살나, 박왕충!!!'
모든 것을 걸고 온 힘을 다해 힘을 주고 있었다. 모든 힘을 집중하는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다리가 마치 나뭇가지처럼 뻣뻣해졌고 무의식적으로 본래 신체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빠득.. 까드득...
모두가 숨죽이는 위기의 순간, 박왕충의 눈. 정확히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의 검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두각 아래로 삐져나온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턱, 그리고 깊고 복잡하게 파여 있는 참나무의 껍질.
판단의 과정은 없었다. 그 역시 최상위권 선수로서, 사고의 속도는 직관과 구분될 수 없었다.
팟-!!
-아아앗!!!!
박왕충은 들어올린 머리를 그대로 아래로 내려 찍었다.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턱이 참나무 껍질에 부딪힐 정도로.
퍽. 하고 찍은 턱은 참나무 껍질을 파고 들었고, 박왕충은 그대로 6개의 다리를 놀려 꽁무니를 위로 올리며 머리를 스-근하게 빼버렸다. 그리고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압박에서 벗어나자마자 그대로..!!
덜-컥.
날개 없이 날으는 생물을 본 적 있는가?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가.
17준우승에 빛바랜 공진호 선수가.
하늘을.
날았다.
날개도 피지 않고서.
툭.
경기장의 바닥은 최고급 톱밥으로 가득차 있었다. 덕분이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의 몸엔 별 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그 곤충을 타고 있던 의식이. 한 남자가. 준우승도 아니고, 8강에서 떨어진 한 남자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 입었다.
댕댕댕댕~~!!
-8강 우승자!! 박!! 왕!! 추우웅!!!!!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리자를 축하하는 빛이 경기장을 두른 아크릴 벽을 통과해 곤충의 눈에 산란했다. 아름답고, 아까웠다. 질투와 열등감. 그리고 패열감이 좀먹는 그의 정신은 더 이상 팔라완왕넓적사슴벌레를 타고 있을 수 없었다. 패배자가 내려오지 않고 오래 누워 있는 모습은.. 정말 추해 보였으니까.
뚝.
푸슈우우...
쾌적한 캡슐 내부의 공기가 후끈하고 열광적인 바깥의 공기와 맞닿아 대류 현상을 일으켰다. 공진호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매니저, 감독, 코치가 그에게 잘했다, 수고했다고 말했지만, 17년 동안 준우승만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번 대진운은 너무 안 좋았다. 4강도 아니고 8강에서 떨어지다니. 준우승 자체가 별명인 남자가 준준우승을 해버리다니. 그들의 표정은 실망과 슬픔,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하. 17번이나 겪었으면 서로 익숙해질 때 됐잖아?
오히려 공진호 선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괜챤아 갠찮아. 다으메는 꼭 이기면 대는 거지."
그렇게 말했지만,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나, 이제 준우승도 못하는 퇴물이 되어버린 거 아닐까? 이제, 더 이상 현역 활동은 무리가 아닐까? 여기서 더 추락하는 것보단, 무관의 제왕으로 은퇴하는 게 나을지도..
엄습하는 불안감과 패배감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4강 우승자. 박왕충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인터뷰를 막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숨길 수 없었다. 그의 관자놀이 한쪽에 흘러 내리는 긴장의 땀을.
"훗, 너도 슬슬 한계가 오는구나."
자신만 추락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더 먼저, 더 많이, 더 큰 격차로 떨어지고 있을 뿐.
"박왕충 선수, 이번 공진호 선수의 마지막 공격은 정말 매서웠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공진호 선수는 제가 전부터 정말 존경하는 선수였고, 이번에도 정말 잘해줘서 많이 위험했습니다. 네, 위험했고요. 마지막 그 짦은 타이밍에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지.. 투지와 집념은 정말.. 제가 많은 선수.. 분들을 만나봤지만, 에. 공진호 선수만큼 긴장하게 만드는 선수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네, 그런 공진호 선수를 꺽고 4강으로 올라가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최대 위험인 공진호 선수를 꺽었기 때문에.. 한숨 돌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오오오~~~
공진호는 패배감이 살짝 가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 자조했다.
그리고, 4일 뒤, 그의 말대로 4강은 훨씬 쉽고 빠르게 이긴 박왕충이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결승전.
17연승 절대자이자. 18연승의 역사를 써나가는 박왕충의 앞에,
17살 나이로 골든 로드에 도전하는, 데이터가 없는 무명의 선수가 결승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