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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이야기]어느 독일 사회학자 이야기

작성자책읽는달팽|작성시간21.11.16|조회수218 목록 댓글 1

1927년 독일 뤼넨부르크란 도시의 양조장집에서 한 애가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니클라스, 성은 '뤼넨부르크 사람'이란 뜻의 루만(Luhmann)이었습니다. 네, 아시겠지만 곧 호이의 시대죠...

이 아이는 크면서 나치를 매우 싫어하게 됩니다. 때가 때이니 히틀러 유겐트에 강제로 가입해야 했고, 엿같은 행진, 인사법 그리고 괴뵐스가 만든 끔찍한 프로파간다들... 덤으로 어머니는 스위스 계인지라 스위스 놀러가서 세상 돌아가는 것 다 알고 있었고, 아버지는 '저 나치놈들 때문에 장사 안된다'고 뭐라 거렸죠. 이는 이 아이를 정치에서 분리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는 좋은면도 있고 나쁜면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독일 지식인의 뼈아픈 약점이죠. 전 교황성하도 히틀러 유겐트였죠?

이 니클라스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 중 하나는 김나지움을 졸업하자 마자 히틀러 유겐트를 하면서 방공보조를 섰을때 입니다. 다행이도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미군포로가 되었습니다. 근데, 왠걸 포로수용소에서 비오는날 먼지 나게 쳐맞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루르지역에 강제노역을 갔습니다. 청소년 시기, 빡친 소년은 거진 자기 또래인 미군보고 '제네바 협약 지켜라!' 라고 했죠.

그리고 독일에도 전쟁이 끝나게 됩니다. 저 경험때문에 1946년 괴벨스가 나온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합니다. 68혁명 이전엔 유럽 대학교들은 들어가기가 매우 빡셌죠... 그리고 집에서도 니클라스만 대학교를 갔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법학과(로마법) 졸업장을 손에 쥔 그는 집인 뤼넨부르크로 가서 법원에 취직하게 됩니다. 취직하면서 여러가지 작업들을 거치게 되죠. 서독이었고, 뤼네부르크 고등 행정법원장 비서였으니 나치 부역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일도 했습니다. 근데 아놔... 너무 많아!!! 그래서 메모를 서로 연결시켜서 메모상자(Zettelkasten)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책 읽으면서도 메모를 하고 말이죠. 승진요? 음... 술도 못마시고, 사민당이나 그런곳에도 가입 안해서 은근 불이익 받았습니다. 실력만 갖고 올라간거죠. '메모상자'에 대한건 https://cafe.daum.net/Europa/H2b/83947 이걸로 마무리 합니다. 허 참... 아 참고로 아래 한국인 제자분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자분이 교수님 따라할려다가 GG치셨다고... 요새 컴퓨터가 발전되어서 그나마 쉽게 만들어진겁니다.

그리고 또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이번엔 해외 연수입니다. 1년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배울 기회를 주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습니다. 그래서 탤컷 파슨스라는 사회학자(시스템 이론을 처음 주장했습니다.) 아래에서 1년 동안 사회학을 듣게 됩니다. 이게 그의 '공식'적으로 사회학을 배우게 된 첫번째이자 마지막이죠.

어느 날, 빌레펠트에 개혁대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는 사회학자에게 메모상자에서 꺼낸 글을 보냅니다. 그리고 답신이 왔습니다. '당신, 내가 생각하는 대학교의 1호 교수임.'

그래서 Prof. Dr. 딸 준비를 하죠. 강사를 하는 와중에 68혁명이 터졌습니다. 그의 운빨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법원에서 한대로 아무데도 끼지 않았습니다. 학생편이든, 교수펀이든 간에요. 이게 운빨이 된게, 어느 사회학자(테어도어 아도르노)는 여자 대학생에게 봉변을 당한 적이 있거든요.

여튼, 교수임용논문을 완성하고 Prof. Dr. 를 따게 됩니다(이 논문은 드럽게 빡세고 통과하기 힘든터라, 공식석상에서 Prof. Dr. 호칭을 붙여주고, 집 명판에도 붙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프로젝트였던 빌레펠트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한마디 하죠.

연구 대상: 사회 이론, 연구기간 30년, 비용: 없음

이 대학교 자체가 개혁대학이다 보니 다른 과와 섞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역사학쪽에선 동부 전선에서 포로로 잡혀 포로로 보낸 역사학자이자 개념사 사전으로 유명한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동료 교수였죠.

여튼, 유명한 꼬꼬마가 왔으면 줘패는건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래 네놈이 빌레펠트 대학 1호 교수라고? ㅋㅋㅋ 어디 실력이나 보자' 하고 위르겐 하버마스(그냥 모른다면 정슈게에 가야 할거 같은 송두율 교수의 지도교수라고 보면 됩니다. 거 참 재미있지요? 둘다 한국인 제자가 있다는게...)라는 사회학자가 와서 붙습니다. 근데, 결국 패배하고 망했죠... 이 내용을 갖고 책이 출간되었으나, 뭐 학자는 사람 아닙니까? 쪽팔려서 해외 판권을 거진 다 막아버립니다.

뭐 여튼, 하버마스가 루만을 띄워주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고, 심심하면 놀러오기도 했습니다. 놀러와서 대학교 학생에게 '니 이론 증명 가능?' 이라 해서 진땀을 흘린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루만은 약을 좀 빤 사회이론을 만들었습니다. 기본 골자는 체계 이론이나 여기에 이과가 좋아하는 네겐트로피(엔트로피의 정반대), 사이버네틱스(여기선 대한민국 전통놀이인 스타크래프트 같은 SF에 나오는 인공 장기나 혹은 인공 두뇌가 아니라, 메시지에 얽힌 정보를 받고, 그리고 정보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압나다), 자가생산(자기를 재생산하며 유지하는 체계입니다.), 스펜서-브라운의 재돌입(이건 논리이론이기도 해서 이과가 더 쉬울겁니다)와 복잡계(네 카오스 이론이라 불리는 것)를 막 섞어놓은 나머지, 문과, 이과가 다 동일하게 엿을 먹는 물건이 탄생했죠. 이과는 아 말이 통하는거 같은데 문과 이론이라 GG, 반대로 문과는 저런 개념들이 머리안에 없으니 GG...

여하튼, 진짜 30년(사실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 혈액암으로 인해 빨랑빨랑 대작을 마칠라고...)을 사회이론에 박아넣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시 법쪽 출신이다보니, 한국에서도 법학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삶은 친절한, 그리고 대충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주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교수님... 낮에 만났다면 백방 도서관에 들릴라고 한 거였고, 한 유학생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채꾼'에 비유했습니다. 네... 옷은 대충 입고 허름한 큰 가죽가방을 들고다닌 대머리 아저씨였으니...

 

그리고 연구 때문에 학교에 안나가니까 학생회가 빡쳐서 '이 망할 교수님하 왜 학교 나와서 수업 안하냐!' 라는 대자보도 붙여놓고(뭔가 바뀐거 같지만...), 연구로 인해 야간에 수업을 하는지라 교수들이 수업을 들으러 오는 일도 벌어지고... 이역천리에 떨어진 왠 한국인이 갑툭튀 제자로 받아주십사 하자, '난 한국에 대해선 모르는데, 근데 니가 이론 배운다고 하면 갈켜줄께' 하면서 털썩 받아주기도 한...

 

다음 글은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 이론을 다룰 생각입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복잡성을 될수 있는한 최대한 줄여버릴거니까(당연히 복잡성을 줄이면 정보가 많이 날아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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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민동균 | 작성시간 21.11.16 대충 읽어봤는데 어질어질하신 분인데 기대가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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