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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북쪽으로 붓과 칼을 휘두르라 - 제1편

작성자E.E.샤츠슈나이더|작성시간24.10.12|조회수388 목록 댓글 1,460
이 RPG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이를 통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립니다.

이 RPG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국가, 회사 또는 단체, 그 밖에 모든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유사한 예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RPG는 특정한 사상, 이념, 정치체제, 인권 탄압과 폭압적 정치 질서를 옹호, 미화하거나 찬양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아, 전하께서 계해년 반정(反正) 초기에 광해군의 죄를 낱낱이 거론할 때에, 오랑캐와 서로 통한 것이 실로 그 중 하나를 차지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나라를 세우게 된 근본이라 할 것입니다. 저 화친을 배척한 인사들이 또한 어찌 자신을 위하여 계책한 것이겠습니까. 단지 천지의 떳떳한 법도를 알아 바꿀 수 없는 대의를 붙들어 세우려고 한 것일 뿐인데, 무슨 나라를 그르친 죄가 있겠습니까. 설령 조정이 그 말을 모두 적용한 결과로 전쟁을 야기시켰다 하더라도, 고금 천하 어디에 자신의 지체(肢體)를 잘라 이리와 호랑이에게 먹이로 주면서 ‘저가 앞으로 나를 아껴 깨물지 않을 것이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 세자시강원 설서 유계(兪棨)의 상소문



제1장 : 교토사양구팽

치욕스러운 삼궤구고두 사건이 벌어진 직후 조정을 강타한 것은 “패배의 원흉 찾기” 열풍이었습니다. 특별히 국왕 이종이 무능하거나 탐학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강화도에서 ‘굳이’ 한성 진공을 시도하다 병력을 모두 말아먹고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이가 강도검찰사 김경징, 즉 영의정 김류의 아들이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또한 북방에서 구원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오랑캐 군대의 공격을 받고 전사한 도원수 김자점 역시 이미 죽었으니 본보기로 삼을 수 없었죠. 김류, 김자점, 이시백, 원두표 등 계해년 반정(인조반정)의 공신들은 이종의 친위세력이었고,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친위세력을 잘라낸다는 과감한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없었습니다. 조정 중신 장유가 모은 네 명의 일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징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공신집단은 발빠르게 대처하여 청군 역관 정명수에게 빌붙어 이종을 배신한 상태였습니다.

다 같이 체포당해 제거될 위기에서, 일행들은 다행히도 의연히 체포된다는 최선의 선택을 해 살아남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예친왕 도르곤은 이원호와 최원겸이 심양으로 자진해 끌려간다는 조건으로 정명수를 이종에게 내주었습니다. 청국의 입장에서도 조선왕이 정말로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어 폐위당한다면 결사항쟁을 외치는 이가 ’끝까지‘ 자신들을 괴롭힐 수 있었기에, 이는 합리적 선택이었습니다. 정명수가 사상 초유의 책형을 집행당하는 동안, 일행들은 각자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제2장 : 객군

화북 유민 출신으로 말단 무관벼슬에 이어 지난번 일의 공으로 군기시 별좌에 제수된 유양립은 “홍이포를 제작하라”는 갑작스런 명령을 받고 크게 놀랐습니다. 가도(평안도의 섬)에 주둔한 명군을 함락시키기 위한 청 홍타이지의 요구사항일 것이 뻔했죠. 네덜란드계 조선인 박연(벨테브레)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양립은 “가도에 명군이 없다면 홍이포도 필요없는 게 아니냐”고 무심코 말을 던졌고, 삼도통제사 류림이 그의 공작을 돕기로 하여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가도의 사령관이 지난 임진란 때 명군 제독이었던 이여송의 아들 이성충이라는 점, 그리고 이여송의 사생아가 조선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세심한 공작이 준비되었지만, 일은 생각보다 단순히 해결되었습니다. 유양립이 “황상폐하께서 귀환을 명령했다”고 말하자마자, 가도 생활이 지옥같았던 명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항주와 복주로 향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급품 비축을 위해 전주가 약탈되었고, 조선에서 “주명의 재조지은”을 언급하는 이는 기이하게도 일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제3장 : 키리시탄

육왕학(양명학)과 천주학(가톨릭) 등 잡학에 몰두하던 정찬석은 조선통신사 일행의 대마도경차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찬석의 임무는 소서행장(고니시 유키나가)을 비롯한 옛 왜장들이 기반을 닦아두었다는 규슈의 대규모 키리시탄 공동체를 정탐하고, 혹시 조선도 스페인이나 네덜란드같은 서양 세력들에게서 무기를 들여올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에도 막부는 키리시탄 세력의 팽창을 몹시 경계하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와 손잡고 20만이나 되는 대병력을 준비해 구주대토벌에 나서려던 차였고, 남쪽의 키리시탄 다이묘들은 누에바에스파냐 필리핀 도독령의 스페인인들 및 예수회 사제들과 손잡아 어떻게든 맞서보려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키리시탄 다이묘‘라는 것이 실은 지난 임란때 조선인들을 수없이 죽였던 그 자들이라는 점을 캐치한 찬석은 재빨리 이들을 손절하고 히라도로 가 네덜란드인들과 접촉했습니다. 또한 떠나는 길에 몇몇 키리시탄 하급무사들에게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어려운 가톨릭 교리는 아마테라스가 야훼이고 덴노가 곧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이비 종교가 되어 민중을 장악했고, 일본의 내전은 장기화되고 말았습니다.


제4장 : 다라군왕

심양으로 끌려간 이원호와 최원겸의 임무는 대칸 홍타이지(조선에서는 ’청주 홍태극‘)의 셋째딸 애신각라 달철과 혼인하게 된 이종의 막내아들 용성대군을 보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 멘탈케어에 지친 이들은 ”어쨌든 오랑캐 황제의 부마가 되는 것이니 대군 자가께서 조선인들의 버팀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로 그를 설득했고, 다행히 혼인은 정상적으로 치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외모가 아름답고 정치적 야심은 크지만 능력이 한참 모자라는 황녀 달철은 용성대군(청 슬친왕)과 두 신하들의 ‘친조선파 양성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주었고, 유학에 관한 한 조선의 젊은이들 중 따라갈 자가 없는 송시열은 청국 문관들을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정음(한글)을 가르치고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그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 심양 내에 정말로 고려인과 만주인이 삼한의 일족이며, 중원 천하와 구별된 해동만의 천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을 정도였죠. 도르곤을 비롯해 ‘천연두 바이러스가 뇌를 파먹지 않은’ 정상인들은 매우 우려했지만, 무식한 여진족 오랑캐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5장 :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정찬석은 경상우도 곤양군(현재의 사천시, 하동군 일부)의 군수로 임명되어 네덜란드와의 교역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훈련도감 파총으로서 홍이포 도입을 논하기 위해 찾아온 유양립과 통역 박연도 함께였죠. 그러나 고니시 유키나가의 외손이자 전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의 아들이며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가톨릭 사제 소 만쇼가 포르투갈인 신부 하나를 대동해 찾아온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연 70년 동안이나 서로 싸워댔다던 소문이 진실인지, 네덜란드인들과 포르투갈(스페인)인들은 서로의 계책을 폭로하며 조선에 대서양 무역 팁을 잔뜩 전수해주었습니다. 스페인이 명(남명) 정권과 결탁한 상태이며 그들과 교역하는 것은 곧 청국에 반기를 드는 것과 동격이라는 점, 네덜란드와의 교역이 조금 더 군국기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결국 네덜란드와의 독점교역이 성립되었으나, 찬석은 몰래 이종의 유일하게 남은 ‘진짜 측근’ 심기원에게 “서반아인들과 몰래 접촉한다면 친위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밀지를 보냄으로써 연줄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양립 역시 네덜란드인들로부터 홍이포 몇 문을 인계받는 데 성공해 공을 세웠죠. 또한 인도양의 스페인 무역거점들을 습격하며 사실상 인도 무역을 독점한 VOC는 막대한 양의 염초와 유황을 조선에 공급했고, 중원 공략에 나서던 청나라와의 조공무역으로 그들이 화북에서 약탈한 대량의 은화를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겠군요.


제6장 : 북평토라행성

폴란드의 왕이자 루스의 차르이자 리투아니아의 대공인 브와디슬라프 4세가 (자기 아버지의 것이었던) 스웨덴 왕위마저 되찾기 위해 친위군을 육성하고, 중앙집권에 방해가 되는 카자크들에게 ‘무제한 동부 정복령’을 내리면서 굴러간 스노우볼은 5,000명에 달하는 카자크들과 크림 칸국 용병들이 만주까지 넘보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산해관을 공략하는 청군 주력을 일부나마 회군시켜 대응하면 금방 끝날 일이었으나, 파견된 조선인들은 이 ‘나선’토벌의 책임자인 쇼토 황자와 팔기 양홍기의 작전을 훼방놓는 데 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는 극히 위험한 시도였고, 실제로 이원호가 쇼토의 군사적 무능을 사실상 ‘유도’하면서 정말로 카자크들이 심양을 목전에 두는 엄청난 상황이 펼쳐졌죠. 특히 이들이 해서부족의 거점들을 심하게 약탈한 탓에, 만주의 통합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병석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홍타이지를 대신해 섭정 중이던 그의 이복형 다이샨은 이를 갈며 팔기군을 전면 회군시켰고, 카자크들을 그야말로 분쇄해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쇼토는 유양립과 최원겸에게 완전히 농락당해 원겸에게 칼질을 하다 슬친왕(용성대군)에게 체포되는 추한 엔딩을 맞았고, 청나라 내 ‘친조선파’는 이제 정말 보위를 노릴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제7장 : 틈왕

더 이상 만주에 있을 수 없게 된 최원겸은 이원호와 함께 한성으로 ‘빼돌려’졌습니다. 심기원이 강력한 반청주의를 주장하며 이종의 신뢰를 한몸에 얻고 병조판서와 훈련대장을 겸임하며 조선의 군권을 반쯤 장악한 상황에서 좌의정 최명길은 전 의주부윤 임경업이 혈혈단신으로 화북에 밀항해 반청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정보를 더 캐기 위해 친척 원겸을 북경으로 파견한 최명길은 “임경업이 어떤 공작을 하고 있는 지 조사하고, 그것이 조선의 안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현지에서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물론 원겸의 첩보활동은 그리 잘 풀리지 않았는데, 천진에 도착하자 마자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어떠한 위장도 없이 대뜸 수군의 지휘관처럼 보이는 이에게 달려들다 체포당했고, 서찰을 압수당해 임경업이 최명길의 밀지를 그대로 입수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원겸은 임경업에게 이런저런 사항들을 물어봤는데,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농민반란군 출신의 이자성이 태산에서 칭제해 대순을 세웠고, 북경을 접수해 중원 북조가 되기 직전이라는 점 뿐이었습니다. 결국 임경업이 심기원과 손잡았다는 사실은 묻히게 되었고, 이는 곧 크나큰 실수였음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제8장 : 홍익인간

화북에서 주씨 황실을 보이는 족족 주살한 순 영창제(이자성)가 장강을 넘어 양주와 남경까지 점령했다는 소문이 들리던 기묘년(1638년) 가을, 호조 속아문들에 배치된 정찬석과 이원호는 일각에서 야심차게 기획되던 대규모 경제개혁, 즉 ‘경장’의 실무책임자로 발탁되었습니다.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화폐를 통용시키며 세금도 전부 화폐로 받자는 ‘상평대동론자’ 이조판서 김육은 일부러 젊은 관료들을 모아두고 경장의 세부를 논의하게끔 하였습니다. 탄정입무(모든 세금을 지세로 일원화), 공물변통(공납을 폐지함), 설점수세(국가가 주도하여 광산 등을 개발함), 화란은화 통용, 환곡 폐지 및 상평창제 도입 등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으나, 정작 분위기는 엘리트주의적인 서인 입당의 송준길이 남인 허적의 가문을 모욕하며 험악해졌습니다. 심기원에게 이 모든 것을 일러바친 정찬석은 “최명길이 최원겸을 시켜 대순의 신하인 임경업과 불온한 일을 논의했다”는 정보를 유출하자는 심기원의 계책에 동의했고, 결국 좌의정 최명길, 우의정 이성구, 전 이조판서 장유, 김상헌, 원겸과 원호를 비롯한 여러 젊은 관료들이 모두 심양으로 끌려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심기원은 “이 희대의 치욕을 갚으려면 금상께서 강력해야 하며 부국강병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논리를 이용해 젊은 관료들의 논의 모두에 노비종모법 등까지 추가한 경장안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이원호가 끌려가기 직전 영남 남인의 명사 허목을 경장 찬성파로 끌어들이는 데까지 성공하여, 경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선의 제1과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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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4.10.27 E.E.샤츠슈나이더 안내 받고 나면 캐릭터 시트 작성해보겠습니다.. 스토리를 모르는데 혹시 다 읽어야 될까요?(..)
  • 답댓글 작성자렌지파일 | 작성시간 24.10.27 통장 오늘이나 내일 다음편 올라오면 본편만 봐도 될듯 합니다. 뭔가 사건을 일으킬 인물들이 실제로 이미 일으키고 엔딩이 나서(?)
  • 답댓글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4.10.27 렌지파일 앗
  • 답댓글 작성자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27 통장 - 목표: 만주족 정체성을 가진 제국의 비가역적 파괴.

    - 추가된 상황: 새 중원제국인 순나라(이자성)가 조선의 입조를 요구했으나, 그 정도가 사실상 조선성을 설치하는 수준이라 거부하고 오랑캐들을 모아 반순연맹을 만들기로 함.

    - 청의 상황: 개판이 됨. 최근 만주족=고구려의 후예(…)라고 믿는 신진관료와 청의 폐위된 황제(호오거)가 조선으로 망명함.

    - 역모: 중원제국과 맞짱뜨려고 키운 북방군(평안도)이 통째로 반란 일으킴. 부국강병하려고 백성 착취하던 인조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탓으로 여겨짐.

    최대한 요약해보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4.10.27 E.E.샤츠슈나이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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