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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북쪽으로 붓과 칼을 휘두르라 - 제3편 (완)

작성자E.E.샤츠슈나이더|작성시간24.11.09|조회수145 목록 댓글 300
이 RPG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이를 통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립니다.

이 RPG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국가, 회사 또는 단체, 그 밖에 모든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유사한 예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RPG는 특정한 사상, 이념, 정치체제, 인권 탄압과 폭압적 정치 질서를 옹호, 미화하거나 찬양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개새끼같은 것을 억지로 임금의 자식이라고 칭하니, 이것이 모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세자빈 강씨를 자식처럼 여겨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상소에 대한 인조의 답변, 1646년

 


제15장 : 홍서봉의 난

평안감사 홍서봉과 무장친위영 청어사 유양립이 서북에서 일으킨 대반란은 조선을 끝장내기 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외적으로부터 조선을 지켜주어야 할 가장 정예한 군사가 고스란히 반란군이 되어버린 초유의 상황에 아연실색한 왕은 경기수군우후 김주 등에게 소수정예 병력을 쥐어주어 평양을 직접 치게 하고, 북쪽과 남쪽에서 각각 서북순변사 정찬석(청에서 망명한 폐제 호오거와 일부 청나라 군사와 함께였습니다)과 도청어사 이완이 협공하게끔 하는 삼로병진책을 지시했습니다. 이 판단은 주효하여, 반란을 주도한 유양립은 의주 인근에서 조-청(?) 연합군에게 패배해 사망했고 평양에서 급히 남쪽으로 이동하던 반란수괴 홍서봉은 김주가 이끄는 특전대에게 포획되어 그대로 참수당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머리를 잃은 서북군이 황해도 재령에서 세 배가 넘는 관군을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마지막까지 격렬히 저항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진 오랑캐와 중원의 극단적 패권주의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온갖 우려를 불식시키고서라도 어떻게든 키워냈던 군사개혁이 ’나라가 망할 뻔한‘ 대형사태로 귀결되자, 안그래도 송준길-이원호 옥사사건으로 심신이 피폐해졌던 임금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16장 : 불사이군

홍서봉의 난 이후, 임금은 틈만 나면 신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는 도저히 왕을 못 해먹겠다”는 등의 말을 쉽게 내뱉으며 연신 머리를 땅에 쳐박는 신하들의 격한 반응을 유도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눈치빠른 이들은 필경 그가 노리는 것이 마치 명태조 주원장이나 명성조 주체와 같은 [그 근거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절대왕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으나, 정국은 너무도 급격하게 전개되어 그에 대처할 여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폐제 호오거가 망명하자 심양의 권력을 장악한 도르곤과 팔기의 친왕들은 조선에 최후통첩을 보내왔는데, 조정에서는 차라리 호오거와 그가 데리고 온 ’친조선파‘ 관료들을 제물로 바치고 청의 신정권과 친하게 지내보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홍서봉의 난을 진압했을 때처럼 심양에 기습적인 테러 공격을 가해 도르곤이고 친왕들이고 싹 다 쓸어버리자는 과격한 방안이 제시되는 등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서쪽에서 몰려오는 ‘샤한샤’ 자한기르의 군세를 더욱 우려했던 정찬석은 비밀스러운 공작으로 “심양에서 이미 토벌군을 보냈다”는 거짓 정보를 유포해 호오거를 영접하러 오는 왕의 가마를 다시 한성으로 돌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찬석이 보낸 가짜 정보를 철석같이 신뢰한 왕은 즉각 심양 정권에 대한 토벌령을 내렸고, 실제로 압록강 ‘이북’에서 전투가 벌어지며 심양에서도 급하게 ‘진짜 토역군’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조선과 밀접한 관계를 맺던 홍승주의 발해군과 김주가 이끌던 특전대가 심양에 대한 대습격전을 벌이고, 최원겸이 “면벌”을 조건으로 포섭해낸 조선 최정예병력 서북군이 빈집이 된 심요지역 일대에서 대학살을 벌이면서 그 강력하던 청나라는 불의의 일격을 맞아 그대로 끝장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이유로 3차 반역을 일으키려던 왜인 출신 관료 계광요가 왕의 마지막 인내심의 끈까지 끊어놓으려던 아찔한 위기가 벌어졌지만, 천만다행히도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청은 국가로서 사실상 멸망했으나, 그렇다고 조선이 바로 요동을 점유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17장 : 피의 복수

심양 대습격 당시 차하르부에서 서쪽의 샤한샤 자한기르를 직접 만나 그와는 어떠한 타협도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정찬석의 보고가 조정에 닿자, 조선의 거의 모든 이들은 결국 어떻게든 청의 잔당들을 몽땅 쓸어내고 요동을 조선의 땅으로 만들어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조선식으로는 ‘마마의 기운’)가 묻은 이불을 뿌리는 등 세균전까지 벌이며 여진족에 대한 인종청소행위를 자행하던 조선이 못 할 짓은 없었고, 아무도 진정 신뢰하지 않게 된 왕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백성의 생활에 무슨 이익이 되느냐는 계광요의 지적은 ’이번에는‘ 일견 타당했고 대순강경론을 앞장서 주장하던 정찬석마저 신중론을 제기했지만, 이미 요동을 경영해 해동천하를 세우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왕과 조정의 굳은 의지 앞에서는 큰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무적 팔기’가 아닌 규모만 강대한 여진족 무리에 가까웠던 청 잔당들은 정예병력을 총동원한 조선의 과감한 북진에 완전히 구축되었고, 조선은 바라던 대로 심요 지역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왕은 청 황제 호오거, 아니 여진의 전 추장이자 이성계의 후손인 김호격을 대한의 황제로 옹립해 자신 또는 자신의 후계자가 해동천하의 천자로 우뚝설 기반을 마련했고, 눈을 서쪽으로 돌려 이제야말로 대순의 패권주의에 대항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강대하다는 자한기르의 군대가 순 북방군 총사령관(좌도독) 원숭환에게 나뭇가지 부러지듯 참담하게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제18장 : 원병 요청

순나라가 ‘생각보다도’ 훨씬 강력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우려가 감돌고 있을 무렵, 대순 천자 이자성으로부터 도착한 국서는 조정 신료들을 더더욱 아리송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조선을 ‘챙겨준다는’ 듯 조선왕에게 요동공의 작위를 허락한다는 내용의 이 칙서는 일전에 순 사신으로 왔던 현 형부상서 주지유의 오만한 언행, 그리고 이에 강경하게 대처했던 조선의 반응과는 매우 상반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라도 파악하기 위해 최원겸과 정찬석이 북경으로 파견되었고, 그들은 대순이 정말로 엄청나게 강력한 상대이며 [맞서려 하는 것조차 사실상 자살행위]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습니다. 스페인식 갈레온을 수십, 수백 척씩 운용하고 서양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심지 없는‘ 총포를 든 보병대가 여기저기서 군사훈련을 벌이는 대순과 맞선다면 조선은 바로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었죠. 유럽 제국들의 역량을 과대평가해 “그들이 우리의 천하를 노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 한다”던, 외교 사기극이 들켜 조선인들에게 큰 약점이 잡힌 주지유는 이런저런 이상한 소리를 해대고 있었으니, 오히려 필요한 것은 최대한 고분고분한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순나라가 조선에 별 관심을 두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까지도 ”순나라에게 최대한 핑계댈 구석을 찾아보라“는 왕명을 잠시 잊고 ”전력으로 전쟁에 나서 순에게 독립적 지위를 ‘요구’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언을 이어나가던 요동순변사 김주는 비로소 현실을 자각하고 어떻게든 수비적인 방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북경의 소식을 전해들은 왕이 “돌궐(자한기르)과 순의 전투에 참전하되 일부러 계속 패배해 순이 조선을 과소평가하게 만들라”는 새로운 명령을 내리자, 김주와 계광요는 그 방책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물론 조선군의 ‘연출된 무능함’에 치를 떤 원숭환이 조선인들을 칼받이로 소모시키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 전략은 어떻게든 먹혀들어, 조선을 보호해줄 수밖에 없게 된 주지유의 도움과 함께 국왕 이종은 요동공의 작위를 기어이 자유롭게 습작할 수 있는 만선통합왕국의 군주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무소불위의 권위를 쥐게 된 그는 혼란한 계승권 투쟁을 오히려 역이용해 ’모든‘ 권신을 숙청하고 명나라의 황제들을 본받을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제19장 : 모든 것의 끝

원손(소현세자의 장남) 경선군과 후궁 희빈 조씨의 아들 숭선군 중 누구를 차기로 세우느냐를 두고 조정이 피튀기는 권력투쟁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어느새 병색이 완연해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왕은 노론의 수장인 심기원이 외척 조호원과 계속 결탁하게끔 강제하며 오히려 그러한 투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서로 검계들을 동원해 상대 당파의 정치인들을 살해하는 지경까지 이르자, 임금은 그간 자신의 성공을 뒷받침하던 네 명의 ’충신‘들을 몰래 불러 그들을 시험하려 했습니다. 어떻게든 온건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차기 왕의 치세에서도 계속 핵심권력을 쥐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들은 서로 전혀 협력하지 않았고, 그나마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던 정찬석과 그에 동조하던 계광요는 이렇다할 좋은 방안을 생각해내지 못했으며, 최원겸은 고민만 되새기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쥐고도 행동을 망설였습니다.

지의금부사이자 한성판윤 정찬석의 협조로 도성 내 치안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좌포도대장 겸 동지의금부사 김주가 이 권력투쟁이 실은 각종 전횡을 벌이며 관리들을 매수하던 희빈 조씨의 남동생 조호원과 남편에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왕을 저주하던 세자빈 강씨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사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감히‘ 국가의 녹을 먹는 이들이 이런 참람된 짓을 저지르는 것을 참지 못했던 그는 도성 내 치안인력을 총동원해 궁궐을 습격, 조호원과 강빈을 모두 추포하고 결탁한 관리들을 사냥한다는 극단적 선택을 내렸고, 이 소식을 들은 왕은 마지막으로 남은 기대마저 빠르게 접게 되었습니다. 북한산성의 총융청과 남한산성의 수어청에서 군사를 보내 [한성에 남은 모든 이들]을 쓸어버리라는 명령을 내린 그는 다시 돌아와 부복한 정찬석, 김주, 계광요에게 ”살고 싶으면 조선을 떠나라“는 극언을 퍼부었고, 이는 이미 눈이 돌아가버린 정찬석을 마지막으로 자극해 오히려 자신의 명을 재촉하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동료들과 왕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원하는 위치(조선의 배후권력자)에 오를 수 없음을 비관한 정찬석은 즉각 칼을 뽑아 신기에 가까운 검술을 십분 발휘, 왕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을 주살한 뒤 자신을 따르는 의금부의 병력들과 함께 도성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이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했습니다. 그 자신 역시 전투 끝에 사망했죠. 수어청과 총융청의 군사들이 도착했을 때, 한성은 완전히 불타 그 어떤 왕족도, 관료도, 그 비슷한 것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후일담.

모든 잠재적 권력자들이 제거된 조선은 모래성처럼 붕괴했습니다. 각지의 군웅들이 할거해 자신의 몫을 주장했고, 일본의 조슈 번은 조선을 장악해 막부에서 독립하겠다는 포부 하에 삼남에 출병했습니다. 그동안 이뤄놓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드는 5년간의 대투쟁 끝에 모든 도전자를 꺾고 삼한을 재일통한 것은 다름아닌, 조선이 순에 입조하고 난 뒤 애물단지가 되어 있던 심양의 ‘김호격’이었습니다. 국호를 부여로 고친 김호격은 순에 정식으로 책봉을 받은 뒤 조선의 모든 것을 부정했습니다. 은나라 사람 기자가 전해준 유풍을 고스란히 보존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태생부터 잘못된 체제]였던 ‘남조(즉, 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한민족 왕조)’의 잘못된 영향에서 자유로웠던 자신들 여진족이었다는 통치 이데올로기 하에 조선을 사실상 문명화된 만주족의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조선말과 조선의 글은 남았으되 그것은 조선의 것이 아니었고, 부여는 삼한 겨레의 나라를 표방했으되 실제로는 삼한의 전통 자체를 부정하는 나라였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짓밟은 야인들에게 복수해 조선을 부강하게 하겠다던 몇몇 이들의 꿈은, 동상이몽과 이전투구 끝에 조선 자체가 사라지고 그 ’야인들‘이 조선의 가장 강한 무기였던 문화력을 흡수해 영원히 그 겨레를 지배하는 충격적 결말로 그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Fin.




 


모두들 정말 수고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나은(…) 결말을 맺을 수 있도록 저도 정면 측면에서 힘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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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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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렌지파일 | 작성시간 24.11.11 엔딩(?)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로콘 | 작성시간 24.11.11 렌지파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애국적 군인들이 궐기했으니 해피 엔딩이군요(?)
  • 답댓글 작성자렌지파일 | 작성시간 24.11.11 로콘 유양립 이후로 그 어떤말을 해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 읍읍
  • 답댓글 작성자로콘 | 작성시간 24.11.11 렌지파일 저도 유양립 배드 엔딩 난뒤에 좀 반성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1.11 렌지파일 대신 이걸 드립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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