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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통장의 재테크 표류기 - Prologue

작성자통장|작성시간22.04.28|조회수258 목록 댓글 12

지금의 돈미새 모드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릴 때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했던 것 같네요.

 

시작부터 암울하게 두마디를 적었는데, 이건 머릿말은 임팩트 있어야 된다는 공식에 따라서 쓴거라서 지금 상태와는 상관 없습니다(..)

 

쓰고보니 내용중 뭔가 낯부끄러운 내용이 있어 스킵해둡니다.

 




하지만 어릴 때는 돈이 없는게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간혹 사람들의 글이나 사연을 보면 '남들은 좋은걸 끌고다니는데 왜 우리는 그런게 없어?' '왜 우리집은 이렇게 돈이 없는거지?' 라고 의문을 가졌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의문은 저한테는 없었습니다.


그냥 주변이 다 가난했거든요.


가난한 집안의 가난한 사람은 통째로 이촌향도한 가족을 떠받치느라 혼기를 놓쳤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가난한 사람은 이촌향도한 형제자매 뒷바라지가 끝나니 혼기를 놓쳤습니다.


둘이 만났죠.




그 결과 가난한 집안이 탄생했고, 주변도 다 가난했습니다. 가난도 주변에 부자가 있어야 비교되지, 대부분이 가난하면 그냥 그렇다 칩니다(..)


용돈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한달에 만원이라고 선이 있었습니다만, 보통은 돈이 생기면 주시고 아니면 못받고 다른 친척 등에게 받아서 살았고, 아니, 뭐 어떻게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돈을 쓸 일은 많이 없었습니다. 삼촌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 받아서 겨우 사준 조립식 컴퓨터는 툭하면 뻑나서 꺼졌지만 스타, 모토레이서2는 무리없이 돌아갔고, 그시절엔 인터넷에 모든게 있었죠.


나중에 정부에서 지원해준 컴퓨터는 디아블로2, 엔에이지, 던파 같은 채신게임은 돌아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zsnes로 할 수 있는 에뮬겜, 그냥 도스 게임은 다 돌아갔습니다. 말그대로 요즘 게임만 아니면 무한히 즐길 수 있었죠.


다만 만화책, 소설책 대여는 돈이 필요했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스캔본, 텍본으로 즐겼다면 이부분도 많이 지출을 줄였겠네요.




그리고 제 인생도 그대로 고정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제살길 찾아 갔지만 몇몇은 그럴 수가 없었기에 남아있었고, 곧 어버이도 감당해야 될 것 같았으며 당시나 지금이나 저는 뻐킹 장남이었거든요(..) 이 기회를 빌어 이런 부양가족들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경감시킨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를 표합니다.


아무튼 그렇기에 늘 현실도피를 했던 것 같습니다. 혼나기는 싫으니 수업시간엔 열심히 듣고 집에와선 게임하고, 혼나기 싫으니 대충 벼락치기 해서 80점대 유지만 하고(물론 이래도 혼남), 계속 게임에 게임에 만화에 소설에 게임만 했었죠.




그런 인생에 변환점이 된 사건이 가만 생각해보니 다섯가지 같습니다.


고2, 대학, 군대, 첫 알바, 직장이죠.




고2때 담임이셨던 은사님을 만났습니다. 성격도 좋고 재테크 얘기도 좋아하시지만, 그래도 열심히 사람들을 알려주려고 하셨고, 절 좋아해주셨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담임선생님들 중 절반정도는 저를 좋아해주시던 편 같네요 흠.. 착각인가..


아무튼 그 분께서 얘기하시더라고요. 지금이 아니면 공부할 수 없다. 지금 공부해야 된다. 그때 그 말이 갑자기 확 와닿아서 그 때부터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여러 행운도 있었고, 덕분에 어떻게 엄청은 아니어도 나쁘지는 않게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뵙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아직도 전화 못드렸네요. 조만간 은퇴안하셨는지 학교에 전화해봐야겠습니다(..)


대학은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여러가지를 들을 수 있었고, 취직에 대한 유예기간도 줬었죠. 새로운 선택지도 많이 줬기에 이후 직장에 대한 빌드업도 되었습니다.


군대는 의외일 수 있는데, 군대에 가기전 제 인생은 그냥 밥만 먹고 컴퓨터만 했었습니다. 일도 안했습니다. 알바 면접 가면 안되기도 했는데, 사실 됐어도 수급자는 돈 벌면 걸리기 때문에 일을 웬만큼 좋은 걸 안하면 돈을 버는게 아니라 그냥 봉사활동 하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군대는 달랐죠. 옷도 주고, 밥도 잘 먹여주고, 강제지만 운동도 시켜주고, 일도 시켜줬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성실하게 한다고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일하면서 보람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배운 엑셀스킬은 지금도 쏠쏠히 써먹고 있고요. 개인정비 시간에는 책도 꽤 읽었었죠. 그 때 아니었으면 삼국지도, 논어 맹자 같은 책들도 못읽었을 겁니다. 운동하면서 생각보다 운동이 재밌다는 사실도 알려줬죠.


그때 저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존감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전 제가 이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인줄 알았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연락하는 좋은 동료들도 얻었죠. 그게 군대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 알바. 제가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벌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쉬운 업무였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에이스 대접을 받으니 그것도 기분 좋았고요. 그 때 알게된 형들 중 성실하던 형은 지금도 연락을 가끔 하네요.


이렇게 얻은 자존감과 스킬로 직장들을 지원했고, 계속 떨어졌고(..) 결국 반년 정도 지체하다가 지금 있는 곳에 들어왔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지금 직장에 들어온 이후에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처지가 된 후에야, 내가 가문에 대해, 돈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들어와보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은 보통 집안에서 자랐다고 하면서 하는 얘기들이, 전부 제가 보기엔 부자들로 보였거든요.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과 출발점이 정말 다르구나. 나와는 경험이 다르구나, 사회적 스킬도 저보다 세련됐으며, 해외여행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다녀왔고, 차는 사주거나 하다못해 물려받았습니다. 이 모든게 저한테는 생소했었죠. 이때부터 몇년간 이들과 무난하게 대화를 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하게 되죠. 사실 지금도 실패중입니다(..)

그리고 돈. 드디어 돈을 그냥저냥 벌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간수해야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저축? 초등학교 때 새마을금고 매월 3000원씩 하다 관둔 이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건 어머니 돈으로 했었어요.

투자? 주식=도박, 집=못사는 것, 가장 중요한것 = 저축 이율(이라고 생각) 

 

그렇게 맨땅에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재테크 표류를 하게 됩니다.

 

이 연대기는 기억의 한계와 개인 프라이버시상 다소 숨기거나 과장할 수 있지만 제 이야기로 이뤄진 논-픽션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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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산 20억 되면 인세도 벌겸 책 쓸 때 써먹으려던 이야기인데 지금 자산 증식속도 봐선 20억도 20년 더 넘게 걸릴 것 같아서(..)

게시판 놀리기 그러니까 그냥 써보기로 합니다. 이정도면 게시판 제목과도 비슷하기도 하니..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제 실패담이므로 재테크 하는 입장에선 안봐도 무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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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28 넵 성공하고 싶습니다 꿈은 높게 잡으래서요(...)
  • 작성자카라멜 마끼아또 | 작성시간 22.04.28 실패담이라. 글을 보는 다른 이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담이로군요.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28 그랬으면 하네요 흑흑
  • 작성자리히티 | 작성시간 22.04.28 오 기대하겠습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웠던 인플, 디플, 스태그 요거 밖에 몰라서요 ㅋㅋㅋ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제지식 기대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28 사실 개인의 일화라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은데(..) 재미삼아 읽을 거리 정도 되었으면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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