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는 뜨거운 태양이 비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자기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차례차례 앞을 막아서 주었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어머니, 아버지, 대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덤블도어까지...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자신과 볼드모트 사이를 막아서 줄 사람은 없었다. 해리는 그가 이미 한 살 때 진작 잃어버려야만 했던 망상을, 부모님의 품 안에 숨어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망상을 영원히 버려야만 했다. 이제 악몽에서 그를 깨워 줄 사람도, 아무 일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는 어둠 속의 다정한 속삭임도 전부 그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지켜 주던 가장 든든한 보호자마저 세상을 떠났다. 해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철저하게 혼자였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30장, <하얀 무덤>에서 해리가 덤블도어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장면 일부작성자견환작성시간2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