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세종이 한글창제를 통해 백성들을 계몽했던 애민정신을 강조하면서, 마치 세종이 위대한 훈민(訓民)의 군주였듯이 자신도 그에 못지않은 계몽적 지도자임을 자부했다. (…) 그러나 전통과 문화는 개발되고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계승되는 것이다. (…) 동원된 국민통합은 갖가지 국민적/국가적 상징과 의례에 대한 열광 때문에 겉으로는 견고해 보였지만, 오히려 내적으로는 동원된 상징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균열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 이와 같은 관제 민족주의의 편린들은 이제는 역사 속에 묻혀버린 동원된 국민통합의 그늘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