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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이 섬은 자유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또 그런 자유로만 행해나갈 수는 없을 게야. 자유라는 건 싸워 빼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 자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

    하지만 이건 물론 자유로 행해나갈 것도 지레 단념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제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더 소중스런 사랑으로 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일 뿐이지.

    자유가 사랑으로 행해지고 사랑이 자유로 행해져서, 서로가 서로 속으로 깃들면서 행해질 수만 있다면야 사랑이고 자유고 굳이 나눠 따질 일이 없겠지만, 이 섬에서 일어난 일들로 해서는 자유라는 것 속에 사랑이 깃들기는 어려워도, 사랑으로 행하는 길에 자유가 함께 행해질 수도 있다는 조짐은 보였거든. 그리고 아마 이 섬이 다시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그 사랑 속에서 진실로 자유가 행해지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때 가선 이 섬의 모습도 많이 사정이 달라질 게야."

    이청준 저, 홍정선·김수영 편, 『당신들의 천국』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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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ACrookedMan 작성시간 23.08.21 '"이제 이 섬은 자유' 글에 포함된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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