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놓아둔 스프라이트 캔이 잠깐 사이 미지근해졌다. 냉장고에 넣으면 다시 시원해지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정수기. 정수기 냉수는 충분히 서늘하고, 물은 공기보다 더 빠르게 온도를 교환하니 그에 담구어 놓으면 스프라이트 캔이 금방 시원해 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옆에 있던 텀블러가 스프라이트 캔을 담궈 놓기 딱 좋은 크기라서 그걸 집고 그대로 하고 돌아왔다.
돌아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왜 이런 원리가 실제 냉장고에 적용되지 않았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공기가 아니라 액체를 사용하면 더욱 급속인 냉장이 가능할텐데 왜 그러지 않는 것일까? 간단한 대답이 바로 떠올랐다. 그야 그러면 냉장고 문을 열어서 바로 안에 담긴 물건을 꺼내 올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꼭 지금 같은 방식으로 냉장고가 사용되어야 하는가? 사실 현재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엔 여러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람이 그걸 열어 물건을 집어넣고 꺼내는 사이 에너지가 낭비 되는 것이 있다. 단순히 에너지가 낭비 되는 것을 넘어, 그 사이 생기는 온도 변화는 내부 보관중인 물품들의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냉장고를 중앙화한다면?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시간23.05.03
답글사이버공간상의 스토리지와 물리적 실체가 있는 공간과는 공간의 확장 난이도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긴 합니다. 뭐, 그쪽 친구들의 사업운영방식을 제가 모르니 뭐라 말하기 힘들긴 하네요.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5.04
답글제 생각에 공간의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미 자원 사용량에 따라 변동하는 비용을 측정해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있고, 그 모델은 그간 성공적이었으니까요. 공실률이 지나치게 높아 비용을 과도하게 부과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업자와 사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송과정의 열손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네요... 그건 확실히 큰 문제 같습니다.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5.04
답글대충 물 냉장고 만들라고 기술자들한테 일감 던져주면 알아서 잘 만들어줄듯.작성자Khrome작성시간23.05.04
답글오...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작성자달녘작성시간23.05.04
답글추가로, 냉난방을 중앙에서 조절하는 방식은 이미 대형주거시설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략 2010년 이후로 신도시 지역에 신규 건설한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지역난방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집중화된 열원(신도시 인근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대량의 온수를 생산하여 각 아파트단지에 공급하고, 아파트단지에는 중앙화된 열전달장치가 설치되어 각 가정에 열을 공급해줍니다. 신도시에는 가장 효과적인 난방공급방안으로 각광받고 있죠. 거기에 더해서 열병합발전소를 신도시에서 나오는 각종 생활폐기물을 이용하는 발전시설로 만들면 전기공급, 열공급, 폐기물처리가 한꺼번에 해결됩니다.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5.03
답글4. 그러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작은 크기의 규격화된 냉장고를 만들어 각 개인이 자기가 필요로 하는 만큼 구매해서 쓰게 하는 방법이 됩니다. 현재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죠.
한마디로, 현재의 냉장고 이용방식은 인간 각 개인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입니다.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5.03
답글3-1. 공간할당제를 적용하면 물품을 과도하게 보관하는 사용자로부터 불만이 시작되겠죠. 그리고 물품을 적게 보관하는 사람을 비난할 겁니다. '공간을 낭비한다'라고. 물품을 적게 보관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합법적으로 점유한 공간이니 내가 원하는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맞설 테고요. 결국은 똑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3-2. 많이 쓰는 사람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적게 쓰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경제학자들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주 주창하는 방안입니다만, 이 방안은 적정한 비용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공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돈을 많이 낸다고 불평할 것이고, 공간을 적게 쓰는 사람은 자기가 돈을 너무 적게 받는다고 불평할 겁니다. 양자의 합의점은 존재하지 않으니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결과를 낳겠죠. 양측은 모두 자기 주장만 하고, 중립성향의 누군가가 중재안을 내놓으면 양측 모두 그에 항의하여 퇴장하며, 중립자만 남은 위원회의 결정은 모두가 싫어하는 결정이 되지 않습니까. 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5.03
답글1. 중앙화된 저장공간에서 사용자에게 물품을 보내주는 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된 물품이 손상됩니다. 그럼 냉장고를 사용하는 의미가 없죠. 2. 그렇다고 이송과정 전체를 저온화하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비경제적이에요. 3. 보관공간의 용량이 무제한이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사용자간의 분쟁이 발생합니다. 어떤 사용자는 소량의 물품만 보관할 테고 어떤 사용자는 과다한 물품을 보관할텐데, 과다하게 물품을 쌓아두고 꺼내지 않는 사용자 때문에 어떤 사용자는 최소한의 물품조차도 보관할 수 없게 됩니다. 물품을 얼마 넣지도 못했는데 더 못넣게 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중앙에 항의할 테고, 과다하게 넣은 사용자는 자기는 꼭 필요한 만큼 넣었다며 항의하겠죠. 이를 해결하는 수학적 물리적으로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겠죠.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5.03
답글중앙화 된 보관공간이 있어 그곳에 일정 온도로 유지되는 액체가 저장되어 있고, 그 안에 작은 컨테이너들이 수납된다. 각 컨테이너는 그 안에 다시 물건을 수납할 수 있고, 중앙관리시스템이 어느 물건이 어느 컨테이너에 수납되어 있는지를 트래킹한다. 사용자는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아 요청하고, 중앙관리시스템은 해당하는 물건을 요청한 자에게 전달해 보낸다. 그리고 물건의 수납과 보관 및 정리 그리고 나열 등에 해당하는 업무를 중앙관리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더 나아가 이것이 꼭 냉장고에 국한 될 이유 역시 없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거주환경을 관리하는데 있어 온도를 조절할 필요는 다양한 곳에 나타난다. 샤워를 할 때 온수가 필요하기도 하고, 겨울엔 난방을 그리고 여름엔 냉방을 해야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중앙화 시키면 어떨까? 온수와 냉수를 중앙화 하여 보관/관리하고 그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며 다양한 온도조절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대형 거주시설 같이 스케일이 가능한 곳에 더욱 효율적으로 적용 될 수 있지 않을까?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