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건 정말 나는 내가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기 힘든가 하는 점이다. 정말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을 이성적으로 판단한걸까? 정치만 해도 예전에는 정의당, 진보신당 같은 좌익을 지지하지만 힘의 논리가 안된다고 생각해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저런 곳들이 뻘짓하면 바로 손절하면서도 요즘 민주당이 많은 뻘짓을 해도 참고 넘어가는걸 보면, 주변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서 나도 지지하는걸 지지할만한 이유를 내가 이론적으로 쌓아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구조에 맞춰서 산다는거다. 읽은지 오래됐지만 구조주의 입문도 생각나고, 예전 국사수업을 들을 때 시대의 환경이 우선이고 그 안에서 인물의 생각이 나타난다?식의 말을 들은 것도 생각난다. 나도 내가 감정에 휩쓸리는 일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예전엔 이성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마치 몸의 상태에 생각이 또렷해지듯 감정에 이성이 딸려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그렇다고 지금 내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상대방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이게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는건가? 아님 말고(..)작성자통장작성시간23.06.30
답글아, 이 글을 보고 나니 생각나네요. 김경일 교수님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란 책을 봤을 때, 사람은 신체적인 자세, 손의 온도에도 생각을 영향 받는다고 했죠. 그러고보면 예전 김정식 교수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으며 심리가 얼마나 외부에 자극을 받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도 기억나고.. 생각이 안나다 트리거를 받아야 기억이 나네요 이런.. 그나마도 한권씩이네요. 날이 갈수록 제가 얼마나 부족한가에 대해 느껴갑니다..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심리학계에서는 이미 연구끝내고 교양도서로 좍좍 알리고 있는 내용이지 말입니다. '결정은 감정이 하는 거다. 이성은 거들 뿐.' 요컨대, 감정과 이성이 인간 정신의 두 날개가 아니라 몸통 날개 머리가 감정이고 이성은 기껏해야 다리 두짝이 전부라는거.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6.30
답글요즘 드는 생각이, 원래 감성과 이성이 양쪽의 날개라기 보다, 이성은 날개인데 새의 몸통이 감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어렵지만, 사실 공부하고자 하면 이과적으로 연구결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별로 그정도로 찾고 싶진 않네요(?)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10대 이후엔 보통 답이 나오는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쉽지 않더라고요 이 경우 원인을 알아도 해결?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니 ㅎㅎ.. 답을 구하고자 하는 질문이 아니니, 간혹 생각하며 고민해봐야겠습니다.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조금 다른 말 일수도 있겠다 싶은데, 어차피 새는 좌 우익의 날개로 나는법이죠. 사람도 감성과 이성이라는 양익의 날개가 있는 법인데, 어쩔때는 한쪽이 우위였다면 다음은 반대쪽이 우위라도 뭐 나쁠것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작성자dear0904작성시간23.06.30
답글말씀하시는게 먼가 익숙하게 들립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종종 한 기억이 나네요.
저는 내가 지나온 모습이 꼭 틀리지 않고 내가 향하는 곳이 꼭 옳지는 않다는 점에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 일부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사라진 것이 아직 나와 이어져 있지 않은가... 그리 생각한 기억이 납니다.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시간23.06.30
답글콤네노스//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지만...네,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자유롭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합니다. 이건 주변 환경과 구조 뿐만이 아닙니다. 피지컬 적인 면까지 포함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네요. 10대의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계속 하던 저와, 20대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던 저, 20대 후반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던 저는 관심사도 다르고 생각하는 세계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 나이를 먹으며 현명해졌다, 혹은 세상을 더 알게 되었다,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보다 사회적 스킬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 등은 좀 늘었지만, 배우고 익히려던 태도와 능력, 현실비판적인 모습 등은 분명 그 시절이 더 나았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때가 그리운건 아니지만(..), 크게는 한국이라는 국가에 살면서 익혀온 지식(변화함), 작게는 봐오는 사람들의 관점(변화함), 몸(바뀌어감) 등이 제 생각을 이리저리 바꿔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경험으로 세게 두들겨 맞아서 바뀐 걸 수도 있고, 다른 세상은 아예 생각도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두서없네요 ㅋ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읽고 있으니 저의 힙스터적인 성향이 오히려 좌파를 지지하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 스스로가 너무 넘겨짚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아론님의 두번째 문단처럼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만, 요즘은 그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젠 민주당보다 좌쪽은 잘 살펴보지도 않으니까요. 재밌게도 이런걸 보면 어린시절의 독서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나오는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왼쪽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집안 사정도 있지만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부서진 미래' 같은 책들을 읽으며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게 된 면도 있다 생각되네요. 뭔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결정을 내린 뒤 자료를 모으는 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대학교에서 논리 교양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사람은 믿음이 우선으로 생각하는가, 지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명쾌하게 정리하셨던 기억이 나네요.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통장// 즉 자신의 믿음이 변화하는 것을 거듭 경험하며 애초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믿음의 정확성, 그 믿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각의 정합성, 그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는 재료가 되어 다시 그 범위를 정하는 개인 단위 경험에 대해 한계를 느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인간의 사유가 얼마나 주변 환경과 구조에서 자유로울수 있는지에 대한 현타?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시간23.06.30
답글원래 사람은 '자료를 모은 뒤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결정을 내린 뒤 자료를 모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자기합리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뒤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아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실수, 실패, 잘못은 외면당하거나 과소평가되고 민주당의 장점, 성과는 과대평가되는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저는 제 정치성향과 가장 결이 맞는 정책을 주장하던 민주노동당 외에 다른 정당을 딱히 지지한 적 없습니다. 정의당도 진보신당도 다 별로 지지하지 않아요. 제가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셨다면,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에 맞는 정당이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민주당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성과를 그나마 흉내라도 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게 덜 비판적인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제가 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됐냐고요? 20대 초반에 제 주변에 있던 선배 친구 후배들이 민주노동당 창립에 역할을 한 사람들이었거든요.작성자_Arondite_작성시간23.06.30
답글재밌게도 그 믿음의 근거와 반대되는 것이 나오면 어떻게든 흠을 내려고 하다가도 어떻게든 그 근거가 좀더 괜찮다, 혹은 (더 보편적인 상황으로) 그 근거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입증되면 갑자기 사람이 그 근거에 따라 재해석 할 수도 있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그걸 각성이라고 표현하며 깨어나야한다고도 하죠. 이렇게 쓰는 저도 세속적이지만 쉽게 표현할 수 있는걸로 주식을 처음 할 때 그런 생각이 바뀌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고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느낄 수 있는 감각, 떠오르는 생각도 더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험은 제한적이라는 결론에도 도달합니다. 그래서 요즘 일하다 노하우가 필요한데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 오면 '이건 예전에 이렇게 해결했는데, 내 경험이라 특정한 상황에 된걸 수도 있다.' 라는 말로 듣는사람에겐 미안하지만 한발 빼게 되더라고요. 그냥 확신이 없는 걸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생각한다고 저라는 사람이 뭐 바뀌고 하진 않겠지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말씀하신 변화를 피하고 싶어서 그런걸 수도 있고요.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3.06.30
답글저는 사람의 세계관이 계층구조를 형성한다 생각합니다. A 사건에 B라는 감상을 느끼는 이유는 C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믿음을 가진 이유는 그야 당연히 D가 참이기 때문이고, 왜 D가 참이냐 물으면 그야 당연히 E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믿음을 근거로 둔 믿음이 다시 믿음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세계관이 형성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마치 수학체계에서 하나의 증명이 다른 증명 된 명제로부터 만들어지는 것 처럼요.
그런 세계관이 흔들리는 것은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인거 같아요. 믿음과 믿음이 엉켜 있다보니 그 일부에 대한 흔들림이 충분히 크면 다른 믿음, 즉 삶의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되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때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치 않게 되어 다시 그와 이어진 것이 당연치 않게 되는, 그리하여 의혹과 혼란 속에 계속 되묻게 되는 것이 변화의 과정이 아닌가 하네요.
그리 고통스러운 것이 변화이고 시간이 흐르며 세계관이 커질수록 그 고통 역시 늘어나게 되니 점점 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작성자돌아온콤네노스작성시간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