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구의 불의왕을 다 읽었다.. 여전히 이 작가의 책은 술술 읽혔고, 5권짜리라는게 참 아쉬울 정도로 조기 완결이 안타까운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정구라는 작가가 다른 경지로 넘어갈 수 있을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란(판타지)과 신승(무협) 두 시리즈로 양판소 계에 색다른 결을 가한 정구가 새로운 시리즈로 택한 불의 왕은, 잘하면 어반 판타지로도 나갈 수 있는 결을 가지기도 했고 신승에서 보인 무림-판타지 전환을 더 심화시켜서, 차원을 넘나드는 또다른 세계관도 만들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가 대구 출신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주인공의 어린시절에서 보이는 대구의 모습이 묘하게 현실감이 넘치고, 그시절 작가를 하던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선생에 대한 적개감과, 그러면서도 선한 어른과 선생님(인물들은 평면적이지만)이 섞여있는 입체적인 세계는 양판소계에서 비슷한 수준이 드물었던 기억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잘 만든 프롤로그가 2권 가까이 된다는 거였고, 그 때도 빠른 전개를 선호하던 사람들은 아무리 정구라고 하더라도 주인공 어린시절에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작성자통장작성시간24.07.11
답글물론 정구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이영도 작가님을 능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어린시절 읽어본 판타지 소설 작가들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가 중 한 분이었던 것은 맞다....지금생각해보면 이 분 책을 그렇게 어릴 때 읽었다는게 놀랍지만... 아무튼 그동안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했던 정구 작가님의 불의 왕을 다 읽어서 후련하다. 버킷리스트 같은 거였다. 엘란에 신승까지 재밌게 읽으며 용돈을 다 썼던 어린 시절, 정구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불의왕 2권까지 본 뒤, 충격 받았다. 엘란과 신승도 재밌었지만, 불의왕은 전개가 어떻게 진행될지 한치 앞도 몰랐고, 다음 권이 너무 기대됐다. 그런데 인기가 없다보니 대여점에서 이후 책을 안들였고, 나중에 5권 완이란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아니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전개로 5권에서 끝났지? 하면서 중고로 이 시리즈를 산것도 거의 5년 된것 같다. 막상 3권부터 5권까지 읽어보니 1~2권의 빌드업에 비하면 좀 아쉽긴 했고 급전개에 실망도 했지만, 그럼에도 1~2권의 빌드업은 오랜만에 읽어도 인상깊었다. 그래도 읽길 잘했다. 정리해도 괜찮을듯 하다.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4.07.11
답글결과적으로 1권 반이 넘는 어린시절 묘사는 패착이 되었고, 이후 허겁지겁 어른 시절에 어린시절 떡밥을 수습해서 무림으로 차원이동, 본격적인 1장이 시작했을 때 이미 불의 왕은 3권 중반에 이른 상황이었다. 프롤로그만 봤을 때는 10권은 되어야 이야기를 다 풀 분량으로 보였는데, 정작 소설은 5권에서 완결이 나버리니 무림은 신승 열화판이 되어버리고 궁금했던 떡밥들은 제대로 풀지도 못한채 소설이 끝나버렸다. 이영도 작가님은 첫번째 시리즈 드래곤 라자에서 환상소설에 대해 두각을 드러냈고, 두번째 퓨처 워커에서 기존 세계관에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를 더 숙성시켰으며, 세번째 시리즈 폴라리스 랩소디에서 자신이 세계관을 만들 수 있는 작가임을 확실하게 보였다. 정구 작가에게 엘란이 첫번째, 이후 독특한 테이스트를 녹여낸 신승이 두번째 시리즈였다면, 불의 왕은 자신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작가임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불의 왕은 성공하지 못했고, 정구 작가는 이후로도 중견작가로 이름을 날리지만 이후 이분 시리즈를 본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이 시리즈가 언럭키 이영도를 만든 시리즈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작성자통장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