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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

[이런저런~~]걍 심심해서(14)

작성자무심천|작성시간10.04.12|조회수35 목록 댓글 2

 

* 언어의 함정 피해가기

 

⌀ 어느 날 산악자전거를 타고 외진 시골길을 달리다가 커다란 글씨로 씌어있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조심’

얼마를 지나가자 또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개조심’

잠시 후 멋스럽게 지은 시골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앞에는 조그마한 발바리 한 마리가 앉아있었습니다. 주인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저 발바리를 조심하라고 표지판을 붙여놓은 겁니까? 저 조그만 강아지가 집을 지킬 수가 있나요?”

주인이 대답했습니다.

“천만에요. 집은 강아지가 아니라 표지판들이 다 지켜줍니다.”

 

우스개 같습니다만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체가 아니라 낱말이나 언어에 의지해 살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언어에 속기도 합니다. 위의 시골집 주인은 언어의 기능을 아주 잘 아는 사람 같군요. 언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실제에 대한 반응과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자기 생활에 활용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심리 상태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잘 빠지는 언어의 함정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최근 ‘상처받은 내면 아이’라는 책제목을 본 적이 있는데요, 이 제목을 보면서 사람들은 ‘아, 우리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여러분 내면에 그런 아이가 있습니까? 아마 어렸을 때 내면에 상처받은 흔적, 그로 인한 아픔과 고통 그런 것은 있겠지요. 하지만 어릴 때 받은 상처를 그대로 지닌 아이가 지금도 내면에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교류분석에서 말하는 ‘꼬마 철학자’도 마찬가지지요. 그리고보면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개념과 용어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편리하게 설명하기 위해 발명해놓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진짜 실제 존재하는 양 믿고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보입니다. 구강기에 고착된 성격 또는 항문기에 고착된 성격이라는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걸음 더 나가봅시다. 인간의 정신질병을 분류해놓은 책들을 보면 정말 별별 진단명이 다 있습니다. 만일 그 중에 여러분이 강박증으로 진단받았다고 합시다. 일단 이렇게 진단받으면 여러분은 ‘강박증 환자’로 낙인이 찍히고 결국 강박증 환자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다양한 개성과 특징들은 무시되고 온통 강박증 환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심한 사람은 강박증 환자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강박증 환자들이 보인다고 하는 전형적인 증세들을 새로 발달시키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에 비해 강박 증세를 많이 보인다고 하는 말과 강박증 환자라는 말은 이렇게 자신을 전혀 다르게 지각하게 합니다. 정신질병에 대한 진단명이 가져오는 이런 폐해 때문에 아예 진단명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낱말들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둘째, 말이 가져오는 자성예언 효과입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런 뜻 없이 그냥 무심코 내던진 말인데 그게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날 때 이 속담의 효과를 절감합니다. 자성예언의 효과가 긍정적인 일에 나타난다면 거리낄 게 없습니다. 문제는 좋지 않은 일에 효과를 나타날 때입니다. 약사로 일하는 어떤 아내가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걸핏하면 “못살아, 내가 못살아. 콱 이혼해버리는 게 낫지” 라고 입버릇처럼 중얼댔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정식으로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아내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한번도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무심코 던진 말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가 좋은 여자가 생기니까 그만 이혼 절차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마구 말을 하다가는 정말 그 말 그대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이, 재미없는 세상, 콱 죽어버려야겠어!’ 이런 말을 자주 하다가는 정말 어느 날 저 세상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밉다고 ‘어이구, 저 밥통같은 놈! 귀신이 데려가지도 않나’ 하고 저주하면 어느 날 아이는 가출할 지도 모릅니다. 말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무서운 힘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슨 말이든 입밖에 내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을 비하하는 말, 남을 욕하고 저주하는 말은 삼가는 편이 좋겠지요.

 

셋째, 어의론적으로 뒤틀린 언어습관입니다. 흔히 겸손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말을 할 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미로 보면 자신이 주어가 되어야 분명한 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끼워넣는 거지요. “지금 실내가 조금 덥지요?” “오늘은 모두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합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지요.” 대리주어를 등장시키고 있는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 자신감과 주체의식이 떨어지는 반면 사회적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능동태보다 수동태 문장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싫어요” 라는 말보다 “그 사람이 자꾸 싫어하게 만들어요” 라는 말이 혹시 부드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용으로 보면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그 사람이 싫다고 선언하는 일이 그리 힘들게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요’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등과 같이 무기력함을 보이는 말들도 유사한 맥락에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지도 않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을 자꾸 함으로써 삶을 주도하는 주체적 에너지를 빼앗기고 눈치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자신의 언어습관을 점검해보세요. 혹시 위에서 말한 현상들이 발견되면 원래 의미에 맞게 자신을 중심에 세우는 말을 회복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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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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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리 | 작성시간 10.04.12 말조심 마음 수양~ ^^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알닭 | 작성시간 10.04.12 등을 토탁거리며 '괜찮아 괜찮아' 위로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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