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인 <깊이에의 강요>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인 여류 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 전시회에서 한 평론가로부터
이런 평을 듣게 된다.
'당신 작품엔 재능이 번득이고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깊이가 부족하군요.'
화가는 평론가의 앞의 칭찬은
다 잊어버리고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에만 사로잡힌다.
그래서 그 화가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집념으로
심혈을 기울이게 되지만, 잘 되지 않아
술과 약물에 빠져 버리게 되고,
급기야는 비관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그림을 전부 찢어 버리고,
139미터 절벽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사이도 이런 일들이 인기 연예인들의
사회에서 자신의 사이트에 쓰여진
악성 댓글에 사로잡힌
나머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명성과 마지막
자존심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일도 생긴다.
상당히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했고, 자신이 없어도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가는데, 자신이 없으면
마치 세상이 안 돌아가는 듯이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것은 소위 많이 배웠거나, 많은 재능과
기술,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이들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상당히 자만과 허세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데,
사실은 이들의 속마음을 분석해 보면,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과
상처와 부족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끌고 가는 지도자라는 사람도
100명이라는 사람들 중에서 30~40명
정도의 지지를 받으면 잘하는 것이고,
60명의 지지를 얻으면 아주
잘 하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공동체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겐 항상 반대자들과
묵비권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참고 하고,
그중에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려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기조와 색깔과 가치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하얀 백지 위에
검은 점을 하나 찍어 놓았을 때,
검은 점은 한 점이고 바탕에 무수한
흰 점들이 있는데도, 왜 그 검은한 점에만
집착하여 자신의 전 생애와 모든 일을
망쳐야 되는 것인가?
그것은 완벽주의 내지는 결백주의에서
나오는 소치이다.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이고 허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완전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고, 신(神)은 그 노력하는
마음을 보시고 셈을 하시며 도움을
주시는 것이다.
'감사의 정은 모래톱 위에 새겨진
글자와도 같고, 원한의 감정은 돌위에
새겨진 글자와도 같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사실 이 글귀와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즉 감사의 정을 돌위에 새겨 그것이
반복되고 더 충만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는 감사의 재료들을 너무나
쉽고 하찮게 비바람과 파도에 다 씻어
망각의 피안으로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는 그 반대인 원한의 감정의
재료들만 돌에 새겨진 글자로 만들어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게 대못과
정으로 더 깊이 깊이 파서 자신을
망가트리고 멸망과 죽음으로
끌고 가고 만다.
우리는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일이 잘되든 안되든, 인간 관계가
깨지든 말든, 그곳에서 교훈을 찾고
의미를 찾으면, 쉽게 상처와 좋지 않은
기분에서 해방될 수 있다.
아무런 이유도 의미도 못찾는다면,
상대방과 그들로부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또한 '저런 식의 사람 관계를
맺으면 돌아오는 것이 욕밖에 없으니
조심하자'고 다짐하면, 쉽게
마음을 추스를 수가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국립
공원>의 '흰 모래 사막의 신비'라는
EBS 영상에서, 사막이 강이 되고
강이 사막이 되는 그곳에서 1년에 6개월을
물기있는 모래 속에 묻혀 드러나지 않게
생존하여 6개월 뒤에 모래를 뚫고
나오는 작은 미물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극단의 삶의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겼다.
자신의 분수와 한계와 탈렌트에 맞추어
작은 행복을 찾는 삶이 긍정의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마태10,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