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감독의 데뷔작, <과속 스캔들>은 2008년 12월 3일에 개봉해 822만 극장관객을 동원한 흥행성공작으로 기록됐다.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코믹 가족극' 장르에 담아냈다. 무엇보다 여배우 박보영의 스타성을 확인한 영화에는 차태현, 왕석현, 황우슬혜, 성지루, 가수 홍경민이 출연해 완성도에 기여했다.
차태현은 영화에서 한때 잘나갔던 아이돌 출신 가수 남현수로 나온다. 어느새 서른 중반의 나이, 인기는 이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꽤 인기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철없어 보이는 순수함이 매력인 그는 나름 좋은 집에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야말로 '꽃중년'. 그런 그에게 자신이 남현수의 딸이라며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박보영의 황정남이다.
남현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애청자인 그녀는 라디오를 통해 남현수에게 고민 상담을 하게 되고 현수의 조언대로 현수의 집을 찾게 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그녀에겐 아주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사실, 왕석현이 연기한 황기동까지, 남현수는 어느 날 갑자기 이 둘을 떠안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딸과 손자까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곤란한 연예인 남현수와의 기막힌 동거에 관심이 쏠린다. 기동 역을 맡은 왕석현은 특히 ‘썩소’를 비롯한 특유의 표정연기로 좌중을 압도한다.
너무 큰 딸의 갑작스런 등장, 그것도 애까지 딸렸으니 놀랄 만도 하지만, 내 핏줄, 내 가족이란 걸 알기 시작하면서 역시 가족은 가족이다 싶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코믹 플러스 감동으로 그려진다.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가족애, 가족들과 함께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에도 어김 없이 위기발발. 세 사람의 동거에 결국 문제가 되는 계기가 찾아온다.
정남의 옛 남친이자 기동의 아빠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정남이 현수의 라디오프로 오디션에 출연하게 되면서 일은 더 커진다. 여기서 아빠를 닮은 딸 정남의 숨겨진 노래실력이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첫 곡으로 기타를 치면 부른 ‘아마도 그건’을 시작으로 ‘자유시대’와 영화의 후반 공개방송 리허설에서 스태프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낸 ‘선물’까지 무려 세 곡을 노래해 감동의 순간을 제공해준다.
그중에서 ‘아마도 그건’은 홍민정이, ‘선물’은 김지혜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를 더빙한 사운드트랙, ‘자유시대’는 박보영이 직접 불렀고, 사운드트랙앨범에도 실렸죠. 1994년 3인조 남성보컬그룹 모자이크의 히트곡 ‘자유시대’는 오렌지족, X세대란 신조어로 불린 당시 신세대의 분별없는 연애관을 비판한 가사의 노래라는 점에서도 영화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사운드트랙에는 윤종신과 하림이 작사 작곡하고 남현수 역의 차태현이 부른 ‘Because I love you’가 삽입됐다. 딸을 위한 노래로 가수 차태현의 이미지를 재 각인시켜주는 노래다. 카트리나 앤 더 웨이브스(Katrina and The Waves)가 불러 1985년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쏘아올린 히트곡 ‘Walking on sunshine’은 편곡된 버전으로 나온다.
성지루를 드러머로 세 가족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성탄절 축하공연장면의 사운드트랙.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헝가리 무곡 5번(Hungarian Dances No.5)도 피아노 신동 기동의 놀라운 연주장면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산울림의 '나 어떡해'까지 영화의 이야기전개에 탁이한 음악적 리듬을 보탠 영화음악은 음악감독 김준석의 작곡과 편곡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