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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읽기

아이, 로봇(I, Robot, 2004)

작성자유령작가|작성시간18.10.01|조회수253 목록 댓글 0

<터미네이터3>(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2003)를 위해 쓴 그의 야심찬 효과만점 스코어 이후, 영화음악작곡가 마르코 벨트라미(Marco Beltrami)의 음악경력은 더 영향력 있게 다뤄졌고 정상급 위치에 도달했다. 이듬해 길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의 <헬보이>(Hellboy, 2004)를 위해 쓴 스코어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나온 최우수 스코어들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알렉스 프로야스(Alex Proyas)감독의 S.F. 액션영화 <아이 로봇>(I, Robot, 2004)에서 벨트라미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 그리고 전자음악으로 구성된 스코어를 17일 만에 완성했다. 원래 스코어를 맡은 트레버 존스(Travor Jones)에게서 갑작스레 지휘봉을 건네받은 벨트라미는 놀랍게도 그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는 대신 효과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며 흥미진진하게 세공한 음악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아이, 로봇>의 스코어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장쾌한 액션음악을 들려준다.

대규모의 육중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구성된 'Spiderbots'(거미로봇), 장면의 전개를 지시하는 악절로 쓰인 이 곡은 오스티나토(동일성부 반복) 연주가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압권이다. 벨트라미 특유의 현악 편성을 특징으로 활기찬 관현악협주와 더불어 합창에 의한 종곡을 이끈다. 또 다른 예는 'Tunnel Chase'(터널 추격), 이 곡은 대기를 휘감아 도는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강력한 금관악기, 사납게 질주하듯 박자감을 주는 타악기반주와 함께 역동적으로 돌진하면서 전환된 곡조의 사운드로 전개된다.  

벨트라미는 항상 긴박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잘 다뤘다. 처음 <스크림>(Scream)의 긴장된 추격 장면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그는 이런 종류의 지시악곡들 안에서 주제선율의 통일성을 유지해내는 자신의 장기를 발전시켰다. 이는 단지 역동적인 영상의 전개에 맞는 음악의 대입 그 이상이다. 액션 장면에 사용된 지시악곡들 가운데서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는 테마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고, 전반적인 스코어의 응집력을 강화해준다.

앨범의 세 번째 트랙에 'I, Robot theme(End Credits)'서 처음 들리는 메인 테마는 다량의 액션스코어링을 관통해 사용되고, 이전 벨트라미와 음악들과는 다른 면을 나타낸다. 더욱 서사적이고 위압적이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최고의 표본은 'Chicago 2035'(시카고 2035), 휘몰아치는 현악 화음, 장중한 화음의 이동 그리고 강력한 저음 브라스를 내포한 곡은 다른 영화음악가 엘리엇 골든썰(Elliot Goldenthal)풍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종곡은, 'Round Up'(몰아서 모으다), 이 곡은 또한 더 서사적이고, 아름답고 융기하는 합창과 관현악작법 안에서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벨트라미의 스코어에서 언제나 그렇듯 전자악기에 의한 사운드디자인은 거대한 어쿠스틱 사운드와의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적이다. 매우 독특한 방식의 접근법이다.

작곡가 벨트라미의 조력자이자 신서사이저의 마법사 벅 샌더스(Buck Sanders)의 사운드창출도 뛰어나다. 벨트라미의 사운드디자인에 덧붙여 완벽하게 오케스트레이션에 부응한다. 그의 미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번식하지 않고 스코어에 멋진 테를 두른다. 샌더스의 전자음은 'Sonny's interrogation'(소니의 질문)과 'Spooner Spills'(스피너의 발설)와 같이 한층 더 분위기를 내는 지시 곡에서 특별히 효과적이다. 영화에서 전자음악은 냉담한 사운드를 포괄적으로 주입한다. 25인조 합창과 95인조 오케스트라에 의해 지속적 긴장과 흥분감을 조성해주는 몫은 벨트라미가, 그 관현악작법을 위해 장황한 드럼 루프로 초석을 까는 역할은 샌더스가 멋지게 해냈다. 둘의 결합이 창출해낸 모던액션스코어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는 또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노래 'Superstition'(미신)이 사용됐다. 윌 스미스(Will Smith)의 델 스푸너(Del Spooner), 극중 주인공의 집안 오디오 CD 플레이어를 통해 흘러 나오는 노래다. 악몽에서 깬 주인공 스푸너에게 불길한 징조와도 같은 꿈의 영감을 불러내는 이 곡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의 다섯 번째 앨범 <Talking Book>(1972)에서 싱글 커트돼 빌보드차트 정상을 밟은 히트 송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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