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영화음악 읽기

배트맨 3: 포에버(Batman Forever, 1995)

작성자유령작가|작성시간20.05.19|조회수182 목록 댓글 0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표지

완전히 새단장한 <배트맨>시리즈의 제3탄. 1995년 개봉한 <배트맨3: 포에버>(Batman Forever)의 외형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대규모 촬영세트와 시각적 매력이 넘치는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초특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과시한 영화였다. 정식분석학적 접근으로 심도 있는 시리즈를 이끌었던 감독 팀 버튼(Tim Burton)이 결국 하차하고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가 신임 감독에 지명되었다. 

 

팀과 두편의 전작을 함께 한 작곡가 대니 엘프먼(Danny Elfman)도 교체되긴 마찬가지. 팀 버튼 감독이 확립한 특징적 영화세계에서 고딕적인 풍채만 앙상하게 남은 3편부터 "배트맨"은 완벽한 돈벌이용 흥행머신으로 변신했다. 대니에게 지휘봉을 인계한 신임 작곡가 엘리엇 골덴탈(Elliot Goldenthal)은 <에일리언 3>(1992) 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5)의 작곡가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의 관현악 협연을 엘프먼의 발자취에 이어 매끄럽게 편성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니의 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음악적 요소가 영화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전 작에서는 배트맨과 악당들과의 관계가 브루스 웨인의 적이거나 상호 비등한 대치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팀의 동화적이고 신비로운, 그러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암울함이 대니의 스코어와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포에버>는 그러나 배트맨과 악역의 관계가 선과 악으로 뚜렷이 양분되었다. 발 킬머가 주연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동일주체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니콜 키드먼의 메리디언 박사와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웅적 남성과 미모의 여성, 두 캐릭터가 만드는 로맨스가 한 축을 이룬다. 또 브루스 웨인은 이 때문에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려는 등,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성인적인 취향이 가미되었다. 

 

새로운 동료 크리스 오도넬의 로빈의 등장으로 영화는 한층 더 화려해졌다. 배트맨에게 적개심을 품고 대적하는 짐 캐리의 리들러와 토미 리 존스의 투 페이스, 두 악당 캐릭터의 가세로 시각적 색감은 훨씬 더 풍부해졌다. 이에 따라 작곡가 엘리엇은 고전음악적인 스코어의 형식에 약음기를 댄 뮤트 트럼펫을 활용해 재즈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가 하면, 전자음향을 빈번히 사용해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희극적인 면을 강화했다. 

오리지널 스코어 듣기

'메인 타이틀' 곡을 제외한 몇몇 사운드트랙에서는 금관악기 팡파르나 바이올린 현악에 의한 유희적인 연주가 아니었으면 오히려 무서운 공포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골든탈의 스코어는 엘프먼의 원형을 크게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흑에는 접근했으되 대니의 영험함에는 미치지 못한 채 준(準)작에 그친 모양새다. 

 

아마도 대개의 "배트맨" 팬들은 3편의 스코어를 1, 2편과 비교해 구분하기를 꺼릴지도 모른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세 번째 시리즈부터는 <배트맨>이 상업성이 두드러진 대작으로 확실히 거듭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실상 시리즈 영화에서 스코어의 의미는 무색해졌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히려 록 사운드트랙으로 제작된 별도의 앨범이 영화의 성격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영화에는 U2, 브랜디, 오프스프링, 플래밍 립스(Flaming Lips)의 4곡만이 삽입되었을 뿐이지만, <라스트 액션 히어로>(1993), <크로우>(1994)에 이어 영화음악에 확실히 입지를 굳힌 동류의 음반들과 어깨를 겨룰 만하다. 그만큼 다수의 히트곡을 쏟아내며 성공적인 앨범 판매부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실(Seal)의 'Kiss from a rose'는 그 해 빌보드 팝 차트 정상 등극은 물론, 무려 45주간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 오르는 위력을 발휘했다. 국내에서도 널리 애청되면서 팝송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팀과 대니 황금콤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신임 감독과 작곡가의 의기투합은 기대를 모을 만했다. 영화와 더불어 사운드트랙마저 대박형으로 중무장한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배트맨 프랜차이즈를 성적 소구 대상과 팝의 상업 선전모델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는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