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서에 대한 열정
*수준 높은 유머 감각을 지녔던 스승
이기헌 주교는 많은 분량을 소화해야 하는 구약성서 시간에 신부님이 유머 감각을 섞어가며 강의하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키가 작아 턱까지 올라오는 서적들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걸어온 신부님은 교탁 위에 책들을 펼쳐놓으시고 강의 시작기도를 하셨습니다. 마치면 곧바로 이어지는 강의! 손에 침을 바르며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학생들에겐 눈길 한 번 건네지 않고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씀하시니 학생들은 마음 놓고 잠잘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러다가 신부님이 코를 골고 자는 학생을 보지도 않은 채 '이 귀중한 성서 강의 시간에 코를 골며 잠만 자는 학생이 있어요.' 하는 말씀을 강의 내용에 섞어 말씀하시면 그래도 정신 차려 듣던 학생들이 '와~' 하고 웃게 되는데 정작 웃음소리에 깬 친구는 급우들이 왜 크게 웃는지도 모르고 덩달아 웃으면 신부님이 '자기가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웃는 학생이 있어요.' 하셔서 모든 학생이 다시 한 번 크게 웃게 만드셨지요. 선 신부님은 전설적인 교수 신부님이었습니다."
서울가톨릭대학교 손희송 신부도 스승의 모습을 엄격한 사람이 아니라 유머 감각을 지닌 분으로 기억했다. "인스피리트inspirit를 가르치시던 때인데, '성령은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분이시지 바람을 피우는 분이 아닙니다.' 하셨는데 학생들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얼마 뒤 그 말씀을 되새겨 보니 고단수의 유머였음을 깨닫고 웃었습니다."
선종완 신부는 강의 시간에 강의 내용 말고는 다른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엄격한 사람으로 보았기에 학생들은 그의 이런 유머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춘천교구 김택신 신부는 선종완 신부의 성서학은 점수가 낮으면 신부가 될 수 없을 만큼 비중 있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신부님은 성서학 시험을 치를 때,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들었고 신앙인으로서 그 뜻을 어떻게 신앙 고백할 것인지에 의미를 두고 문제를 내셨어요. 성서학은 하느님 말씀을 듣고 삶으로 옮기는 것을 학문화시킨 것인데 선 신부님은 시험 문제처럼 공부를 시키셨고 당신도 그렇게 공부하셨지요. 신부님이 점수를 주지 않으면 신부가 될 수 없는 과목이었고 절대적 점수의 패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분 때문에 신부가 된 사람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