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서에 대한 열정
*수준 높은 유머 감각을 지녔던 스승
신약과 구약 과목을 수강한 예수회 박홍 신부는 선종완 신부의 풍부한 설명과 성실한 준비, 열정적인 강의를 다시 듣고 싶다고 했다.
"신부님은 신약과 구약을 강의하셨는데 구약을 중심으로 기르치시지만 신약과 연결해 강의를 하셨어요. '구약 없이 신약 없고 신약 없이 구약 없다.'는 그분의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분은 구약을 통해 신약이 풍부하게 되고 신약을 통해 구약이 명료해진다고 하시며 바티칸공의회에 대한 설명도 성경에 비추어 해주셨어요. 신부들끼리 선종완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다시 신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그분의 강의를 다시 듣고 싶다고 했지요. 명강의였습니다.
기도하시면서 신앙을 중심으로 알맹이 있게 강의해 주신 것이 지금도 우리 신앙의 뿌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성실하게 준비하셔서 열의 있고 깊이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심도 있게 강의를 하시곤 하셨어요.
선종완 신부님은 신학생들에게 '애먹이려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도 신앙을 위한 것이지, 점수를 걱정시키면서 시험을 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시험이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배운 것을 한번 쭉 정리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것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열심히 기도하고 성서를 읽으면 됩니다.' 하면서 염려를 덜어주셨어요. 그리고 비안네 신부님 이야기도 덧붙이시며 그는 공부를 못했지만 성인이 되신 분이라고 영적인 안심까지 시켜주셨지요.
그분이 교육자로서 위대한 것은 시험이라는 제도에 억압되지 않도록 시험 목적을 우리에게 분명히 깨우쳐 주셨다는 점입니다. 시험 목적은 신학생들이 참된 공부를 하게 하려는 방법이지, 제도로 정해진 범주에서 각자의 실력을 수직적으로 체크하거나 겨루기식의 내용을 검증받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시험은 당신과 학생 사이에서는 그러한 목적이 내포된 그 자체로도 교육이었던 것이지, 시험이 평가의 지표가 되지 않도록 선 신부님은 우리에게 극명히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대신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라틴 문헌을 읽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신학생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강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서를 추상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상징과 표상, 기후와 문화 등을 실제적으로 가르치려는 선종완 신부의 수업이 명강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전교구 김종국 신부는 스승 선종완 신부의 설명 속에 이스라엘의 문화와 풍토, 지리와 역사, 환경 등이 눈앞에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상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 선종완 신부는 한 시간짜리 강의를 위해 열 시간 이상 준비했을 것이다. 그의 방에 사과나무 궤짝에다 벽돌을 몇 장 놓고 방을 얼기설기 꾸미고 일반 책상과 달리 만들어진 책상에 원어로 된 성경을 여러 권 펼쳐놓고 연구했다.
선종완 신부는 학생들이 예로니모 성인을 본받기를 바랐다. 그는 학생들이 예로니모 성인처럼 성서를 베개 삼아 베고 자며, 머리에 이고 다닐 정도로 성서를 열심히 정성껏 공부하길 원했다.
수원교구 이정운 몬시뇰은 선종완 신부가 얼마나 철저하게 강의를 준비하는지 알고 놀랐던 기억을 더듬었다. "한번은 강의 시간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신부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신부님은 작은 종이를 들고 나오셨는데 그 종이에는 그림과 함께 외국어가 잔뜩 쓰여 있었어요. 최후만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신부님은 그 종이를 보이며 '최후의 만찬상이 이렇게 세 조각난 상이었어요. 예수님의 자리는 이쪽이고 베드로는 여기고 그리고... .' 그때 나는 신부님의 빈틈없는 강의 준비에 깜짝 놀랐습니다."
동식물학에 밝았던 선종완 신부는 성서에 등장하는 동물을 생각하며 진돗개와 여러 종류의 새를 기르기도 했다. 한국 땅에 성지의 식물들을 옮겨 가꿀 정도로 성서 속 삶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