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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이 약이 되고 지우개가 되고*

작성자☆노팅힐 살고싶은 아저씨☆|작성시간19.03.13|조회수11 목록 댓글 0

술 한잔이 약이 되고 지우개가 되고


고단한 하루의 끝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 되니
술 한잔 하고 싶다

사소한 것도 몰라주는
가까운 이에게 닫힌 마음을
이비에 쓸어내리고 싶어 져
초저녁 잠 곤히 자는 아내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장을 꼬불쳐 집을 나선다


오늘은 이 밤에 하든일 제쳐두고
술 한잔 하고 싶다
얼기설기 모여
파도에
꿀렁거리는 작은 배들 사이로
늘어선 빨간 천막집 포장마차
오고 가는 사연과 애환을 담는
빨간 우체통 같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손가락이 되고
포장마차 지붕은
피아노 건반이 되어
고단한 하루를 노래한다


소주잔에 “꼴꼴 꼴”
따르는 맛이 괜찮다.
소주 한잔으로 속을 지지니
술 한잔이
오늘은 약이 되고 지우개가 되리라



실컷 마셔도
추한 꼴 기억하는 이도 없고
오늘은 권할 이도 없어 홀로 마신다
술 한잔이
친구보다 따뜻하다
저울질하는 친구보다
때론 혼자 하는 술이 나을 때가 있다



빨간 사랑방엔
저마다의 사연들이
연탄불에
전어 굽는 연기 따라 피어나고
백열등이 그네를 탈 때마다
애환의 그림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
안주와 술잔 사이에 베어 든다


잔 잡고 달에게 묻는다
뭐가 그리 힘들었냐고
꽃 같은 청춘은 멀리 가고
서러움 남는 날
괜스레 지나간 일들을
곱십게 되는가 보다

사람은 술 마실 땐
누구나 시인 아니든가
술잔에 썩인
넋두리는 늘어만 가니
내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반이다


독한 어둠이 내려앉은
이 도시에 내 쉴 곳은 어디메요
목마른 세월 안고 살다 보니
삶의 무게 느껴지는 하루의 끝에서
인생은 짧지만
술잔을 비울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이기지 못하는 술기운
그래서
더 슬프다


그래도

"남들에게 내가 들여다볼 것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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